트럼프 고관세 유지 시 대미 수출 11% 감소 예상
국익 중심 외교 전망…기업·국가 연합 가능성 높아

[인사이트코리아 = 김동수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교섭이 막이 올랐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에 따라 4일부터 곧바로 임기를 시작한다. 후보 시절 국익 중심 실용 외교를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전 세계에 관세 폭탄을 투하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어떻게 실마리를 풀어갈지 이목이 쏠린다.
美 고관세 융단폭격…대미 수출 11% 감소 우려
미국은 한국의 두 번째 수출 대상국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미 수출은 1278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18.7%를 차지했다. 수입은 721억 달러, 무역수지는 557억 달러 흑자로 모두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한국 경제에 ‘시한폭탄’에 여겨지고 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고관세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3월 철강·알루미늄 및 파생상품에 25%의 고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4월에는 수입차 관세도 25%로 인상했다. 한미 FTA로 무관세 혜택을 받던 국내 완성차 업계엔 악재다.
여기에 지난달 5일부터 전 세계 모든 수입품에 기본 관세 10%를 부과하고 있다. 국가별로 추가 관세도 예고했다. 한국 역시 기본 관세와 추가 관세가 모두 적용되는 국가로 총 25%의 관세를 부담하게 됐다. 다만 국가별 개별 관세는 오는 7월 8일까지 유예된 상태다. 최근에는 수입 철강 제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올리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식 고관세가 지속될 경우 국내 산업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 한국은 대표적인 수출 주도형 국가로 특히 미국 의존도가 높다. 전체 수출에서 대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중국(19.5%) 다음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따라 한국 경제는 생사기로에 설 수도 있다. 고관세 정책은 최악의 경우 국내 산업 전체를 흔들 수도 있다. 미국 관세 정책이 유지될 경우 올해 우리나라 수출은 최대 11%까지 줄어들 수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달 발간한 ‘미국 관세정책의 시나리오별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출을 약 4~11% 정도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속도보다 신중…기업·국가 연합 전략 모색”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관세 협상은 새 정부의 시험대로 꼽힌다. 우리나라는 탄핵 정국 속에 대미 관세 협상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국무위원 서열 1~3위인 대통령, 국무총리,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석이 된 상태였다.
전임 윤석열 정부는 지난 4월 한미 재무·통상장관급 ‘2+2 협의’에서 상호 관세 유예기간이 끝나는 7월 8일까지 두 국가 간 이해를 조율해 ‘7월 패키지’를 만들자고 제안한 상태다. 4일 출범한 새 정부 입장에선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다.
다만 이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와 관세 협상에 속도보단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 후보 시절 ‘국익 중심’을 원칙으로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열린 대선후보 첫 토론회에서 “미국도 요구하는 게 많겠지만 그걸 100% 관철하겠다는 건 아닐 것”이라며 “우리가 맨 먼저 나서서, 서둘러서 협상을 조기 타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일본도 미리 (협상을) 하겠다는 입장이었다가 지금 선회하고 있다”며 “중국도 마찬가지로 강경하게 부딪치다가 상당 정도로 타협했다”고 설명했다. 유예 종료 전 협상을 끝내기보단 다른 국가들과의 협상 과정을 분석해 실리를 챙기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신중론 속에서 국내 기업과 연합 전선을 구축해 상황을 타개할 가능성도 높다. 국내 기업들은 12.3 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으로 정치적 불안정이 극에 달하자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정책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현대자동차그룹의 현지 제철소 설립 등 대규모 대미 투자 발표가 대표적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8일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서 “미국은 각개격파를 하고 있다. 나라별로 그리고 각 나라 안에서도 개별 기업 단위로 각개격파하고 정부 단위로도 각개격파를 한다”며 “우리는 이렇게 당하면 안 되고, 사안도 다 묶고 기업과 정부도 같이 연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말이 일리가 있다”며 “‘비슷한 입장을 가진 국가끼리도 공통 교섭을 하든지 입장을 정리해야 된다”고 언급해 다른 국가와 연합 가능성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