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회장, 재판 현안 직접 설명..."주식가치 산정 치명적 오류"
6공 후광설 전면 부인..."대법원서 바로잡아주길 기대"
항소심 재판부, 주식가치 산정 오류 인정하고 판결문 수정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노소영 아트나비센터 관장과의 이혼소송·재산분할 항소심 판결 관련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노소영 아트나비센터 관장과의 이혼소송·재산분할 항소심 판결 관련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 = 손민지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 측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에서 1조4000억원에 달하는 재산 분할액 근거가 된 ‘주식가치 산정’과 관련해 치명적인 오류가 발견됐다며 대법원 상고를 통해 바로잡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항소심 재판부가 최태원 회장이 1994년 취득한 대한텔레콤(현 SK C&C) 주식 가치 산정을 잘못해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의 내조 기여가 극히 과다하게 계산됐다는 게 최 회장 측 주장이다. 더불어 17일 재판부가 항소심 경정 결정을 내놓은 것에 대해 최 회장 측은 이의를 제기하는 법적 절차를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최태원 회장 “재산분할 오류 발견”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노소영 아트나비센터 관장과의 이혼소송·재산분할 항소심 판결 관련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노소영 아트나비센터 관장과의 이혼소송·재산분할 항소심 판결 관련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항소심 재판부는 17일 대한텔레콤(현 SK C&C) 주식가치 산정에 오류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즉각 판결문을 수정했다. 다만 재산분할 비율(최태원 65:노소영 35)과 재산분할 총액에 변화는 없다는 기존 입장은 유지했다.

이에 최 회장 측 법률 대리인은 “재판부 경정 결정은 스스로 오류를 인정했다는 것이나, 계산 오류가 재산분할 범위와 비율 판단의 근거가 된 만큼 단순 경정으로 끝날 일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단순한 계산 오기가 아니라 판단의 전제가 된 중요한 사항에 큰 영향을 미친 판단 오류이기 때문에 단순 경정에 그쳐선 안된다는 것이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항소심 관련 그룹 입장 설명 간담회를 열었다. 최태원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 직접 참석해 “개인적인 일로 국민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린다”며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최 회장은 전날 밤늦게까지 참석 여부에 대해 고민하다 이날 진실 규명을 위해 깜짝 발걸음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은 상고 이유에 대해 “첫째로 재산 분할과 관련해 객관적이고 명백한 오류가 발견됐다. 또 다른 커다란 이유는 SK의 성장이 불법적인 비자금과 6공화국의 후광으로 사업을 키워왔다는 판결 내용이 존재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저뿐만 아니라 SK그룹 구성원 모두의 명예와 긍지가 실추되고 훼손됐다고 생각한다”며 “대법원의 현명한 판단이 있기를 바라고, 이를 바로잡아주셨으면 하는 간곡한 바람”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SK의 성장이 불법적인 비자금이나 공화국의 후광으로 이뤄졌다는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 내용은 사실이 아니고, 역사가 부정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이번 재산 분할로 SK그룹에 대한 지배력이 약해져 ‘적대적 인수합병(M&A) 대상이 될 우려가 있다’는 질문에 대해 “적대적 인수합병이나 위기로 발전되지 않게 예방해야 하는 문제도 있겠지만, 설사 그런 일이 생긴다고 해도 막을 역량이 충분하다”고 답했다.

이날 최 회장 측은 항소심 재판부가 대한텔레콤(현 SK C&C)의 주식가치 산정 과정에서 두 차례의 액면분할을 고려하지 않아 자신의 기여도를 10배 높게 측정했고, 이에 따라 분할 재산액도 잘못 계산됐다고 설명했다. 대한텔레콤은 현재 SK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SK㈜의 모태가 되는 회사다.

