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압박 속 조선업·알래스카 합작 투자 재언급
조선업계 현지 진출 속도...강관업계 주가도 급등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고질적인 무역 적자를 해소한다는 명목으로 부과하기로 한 국가별 상호관세가 9일(현지시간) 발효돼 시행에 들어간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향한 청구서를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우리는 그들(한국)의 막대하고 지속 불가능한 흑자, 관세, 조선업, 대규모 미국 LNG 구매에 대한 알래스카 합작 투자, 그리고 우리가 제공하는 대규모 군사 보호에 대한 지불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말하는 ‘군사 보호’는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뜻한다.
이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전화 통화 직후 작성된 글이다. 여기서 그는 방위비 분담금을 관세 등 무역정책과 연동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자연히 국내 산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한국의 전체 수출 중 대미 수출 비중은 지난해 2월 기준 18.7%에 달한다. 이 가운데 자동차·반도체·철강·알루미늄·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41%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 모두를 25%의 상호관세와 별개로 한 품목별 관세 대상으로 지정 또는 예고한 상태다.
트럼프, 관세 압박 속 조선업·알래스카 합작 투자 재언급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 관세 압박에도 조선·강관업계는 조용히 미소 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 재차 조선업, 알래스카 합작 투자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대선 직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통화에서 “미국 조선업이 한국의 도움과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업계에 낮은 자세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이유는 중국의 해양 패권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선 미국 조선업 재건이 절실한 탓이다. 하지만 현재 미국은 조선업 쇠퇴로 인해 자국의 역량 만으로 군함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미국 입장에서 동맹국 중 한국, 일본 정도가 조선업 강국으로 통하지만 일본보다는 우리나라 기술력이 월등히 앞서 있다. 그렇기에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선택지가 사실상 한국뿐이다.

기회의 땅 미국, 조선업계 현지 진출 ‘스퍼트’
국내 조선사들 역시 트럼프 대통령 러브콜에 화답하고 있다. 실제 미국 시장의 전망은 엄청나게 밝다. 미 해군은 지난해 기준 295척인 군함을 2054년 390척으로 늘릴 계획으로 구매 비용만 1조750억 달러(약 1562조원)에 달한다. 향후 30년간 1600조원에 달하는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가장 빠르게 수익을 낼 수 있는 미국 MRO 시장 규모도 20조원에 달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현지 생산을 원하고 있어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은 트럼프 대통령 입맛에 맞추고자 동분서주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12월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데 이어 호주·방산업체 오스탈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오스탈은 미 해군의 4대 핵심 공급업체 중 하나로 매출액의 80%가 미국 앨라배마 모빌에 위치한 오스탈USA를 통해 발생한다. 50만㎡ 규모의 모빌 조선소는 해군과 해안경비대(USCG) 등의 군함을 제작하는 데 특화돼 있다. 필리조선소에서 상선을, 모빌 조선소에서 군함을 각각 현지 건조해 미국 조선업계에서 존재감을 키워갈 계획이다.
HD현대중공업도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와 조선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미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헌팅턴 잉걸스는 미국 중남부 미시시피주에 미국 최대 수상함 건조 조선소 잉걸스 조선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미 해군이 최근 발주한 이지스 구축함 물량의 3분의 2를 비롯해 대형 상륙함과 대형 경비함 전량을 건조하고 있다.
업계에선 HD현대중공업이 결국 잉걸스 조선소 인수에 나설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친다. 실제 지난달 HD현대중공업 관계자가 미국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가 개최한 세미나에 참석해 “미국 조선소를 직접 인수하거나 현지 조선소와 협력하는 방안 모두 가능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알래스카 합작 투자도 조선업계에 희소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가스전 개발은 알래스카 북부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1300km 파이프라인을 통해 남부 해안으로 운송, 연간 1800만톤 상당의 LNG를 수출하는 총 투자비 440억 달러(약 64조원) 규모의 대형 사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가스전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1300km에 달하는 가스관을 놓기 위해선 알래스카 두터운 얼음을 뚫을 쇄빙선이 필수다. 이 역시 미국의 동맹국 가운데 한국이 단연코 앞선 분야다.
조선 3사(HD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한화오션) 모두 쇄빙선 건조 역량을 갖췄으며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은 쇄빙선을 해외 시장에 판매한 경험도 있다. 2014~2020년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이 러시아로부터 수주한 쇄빙선은 45척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강관업계도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강관 전문 기업인 넥스틸, 세아제강 등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필요한 강관의 사양을 만족시킬 수 있는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어 사업 참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넥스틸 주식은 이날 전일보다 26.25% 오른 1만409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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