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웨이항공 떠나는 40년 경력 골수 항공맨 정홍근 대표
당초 4연임 가능성 거론됐지만 서 회장 선택 받지 못해
농구단 이어 항공사도 ‘젊음·새 얼굴’ 중시…성적표는 ‘꼴찌’

서준혁 대명소노그룹 회장(오른쪽), 소노타워.<대명소노그룹>
서준혁 대명소노그룹 회장(오른쪽), 소노타워.<대명소노그룹>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서준혁 대명소노그룹(이하 대명소노) 회장이 티웨이항공 인수에 성공하며 항공업 진출이라는 오랜 꿈을 이뤘지만 LCC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정홍근 대표를 자리에서 물러나게 해 업계 일각의 우려를 사고 있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항공사를 경영해 본 경험이 없기에 인수 후 1년 정도는 베테랑 손길이 필요하지 않냐는 지적이다. 또 너무 갑작스러운 변화는 기존 티웨이항공 직원들과 화학적 결합에 있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홍근 대표, 4연임 실패...티웨이항공 떠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정 대표는 지난 14일 티웨이항공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3월 31일 정기 주주총회를 마지막으로 회사를 떠난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LCC를 넘어 항공업계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경력의 골수 항공맨이다. 

1958년생으로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86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정 대표는 국내선 영업팀장, 일본 나고야 지점장 등을 거쳐 2007년 진에어로 자리를 옮겨 1년여간 출범을 진두지휘했다. 

이후 2009년부터 약 5년 동안 진에어 경영지원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이끌었다. 티웨이항공에는 2013년 합류해 2015년 12월 대표에 취임했고 2018년 기업공개(IPO), 2022년 인천∼시드니 LCC 최초 취항, 2024년 유럽 진출 등을 이끌었다.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티웨이항공>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티웨이항공>

지난달 대명소노의 티웨이항공 인수 소식이 알려진 후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서 회장이 안정적인 회사 운영을 위해 정 대표 4연임을 추진할 것이란 가능성이 제기됐다. 

티웨이항공이 LCC 빅3 위치에 오르기까지 정 대표의 공이 컸기에 직원들 신망이 두터운 것은 물론, 항공사를 처음 경영하는 대명소노가 인수 초반 정 대표의 40년 항공업 노하우를 이식받을 수 있는 장점을 무시할 수 없는 탓이다.

서준혁 회장, 농구단 이어 항공사도 ‘베테랑’ 간과

하지만 1980년생 젊은 CEO 서 회장은 기존 티웨이항공 흔적을 지우고 대명소노만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선 정 대표보다 젊고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고 판단, 대표 교체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차기 대표는 대명소노가 추천한 대한항공 출신 신임 사내이사 후보 3명 가운데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소노인터내셔널 소속인 이상윤 항공사업 태스크포스(TF) 총괄 임원, 안우진 세일즈마케팅 총괄 임원, 서동빈 항공사업 TF 담당 임원 등이다. 세 사람 모두 40대 후반~50대 초반으로 대표를 맡기엔 경험과 나이 모두 다소 이르다는 평가다.

서 회장의 이번 선택이 다소 우려스러운 이유는 이미 2023년 인수한 프로농구팀 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에서 올 시즌 유사한 행보를 보여 꼴찌의 쓴맛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소노는 김승기 전 감독이 지난해 11월 라커룸 선수 폭행 사건으로 사임하자 후임으로 지도자 경험이 전혀 없는 40대 초반의 김태술 감독을 파격 선임했다. 당시 다수의 농구 전문가들은 우려를 제기하며 신생팀에는 베테랑 감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됐다. 소노는 올시즌을 앞두고 정희재, 최승욱, 임동섭 등 준척급 포워드 자원을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했다. 지난 시즌 MVP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실력이 일취월장한 이정현도 건재하다. 그럼에도 용병, 전술, 선수 기용 등에서 문제를 드러내며 이날 기준 최하위로 처져있다.

대명소노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가장 최근 농구단을 비롯해 서 회장이 그동안 손댔던 신사업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면서 “이번 정 대표 교체 이슈도 더욱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되지 않나 싶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대명소노가 이제 대기업 집단에 편입된 만큼 서 회장 중심의 결정 구조에서 벗어나 다양한 구성원들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유연한 회사로 변모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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