최 회장의 법률 대리인 이동근 화우 변호사는 “최 회장이 1994년 취득한 대한텔레콤 주식 가치 산정에 있어 항소심 재판부가 심각한 오류를 범했다”고 밝혔다. 판결의 주 쟁점인 주식가치 산정을 잘못해 노 관장의 내조 기여가 극도로 과다하게 계산됐다는 것이다. 그는 “항소심 재판부는 해당 오류에 근거해 SK㈜ 주식을 부부공동재산으로 판단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재산 분할 비율을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30일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1994년 11월 최 회장 취득 당시 대한텔레콤 가치를 주당 8원,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 주당 100원, SK C&C가 상장한 2009년 11월 주당 3만5650원으로 각각 계산했다. 이를 통해 최종현 선대회장의 기여분은 12.5배, 이후부터 2009년 SK C&C 상장까지인 최 회장의 기여 부분은 355배로 판단했다.

최 회장의 기여분이 커지면서 이혼소송에서 분할할 재산(부부공동재산) 크기가 커졌고, 노 관장은 그중 35%의 기여분이 인정돼 위자료 20억원과 함께 1조3808억원의 재산 분할을 받게 된 것이라는 게 이 변호사의 설명이다.

이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부는 잘못된 결과치에 근거해 최 회장이 승계상속한 부분을 과소평가하면서 최 회장을 사실상 창업을 한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단정했다”며 “또한 이에 근거해 SK㈜ 지분을 분할 대상 재산으로 결정하고 분할 비율 산정 시에도 이를 고려했기에, 앞선 치명적 오류를 정정한 후 결론을 다시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 관장 측 이상원 변호사는 입장문을 통해 “항소심 법원의 논지는 원고가 마음대로 승계상속형 사업가인지와 자수성가형 사업가인지를 구분 짓고 재산분할 법리를 극히 왜곡해 주장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것”이라며 “SK C&C 주식 가치의 막대한 상승은 그 논거 중 일부”라고 밝혔다.

노 관장 측은 “이번 원고 주장에 의하더라도 여전히 SK C&C 주식 가치가 막대한 상승을 이룩한 사실은 부정할 수 없고 결론에는 지장이 없다”며 “일부를 침소봉대해 사법부 판단을 방해하려는 시도로 매우 유감”이라고 전했다.

300억 비자금은 ‘정체불명의 메모’, 6공 후광설은 ‘가짜뉴스’

 

이날 간담회에서 이동근 화우 변호사는 “최 회장이 1994년 취득한 대한텔레콤 주식 가치 산정에 있어 항소심 재판부가 심각한 오류를 범했다”고 설명했다.<SK>
이날 간담회에서 이동근 화우 변호사는 “최 회장이 1994년 취득한 대한텔레콤 주식 가치 산정에 있어 항소심 재판부가 심각한 오류를 범했다”고 설명했다.<SK>

 

SK그룹은 또 다른 쟁점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억 비자금’과 ‘6공화국 후광설’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300억 약속어음은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수사에서도 드러나지 않았던 ‘정체불명의 메모’에 불과하고, SK그룹은 정작 6공화국 시기에 다른 기업보다 매출 성장률이 낮았다는 것이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위원장은 “300억원의 노태우 정부 비자금이 SK에 들어왔다고 하는데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어떤 용도로 (비자금이) 왔다는 것인지 세부적인 내용도 없이 팩트(사실)로 치부되고 있다”며 “1995년 비자금 조사 때도 300억원은 전혀 나오지 않았던 내용”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SK그룹이 6공화국 후광으로 성장했다는 판결에 대해서는 “6공화국 시기 SK그룹은 10대 그룹 중 (매출 성장률이) 1.8배로 가장 낮았다”며 “당시 SK는 재계 5위그룹이었는데 성장률은 10곳 중 9위에 그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SK그룹이 6공화국 비호로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SK가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하던 시절은 김영삼(YS) 정부 때로 5공·6공화국을 청산하던 시절이었다”며 “SK는 6공화국의 특혜로 성장한 기업이 절대로 아니다. 6공 특혜설은 해묵은 가짜뉴스”라고 일축했다.

SK그룹의 공식 입장 발표는 지난달 30일 열린 항소심 판결 후 18일 만에 이뤄졌다. 항소심 재판부가 노 전 대통령과 SK그룹 간 정경유착을 인정한 일로 인해 그룹 이미지가 추락될 것을 우려한 행보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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