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펑가 주가 부양 의지...주주와의 신뢰관계 '돈독'
자회사 상장에 따른 지주사 디스카운트 우려
차기 총수 후보의 장기적 지주사 지분 확대 움직임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5월 3일부터 현재까지 누적 20만주가 넘는 HD현대 주식을 사들였다.<HD현대>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5월 3일부터 현재까지 누적 20만주가 넘는 HD현대 주식을 사들였다.<HD현대>

[인사이트코리아 = 손민지 기자] 경‧재계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에 관한 논의를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오너가 일원들이 잇따른 자사주 매입으로 밸류업에 앞장서고 있다. 자사주 매입은 주주가치 제고의 대표 방안인 자사주 소각을 위해 거쳐야 하는 절차다. 유통되는 주식 수를 줄이면서 주당 가치가 오르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사주 매입은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주주환원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늘어나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 ‘최대주주 등 소유주식변동신고서’에 따르면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지난 5월 22일부터 24일까지 지주사 HD현대의 총 4만3500주를 취득했다. 주식 취득 기간의 HD현대 평균주가(6만8133원)를 감안할 때 3일간 정 부회장은 자사주 매입에 약 3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추산된다. 정 부회장은 주가부양을 명목으로 이달 3일부터 연이어 HD현대 주식을 매입했다. 총 23만8848주를 사들인 것으로 확인된다. 이에 따라 정 부회장의 HD현대 지분율은 기존 5.26%에서 5.56%로 확대됐다. 업계에서는 자회사 HD현대마린솔루션 상장으로 인한 지주사 디스카운트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책임경영 차원으로 지분 매입이 이뤄졌다고 분석한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HD현대의 동일인(총수)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다. 하지만 ‘오너 3세’ 정 부회장은 겸직 임원으로 활동하는 계열사를 늘리며 자신의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다. 정 부회장이 임원으로 등재된 회사는 지주사 HD현대를 포함해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오일뱅크 ▲HD현대사이트솔루션 ▲HD현대마린솔루션 등 총 5곳으로, 모두 그룹 핵심 계열사다. 이들 계열사가 각각 영위하는 조선(HD한국조선해양), 정유·에너지(HD현대오일뱅크), 건설기계(HD현대사이트솔루션) 사업은 그룹 삼각편대로 꼽힌다.

정 부회장이 최근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한 HD현대마린솔루션 겸직 임원을 맡은 것도 책임경영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정 부회장이 출범을 주도하며 남다른 애정을 가져온 회사로 알려진다. 승계 작업이 본격화된 상황에 HD현대마린솔루션은 정 부회장의 경영 능력 평가 지표로 활용될 전망이다.

한화가 3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부사장)이 지난해부터 꾸준히 매입한 자사주는 약 56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4월부터 총 137회에 걸쳐 자사주를 사들였고, 올해 5월에 들어서는 네 차례에 걸쳐 4만9000주를 매수했다. 이에 김동선 본부장의 한화갤러리아 보통주 지분율은 2.32%까지 올랐다.

김 본부장의 지분 규모는 지주사인 한화(36.15%) 다음으로 높다. 업계는 김 본부장의 자사주 매입을 한화푸드테크를 통한 로봇산업 확장  등 신사업 발굴과 함께 지배력 확보를 통한 책임경영 강화의 일환이라고 보고 있다.

남매간 경영권 분쟁을 겪는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도 경영권 사수를 위해 자사주 매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5월 중순 아워홈 임시 주총에 올라온 안건에 따르면 구 부회장 측은 아워홈의 배당 가능 이익인 5331억원을 활용해 1년 안에 전체 지분의 61%에 해당하는 자사주 1401만9520주를 사들이겠다고 제안했다.

이밖에도 DB하이텍은 ‘주가 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지난해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데 이어 올해 5월 7일에도 2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취득을 결의했다. 엔씨소프트는 측은 5월 10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주가가 청산가치에 근접할 정도로 하락해서 1000억원가량의 자사주를 매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 공시 건수는 65건, 총 매입 액수는 2조1992억원이다. 지난해 공시 건수 139개, 매입 액수 3조3919억원과 비교해 공시 건수는 절반에 못 미치지만, 매입 규모는 50%를 넘어섰다. 상장사들의 취득목적은 65건 중 47건이 주가 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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