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이슈 불구, 2030년까지 중장기 성장전략 발표

HMM의 2만4000 TEU급 친환경 컨테이너선.<HMM>
HMM의 2만4000 TEU급 친환경 컨테이너선.<HMM>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국내 최대 해운사 HMM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2030년까지 총 23조5000억원을 투자하는 중장기 성장 전략을 발표했다. 컨테이너 운송사업을 중심으로 벌크 운송사업 및 통합 물류사업 영역을 확장해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선진적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와 함께 HMM은 기존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 파트너인 ONE(일본), Yang Ming(대만)과 전략적 협력을 유지하기로 합의하고 새로운 협력체인 프리미어 얼라이언스를 결성했다고 밝혔다. 

기존 동맹과 다른 점은 독일의 하팍로이드가 탈퇴하고 유럽 항로에 한해 세계 1위 선사 MSC와 선복 교환 방식으로 협력한다는 것이다. MSC와의 협력 기간은 2025년 2월부터 4년 간이다.

업계 일각에선 하팍로이드의 탈퇴로 유럽 항로가 축소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지만 실제 유럽 항로는 기존 8개(북유럽 4개·지중해 4개)에서 MSC와의 선복교환 협력을 통해 11개(북유럽 6개·지중해 5개)로 오히려 확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HMM 관계자는 "하팍로이드의 탈퇴로 발생하는 부정적 영향은 사실상 거의 없다"고 말했다.

특히 HMM은 2050년 ‘넷 제로(Net-Zero)’를 2045년으로 앞당기기 위해 친환경 경영 투자에만 총 투자금액 23조5000억원의 60% 이상인 14조4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저탄소 선대, 친환경 사업, 친환경 설비 등에 대한 투자를 통해 글로벌 친환경 선사로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이다.

HMM은 올해 2분기 매출 2조6634억원, 영업이익 6444억원의 호실적을 기록했다. 1분기 영업이익 4070억원까지 포함하면 상반기에만 1조원 넘는 이익을 거둔 셈이다. 

다만 호실적과 별개로 새로운 주인을 찾아야 하는 피매각 기업 특성상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기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우세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 아래 있는 HMM은 지난 2월 하림그룹 컨소시엄에 매각되는 방안이 무산된 바 있다. 김경배 사장은 이 같은 전망을 뒤엎고 23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선언한 것이다.

실제 투자를 할 수 있는 실탄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앞서 언급했듯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홍해 사태 등의 영향으로 상반기 좋은 성적표를 받아 들었고 글로벌 수출 경기 호조로 해운 운임이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 당분간 호실적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경배 HMM 사장.<HMM>
김경배 HMM 사장.<HMM>

김 사장은 이번 투자에 사활을 건 것으로 알려졌다. ‘정통 현대맨‘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선 두 번째 임기 기간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내년 2월 글로벌 해운동맹이 재편되고 경쟁사들이 투자를 확대하는 가운데 소극적 경영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경영진의 판단도 공격적 투자 결정의 발판이 된 것으로 보인다.

1990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김 사장은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수행비서로 10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비서실장으로 2년을 근무했다. 이후 현대자동차 글로벌전략실 사업부장을 지내다 2009년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 부사장에 선임됐다. 2018년엔 현대위아 대표이사를 역임한 뒤 2022년 HMM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올해 3월 연임에 성공했지만 당시 매각 무산과 소액 주주와의 갈등 등으로 잡음이 일었던 것이 사실이다. 첫 번째 임기와 달리 두 번째 임기는 상반기 호실적에 이어 23조원의 통 큰 투자를 바탕으로 분위기가 나쁘지 않은 만큼 남은 6개월의 임기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김경배 사장의 남은 임기의 성패뿐만 아니라 HMM의 미래가 달린 중요한 결정“이라며 “글로벌 흐름에 맞게 해운동맹을 새롭게 구축하고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및 친환경 경영체제를 제시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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