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사업비 64조원, 철강 빅3 향한 도약 발판 마련
사업 불투명성은 우려, 2016년 실패 전례도 있어
李 “위험 부담 있지만 한 단계 도약 노릴 좋은 기회“

이주성 세아제강지주 사장.<세아제강지주>
이주성 세아제강지주 사장.<세아제강지주>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이주성 세아제강지주 사장이 미국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뜻을 드러냈다. 회사 안팎에서 실익이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회사의 명운을 걸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가 성공할 경우 만년 중견 철강사에서 벗어나 철옹성 같은 철강 3사(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 구도를 흔들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 美 압박 본격화, 세아제강 나섰다

28일 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한국과의 관세 협상을 무기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 압박을 본격화하고 있다. 오는 6월 2일 미 행정부가 한국·일본 등 동맹국들과 알래스카 LNG 투자 계약을 촉구하기 위한 고위급 회담을 계획 중인 가운데 우리 정부는 프로젝트 참여 가능성을 열어두고 현지 실사단 파견 일정을 조율 중이다. 막대한 비용, 불확실한 사업성 등 리스크가 분명하기 때문에 꼼꼼하게 수지 타산을 맞춰볼 요량이다.

사업 전망은 불투명하지만 이 사장은 핵심 계열사 세아제강의 퀀텀점프를 위해 알래스카에 베팅하는 결단을 내렸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알래스카 북부의 천연가스를 남부 항구까지 이송하기 위한 초대형 사업이다. 초기 사업비는 약 450억 달러(64조원)로 추산된다. 여기에 투입될 1300km 길이 초장거리 가스관 건설은 고기능성 철강 제품 없이는 불가능하다. 

세아제강은 여기에 주목했다. 강관 제조에 있어 독보적 경쟁력을 가진 회사답게 일찌감치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휘령 세아제강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달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 방한 당시 프로젝트 협력 가능성에 대해 “좋은 기회“라며 “현실화한다면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이 결정에는 이 사장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감당할 수 있는 역량 또한 충분하다. 세아제강은 중소구경에서부터 대구경까지 국내 공장에서 LNG 프로젝트용 스테인리스(STS) 강관을 생산할 수 있다. 또 2016년 미국 휴스턴 공장을 인수해 현지 거점을 마련해놓은 상태라 국내외 모두 시스템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는 평가다. 과거 카타르 LNG 북부 가스전 프로젝트에 1270억원 규모의 강관을 수주한 경험도 보유하고 있다.

우려도 만만치 않아, 체급 끌어올리기 위해 승부수

하지만 적지 않은 우려도 뒤따른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이미 한차례 시장의 냉혹한 평가를 받은 적이 있다. 지난 2016년 셰브론, 엑슨모빌 등 세계 굴지의 에너지 기업들이 참여했다가 경제성을 이유로 줄줄이 손을 뗐다. 투자 대비 수익성이 낮다는 점, 또 알래스카라는 지역 특성상 인프라 구축이 어렵다는 점이 주요 이유였다.

게다가 최근 LNG 시장은 글로벌 수급 불안정과 신재생에너지 전환 압박까지 맞물리며 과거보다 더 복잡한 변수를 안고 있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세아제강이 너무 큰 베팅을 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이 사장은 이러한 전례를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프로젝트가 세아제강의 체급을 근본적으로 끌어올릴 기회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회사 내부에서는 알래스카 LNG를 기점으로 북미 시장 확대, 고부가 강관 제품 고도화 등을 겨냥한 후속 전략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위험 부담은 있지만 이 사장 입장에선 회사의 한 단계 도약을 노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세아제강이 강관 분야에선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만큼, 제대로 물고 늘어지면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인사이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