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美 집중, 동국제강 포트폴리오 다변화 ‘일석이조’
현대 IFC, 조선용 단조 제품 생산...조선 슈퍼사이클 ‘호재’
양측은 조심스러운 입장...현대제철·동국제강 “검토 중”

(상단부터)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동국제강 포항공장.<각사>
(상단부터)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동국제강 포항공장.<각사>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현대제철이 현대차그룹 미국 진출 전략에 따라 알짜 자회사 현대IFC 매각을 재추진하는 등 본격적인 몸집 줄이기에 나선다. 현대IFC는 지난해 하반기 한차례 시장에 매물로 나왔지만 마땅한 인수자가 없어 흐지부지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조선업이 각광받으면서 현대IFC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졌다. 최근 업계에선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 경쟁사인 동국제강이 인수 의향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예상 인수 금액은 2000억∼3000억원이다.

동국제강, 현대IFC 품에 안고 포트폴리오 다변화 성공할까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제철은 현대IFC 인수의향을 동국제강에 물었다. 이에 동국제강 측도 다각도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IFC는 조선용 단조 제품 등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단조는 금속을 두들기거나 눌러서 원하는 모양으로 만드는 성형 방법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조선업계가 슈퍼사이클(초호황)을 맞아 선박 엔진 등 부품 수요가 급증하며 덩달아 수익성이 개선됐다. 지난해 현대IFC 영업이익은 5273억원으로 전년 대비 50% 늘어났다. 

동국제강 입장에서는 현대IFC 인수가 중장기적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국제강은 주로 건설 현장에서 사용되는 철근·H형강 등을 팔아 수익을 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내 조선업계와 긴밀한 협력을 예고한 터라 향후 실적은 계속해서 우상향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지난해 최악의 건설 경기 침체로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다. 만약 현대IFC를 품에 안을 경우 한쪽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상부상조할 수 있는 안정적인 시스템이 갖춰질 가능성이 크다.

또 현대IFC는 조선 및 중공업 분야에 사용되는 고탄소 단조롤을 생산하고 있어 동국제강이 지향하는 제품 라인업을 보유했다는 장점도 있다. 장세욱 동국제강그룹 부회장은 2023년 지주회사 전환 당시 “철강 사업과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소부장 분야에서 신사업을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현대IFC뿐만 아니라 강관 자회사 현대스틸파이프도 동국제강측에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역시 성사된다면 동국제강의 약점으로 꼽히는 해외 수출 부문에서 보탬이 될 전망이다.

현대제철, 美 집중 전략...국내 사업에 힘 뺀다

몸집을 불리려는 동국제강과 반대로 현대제철은 미국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기업 현대차그룹을 따라 국내 사업에 힘을 빼고 2029년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설립 예정인 전기로 제철소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현대제철은 현대차·기아는 물론 미국 완성차 메이커들의 전략 차종에 들어가는 강판을 주력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나아가 멕시코, 브라질 등 중남미 지역을 비롯해 유럽 현지 글로벌 완성차 업체까지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미국 제철소 건설에 58억 달러(약 8조8000억원)의 천문학적 금액이 투자되는 만큼 현대제철은 핵심 투자자로서 어느 정도의 실탄을 마련해두고 있어야 하는 실정이다. 현대제철은 투자금 중 절반을 현대차그룹과 공동으로 자기 자본으로 조달하고 나머지 50%를 외부에서 차입할 계획이다.

서강현 사장은 전임 대표 시절 추진됐던 이차전지소재 사업 진출을 철회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대차그룹 내 수요처가 없는 현대IFC, 현대스틸파이프는 현대제철에게 맞지 않는 옷인 셈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회사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매각 여부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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