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특허 기술‘이 핵심기술
국가핵심기술 지정 기다리고 있는 고려아연
난처해진 MBK...기술지정 시 해외 매각 힘들어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MBK는 경영권 인수 시 고려아연을 중국 자본에 팔아넘길 것이다“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은 지난달 24일 기자회견에서 “고려아연에는 해외에 팔아먹을 기술이 매우 많다. 몇천억짜리 기술도 있다. 그런 기술들이 공정마다 수백개 존재한다. 이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되는 것은 재앙이다. 우리나라에서 해외로 나가는 기술을 지켜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핵심기술 유출 우려 목소리 커져
정치권도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고려아연이 보유하고 있는 핵심기술이 외부로 유출될 것을 한 목소리로 우려한다.
민병덕·박희승·정진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K가 중국계 자본까지 등에 업고 고려아연 적대적 M&A(기업인수 합병)를 시도하고 있다”며 “중국 자본과 관련 기업이 고려아연을 인수하면 세계 1위 기업의 독보적인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고 핵심 인력 이탈도 가속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일자 김광일 MBK 부회장은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고려아연 중국 매각이나 기술의 해외 유출, 생산 기반의 해외 이전 같은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고려아연 핵심기술이 무엇이기에 정치권까지 나서 지키려 하는 것일까.
핵심기술은 전구체다. 전구체는 이차전지의 핵심인 양극재를 만들기 위한 선행물질로 이차전지 생산원가의 4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핵심 소재다.
전구체는 배터리의 성능을 결정하는 양극재의 중간 단계로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을 결합해 만들며 양극재 내에서 원가 비중과 중요도가 제일 크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수급이 매우 중요하다. 국내 이차전지 기업들은 그동안 중국에 전구체를 비롯한 양극재 소재를 거의 전적으로 의존해 왔다.
하지만 고려아연이 한국전구체주식회사(KPC)를 통해 국내에서 하이니켈 전구체 대량 양산에 성공하면서 소재 자급도가 확보됐다. 실제 고려아연은 올해 3월 전세계 최초로 혁신 공정을 적용한 연간 2만톤 규모의 전구체 생산 공장을 완공했다.
또 업계 최단기간인 시험 가동 2주 만에 시제품 생산에도 성공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연내 양산이란 목표 달성도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가핵심기술 지정 시 MBK 해외 매각 힘들어질 수도
고려아연은 영풍·MBK 연합과의 경영권 분쟁 초반이던 지난달 24일 자사의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특허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판정해달라고 신청서를 제출했다. 현행 산업기술보호법은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거나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의 안전 보장 및 국민 경제 발전에 중대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규정해 특별 관리하고 있다.
현재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기·전자, 조선, 원자력 등 분야의 70여건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정부 예산이 투입된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이 인수·합병(M&A) 등 방식으로 외국 기업에 매각될 때는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 장관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업계에선 해당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최근 중국 등으로의 해외 기술유출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탓이다. 지난 5년간 97건의 해외 기술유출이 적발됐는데 그 중 국가핵심기술은 31건에 달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지난 7일 산업부 국정감사에서 “고려아연이 가진 제련기술은 매우 중요한 기술이고 산업부에서 상당히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기업과 협의해 향후 국가핵심기술 지정 관련해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국가핵심기술 지정이 현실화될 경우 MBK 입장에선 난처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MBK는 사모펀드 특성상 고려아연을 차후 다른 곳에 매각하는 엑시트를 거쳐야 하는데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하기에 중국 등 해외 매각이 봉쇄될 공산이 크다. 승인을 피하기 위해 법인을 분할하는 등의 방법도 있지만 법적 분쟁 가능성 등 현실성은 높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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