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속 ‘HBM 올인’…삼성전자·SK하이닉스, 메모리 시장 정조준
삼성, 파운드리 인력 메모리 전환 배치…SK도 CIS 접고 HBM 집중

[인사이트코리아 = 정서영 기자]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선점을 위한 ‘선택과 집중’ 전략을 선택했다. HBM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을 중심으로 인력을 재배치하고 있다. 관세 등 불확실성 여파에도 미래 메모리 시장의 핵심 동력인 HBM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부 일부 인력을 메모리 사업부로 전환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준 HBM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은 지난달 19일에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HBM 공급량을 작년 대비 크게 늘려 입지를 강화하겠다”며 “HBM4에선 이전과 같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고 하반기 목표로 차질 없이 개발·양산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회사 역량을 HBM에 집중하고 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CIS(CMOS 이미지센서) 사업을 접고, 해당 인력을 HBM 등 AI 메모리 반도체 분야로 전환 배치했다.
이를 통해 HBM 시장을 지속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SK하이닉스는 업계 최초로 6세대 HBM인 HBM4 샘플을 고객사에 제공, 하반기 양산을 계획 중이다. 차세대인 HBM4E도 적기에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내년 하반기 양산이 목표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달 27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높지만 AI 주도권 확보를 위한 빅테크 기업 투자는 확대 중”이라며 “HBM 폭발적 수요 증가가 예상되고, 올해 이 시장은 2023년 대비 8.8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HBM 시장 전망은 밝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HBM 시장 규모가 올해 380억 달러(약 55조원)에서 오는 2026년 580억 달러(약 85조원)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미국 관세 정책은 잠재적 위협으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만간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타격은 불가피하다. 향후 반도체에 25%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매출이 4%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관세 영향을 받든 받지 않든 HBM에 집중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범용 메모리는 사이클이 있고 주기가 짧아 안정적 수익원이 되기 쉽지 않아 고부가가치인 HBM에 반드시 집중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HBM3, HBM4 등 한국 기업이 아니면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어 관세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미국 내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 이 정책을 완화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