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배당총액제, 분기별균등현금배당 도입
PBR 0.51배로 은행그룹 최고…외국인 비율 1등
이사회 성 다양성, 주가 상승 촉매제 역할

[인사이트코리아 = 박지훈 기자] 양종희 회장 취임 이후 주주환원 강화, 성 다양성 확대 등 지배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는 KB금융그룹의 주가 흐름이 심상치 않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투자 대상을 선정할 때 비중 있게 감안하는 ESG경영 성적표가 우수하고 여기에 양호한 실적까지 뒤따라 강세가 두드러진다는 분석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KB금융지주 종가는 7만7300원으로 연초(5만3600원)보다 44.2% 올랐다. 해당 기간 주가수익률은 은행지주사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리딩뱅크 맞수인 신한금융은 21.9%로 절반 수준, 우리금융의 경우 12.8%에 불과했다.
KB금융 주가 강세는 주주환원을 강화한 영향이 크다. KB금융은 올해 1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총액 기준 분기별 균등 현금배당, 예상 가능한 연간 현금배당 총액 제도를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주주가 1년에 얼마나 현금배당을 받을지 예상할 수 있도록 연간 현금배당액을 정해 공시하고 이를 분기별로 균등하게 나눠 주겠다는 것이다. 연말 결산까지 배당 규모를 알 수 없었던 이전과 비교하면 획기적인 주주친화 정책이다.
양종희 회장은 지난해 11월 취임 이후 주주환원 정책 강화를 강조해왔다. 지난 16일(현지시각) 뉴욕에서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이 주최한 뉴욕 투자설명회(IR)에서 양 회장은 “분기 균등배당을 도입했고 금융지주 최초로 자사주 매입도 했다”며 “앞으로 최소한 명목 성장이 되고 수익이 창출된다면 많은 부분을 주주에게 환원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강화된 주주환원, 외국인 투자 이끌어
KB금융은 이 같은 제도 시행과 함께 매년 최소 주당배당금(DPS) 유지와 점진적인 확대,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병행을 약속하며 주주환원 정책 강화로 지배구조 개선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주주환원 수준은 대표적인 지배구조 평가 요소 중 하나다.
주주환원 강화 발표는 업계 ‘저(低)PBR’ 탈출 선두고 치고 나가는 동력이 됐다. KB금융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1배로 신한금융(0.45배), 하나금융(0.45배), 우리금융(0.35배)보다 시장에서 양호한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이번 주주정책을 알린 실적 발표일(4월 25일) 이후 KB금융 주가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이날 종가는 4월 24일 대비 12.2% 상승했다. 신한(9.3%,) 하나(8.3%), 우리(3.2%) 등 경쟁사 가운데 이날 종가가 실적 발표 전날보다 10%를 상승한 곳은 없었다.
특히 KB금융의 주가 상승은 외국인의 투자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결과라는 평가다. KB금융 주식의 외국인 보유 비율은 전날 기준 76.7%로 1년 전(72.7%)보다 4%포인트(p) 높아졌다. 같은 기간 하나(69.9%), 신한(61.1%), 우리(42.6%)의 외국인 비율은 평균 2%p 늘어나는데 그쳤다.
“성 다양성, 지배구조 개선 효과”
KB금융은 이사회 운영 변화를 통해 지배구조 개선을 꾀하기도 했다. 지난 3월 권선주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며 지주 설립 이후 처음으로 여성 이사회 의장을 배출했다. 권 의장은 2013년 IBK기업은행장으로 취임해 국내 은행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KB금융 이사회 내 여성 이사 비중은 국내 은행 최대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평균을 웃돈다. KB금융의 여성 사외이사는 3명(권선주‧여정성‧조화준)으로 그 비중(42.8%)도 절반에 달한다. 글로벌 회계법인 딜로이트가 조사한 지난해 국내 461개사 평균은 (8.8%)에 불과하고 KB금융은 글로벌 1만8085개사 평균(22.3%)보다 높다.
KB금융의 성 다양성 확대 등 이사회 운영 개선이 주가 상승에 기여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 의사결정 그룹에서 성 다양성이 이뤄져 있다고 주가가 고공행진하진 않지만 실적이 좋을 때 주가 상승 등 효과로 이어지는 배경이 될 수 있다”며 “외국인 투자자라면 한국 은행주들의 실적이 모두 좋을 때 주주환원과 지속가능성 수준이 양호한 곳에 먼저 투자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한석 한국딜로이트그룹 기업지배기구발전센터 센터장은 “이사회의 다양성을 확대하면 기업 거버넌스 전반을 개선하고, 이사회의 경영진 감독 효과성과 회계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