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 유상증자 3조6000억원→2조3000억원으로 줄어
‘정도경영’ ‘투명승계’ 강조…주주 달래기·경영권승계 논란 돌파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한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한화>

[인사이트코리아 = 이숙영 기자] 김승연 한화 회장이 통 큰 결정을 내렸다. 국내 자본시장 역사상 최대였던 3조6000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하 한화에어로) 유상증자 규모를 대폭 줄였다. 김 회장과 세 아들은 이번 결정으로 ‘경영권 승계 자금 마련을 위한 유상증자’라는 의혹을 지웠다.

한화에어로는 지난 8일 미래 비전 설명회를 통해 변경된 유상증자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한화에어로는 ‘정도경영’ ‘투명승계’ 원칙을 강조하며 유상증자 규모를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또 그간 유상증자 설명과 주주 소통이 부족했던 점에 대해서도 고개 숙여 사과했다.

주주 반발·승계 논란 정면 돌파 

유상증자 계획 변경의 골자는 기존 3조6000억원 유상증자를 2조3000억원 규모로 줄이는 것이다. 축소분 1조3000억원에 대해서는 김 회장의 세 아들이 보유한 한화에너지, 한화임팩트파트너스 등 3개사가 참여하는 제3자배정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제3자배정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배정 할인율 15%를 적용하지 않는다. 0% 할인율을 적용해 소액주주 가치를 높일 계획이다. 또한 한화에어로는 향후 3~4년 간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과 영업 활동·금융권 차입 등을 통해 확보한 자금 등 총 11조원을 회사 발전을 위해 투자한다.

이번 유상증자 축소로 한화를 향한 시장의 비판이 사그라들었다. 한화에어로는 지난달 3조6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한 뒤 주주 반발에 부딪힌 바 있다. 회사의 여유 자금이 충분한데 유상증자를 실시해 주주 이익을 해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자금 사용 목적 구체성 부족을 문제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정정 공시 요구를 받기도 했다. 

한화그룹 지배구조. 
한화그룹 지배구조. 

또한 한화는 이번 결정으로 ‘승계 논란’을 정면 돌파에 성공했다. 시장에서는 유상증자가 김동관·김동원·김동선 등 한화 삼 형제의 경영권 승계 자금 확보에 사용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한화에어로가 보유한 현금을 유상증자를 통해 오너가가 보유한 비상장 회사로 보낸 뒤, 승계 자원으로 활용할 것이란 추측이었다.  

전날 안병철 한화에어로 전략부문 총괄사장은 “(새로운 유상증자 구조는) 한화오션 지분을 한화에너지가 1조3000억원에 매각한 자금이 다시 유상증자 형태로 되돌아오는 구조”라며 “(김승연) 회장님이 의사결정을 내리며 아예 승계를 끝내 버리겠다는 생각을 하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유증 1조3000억원 축소에 주주 ‘환호’

유상증자 규모 축소에 주주들은 환호했다. 종목토론실에서 한 누리꾼은 “설명회를 보니 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다”며 “보통 승계 문제는 법을 위반하지 않으면 그냥 강행하는 것이 관행인데 한화는 주주 반발을 의식해 증자 계획을 완전히 바꿨다”고 평가했다.

이에 힘입어 투심도 돌아왔다. 전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69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 대비 8.72% 오르며 유상증자 발표 직전 주가인 70만원대에 근접했다. 같은 날 ㈜한화의 주가도 전 거래일 대비 2.16% 오른 4만2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증권가에서도 호평이 쏟아져 나왔다. 이태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날 리포트를 통해 “화끈한 애프터 서비스(A/S), 신뢰 되찾을 한화에어로”라며 “자금조달방식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정정신고는 성공적”이라고 밝혔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날 리포트에서 “여러 의심에 대해 투명함과 성장으로 답했다”며 “유상증자로 지배구조 리스크가 해소되고 성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목표주가도 기존 60만원에서 33.3% 높은 8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배성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이번 유상증자 계획 수정으로 시장의 승계 관련 의혹을 해소하는 동시에 한화오션 지분 인수 시너지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방산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의 시작, 도약의 기회”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안병철 총괄사장이 사업 비전과 투자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8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안병철 총괄사장이 사업 비전과 투자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한화에어로>

주식 가치 희석화 피해 여전 주장도

한편 일각에서는 여전히 유상증자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화에어로 일반주주가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15% 할인된 가격으로 참여한다는 메리트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보다는 주식 수 증가에 따른 주식 가치 희석화 피해가 훨씬 크다는 의견이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이날 논평을 통해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의 기준은 기존주주로, 기존주주 지분율이 13% 희석화되는데 어떻게 소액주주가 이익이란 말인가”라며 “한화에어로의 소액주주 이익이라는 주장이 실수인지 의도적인 왜곡인지 밝히라”고 일갈했다.

대주주 희생이란 주장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한화에너지는 1조3000억원 납입 댓가로 약 168만주 한화에어로 신주를 배정받을 것”이라며 “한화에어로가 제시한 가이던스와 같은 고성장이 지속되면 투자금액은 매년 복리로 두 자릿수 불어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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