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회장 보유 ㈜한화 지분 절반 세 아들에게 증여…한화 “승계 완료”
김 회장 지분, 아들들보다 많아…유증 논란 덮기 위한 ‘무리수’ 평가

[인사이트코리아 = 김동수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가 촉발한 경영승계 논란이 결국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지분 증여로 이어졌다. 김 회장은 그룹 내 지주사 격인 ㈜한화 지분 절반을 김동관·동원·동선 등 세 아들에게 넘긴다.
㈜한화는 이번 지분 증여로 경영승계를 완료했다고 자평했다. 김 회장이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불필요한 오해를 풀고 본연의 사업에 집중하고자 내린 결정이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다만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가지각색이다.
동관·동원·동선 한화 지분율 42.67% 확보…경영권 승계 완료?
㈜한화는 한화그룹을 지배하는 사실상 지주사다. 한화생명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갤러리아, 한화솔루션, 한화호텔&리조트를 아우른다. 정점에는 김 회장과 아들 3형제가 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김 회장과 아들 3형제는 ㈜한화 지분을 35% 넘게 보유하고 있다. ▲김승연 회장 26.5% ▲김동관 부회장 4.91% ▲김동원 사장 2.14% ▲김동선 부사장 2.14% 등이다. 2대 주주는 지분 22.15%를 보유한 한화에너지다. 한화에너지는 김 부회장 등 3형제가 100% 지분을 가진 회사다.
이번 증여로 김 부회장 등 3형제가 보유하게 되는 ㈜한화 지분은 42.67%로 늘어났다. 김 회장 자신이 보유한 지분 중 절반인 11.32%와 한화에너지가 보유한 지분을 합한 수치다. 전날 한화그룹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지분 증여로 세 아들의 지분율이 42.67%가 돼 경영권 승계가 완료된다”고 설명했다.
경영권 승계는 보통 승계하는 사람 지분보다 승계받는 사람 지분이 많은 경우를 일컫는다. 때문에 이번 증여와 관련해 한화 측 설명대로 경영승계가 완료됐다고 보기에 애매하다. 김 회장이 여전히 두 자릿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남은 한화 지분은 11.33%다. 개인주주 몫으로는 세 아들보다 많은 수준이다.
물론 한화에너지 지분을 합치면 세 아들 지분율이 김 회장을 넘어선다. 하지만 김 회장은 여전히 경영에 관여한다. 증여 이후에도 회장직을 유지한다. 전문적인 경영노하우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경영 자문 및 글로벌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게 그의 몫이다.
한화에어로 유증 논란 덮기 위한 ‘무리수’ 시각도
한화그룹 역시 김 회장의 향후 경영 참여를 부인하지 않는다. 김 회장은 여전히 그룹 총수(동일인)이며,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는 게 회사 설명이다. 경영승계 완료라는 의미가 퇴색되는 또 다른 이유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가 지주사가 아니지만 주식 보유로 계열사를 통합·관리할 수 있는 체계이다 보니 ‘경영 승계 완료’라고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한화가 이번 지분 증여와 관련해 굳이 ‘경영 승계 완료’라는 표현을 선택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영권 승계를 완료했다는 표현은 지분과 별개로 각 아들이 어떤 사업을 맡을지 정리했다는 의미로 보인다”며 “내부적으로 그룹 분할을 어떻게 할지 논의가 끝난 게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 논란에 대응하기 위해 무리한 표현을 사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20일 3조6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했다고 공시했다. 국내 자본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다. 회사가 유상증자를 결정한 이유는 국내 방산과 해외 조선 등 투자 때문이다.
다만 이번 유상증자 결정 후 경영권 승계에는 회삿돈을 쓰고 투자는 주주 돈으로 하냐는 불만이 터졌다. 공시 1주일 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에너지와 한화임팩트파트너스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7.3%를 1조3000억원에 매입하기로 하면서다.
대표적인 재벌개혁론자인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가 승계 과정에서 계열 분리 때문이라는 비판을 받으니 이를 덮고자 ‘우리는 승계가 끝났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누구나 경영승계가 완료됐다고 믿지 않는다”며 “이러한 표현을 쓰려면 세 아들에게 계열 분리를 완벽히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