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리스크 해소 후 첫 사장단 인사...자신만의 색깔 구체화
하버드대 교수 출신 기술 인재 영입…‘AI 드리븐 컴퍼니’ 대전환 속도

이재용(가운데) 삼성전자 회장이 전영현(왼쪽)·노태문(오른쪽) 투톱 체제를 구축해 초일류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뉴시스·삼성전자, 편집: 남빛하늘>
이재용(가운데) 삼성전자 회장이 전영현(왼쪽)·노태문(오른쪽) 투톱 체제를 구축해 초일류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뉴시스·삼성전자, 편집: 남빛하늘>

[인사이트코리아 = 남빛하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전영현·노태문 ‘투톱’ 체제를 구축하고 외부 기술 인재를 영입했다. 2026년은 10년 넘게 이 회장을 괴롭혀 온 ‘사법리스크’를 완전히 털어낸 뒤 처음 맞는 해인 만큼 자신만의 색깔로 삼성의 ‘초일류 DNA’ 복원에 더욱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기대된다.

21일 삼성전자는 사장 승진 1명, 위촉업무 변경 3명 등 총 4명의 ‘2026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당초 재계에서는 대대적인 인사 폭을 전망했지만 쇄신보다 안정에 방점을 둔 소폭 인사가 이뤄졌다.

이번 인사는 특히 이건희 선대회장 때 구축했던 삼성의 ‘초일류 DNA’를 복원하겠다는 이재용 회장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잠시 숨죽였던 삼성만의 DNA를 되살려 AI 시대를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문화를 쇄신하고, 단기 실적보다는 멀리 보는 혜안이 필요하다는 게 이 회장의 생각이다.      

전영현·노태문 ‘2인 대표’ 체제 회귀

이번 인사로 노태문 사장은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직무대행’ 꼬리표를 떼고 정식 부문장이 됐다. 동시에 대표이사로도 선임되며 삼성전자는 전영현·노태문 ‘2인 대표’ 체제로 공식 전환했다.

노 사장은 이 회장의 ‘믿을맨’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지난 2007년 만 38세 나이로 상무에 오른 노 사장은 2011년 전무, 2013년 부사장 등 초고속 승진을 이어가며 삼성전자 내부에서 ‘이재용의 남자’로 불려 왔다.

지난 3월에는 한종희 부회장 별세로 공석이 된 DX부문장 직무대행을 맡아 빠르게 조직을 안정시키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올해 DX부문은 ‘갤럭시S25’ 판매 호조와 전략 TV 제품 확대 등에 힘입어 수익성도 개선됐다.

전영현 부회장은 내년에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을 이끈다. 전 부회장은 지난해 5월 반도체 사업 위기를 돌파할 ‘구원투수’로 전격 투입됐다. 당시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밀리며 고전하고 있었다.

최근 DS부문에서는 이른바 ‘전영현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올해 3분기에만 매출 33조1000억원, 영업이익 7조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 3.1% 증가한 수치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에 내줬던 메모리 선두 자리도 재탈환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메모리 사업에서 매출 194억 달러를 올린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간 SK하이닉스 매출은 175억 달러로 추정된다.

전 부회장과 노 사장은 각각 메모리사업부장,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 겸직도 그대로 이어간다. 삼성전자는 “MX, 메모리 등 주요 사업의 지속적인 경쟁력 강화와 시장 선도를 위해 양 부문장이 겸직하는 체제를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2인 대표 체제를 복원하고 핵심 사업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 하에서 경영 안정을 도모하는 동시에 미래 기술을 선점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AI 드리븐 컴퍼니’ 전환 속도

이번 인사에서는 외부 기술 인재를 과감히 영입한 점도 눈길을 끈다. 이 회장의 ‘인재 제일’ 경영 철학이 반영된 결정으로 인공지능(AI) 중심 기술 혁신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가 드러난다. 최근 삼성전자는 ‘AI 드리븐 컴퍼니(Driven Company)’로의 대전환을 선언하고 AI 주도권을 잡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윤장현(왼쪽) 삼성전자 신임 DX부문 CTO, 박홍근 신임 SAIT 원장.<삼성전자>
윤장현(왼쪽) 삼성전자 신임 DX부문 CTO, 박홍근 신임 SAIT 원장.<삼성전자>

이에 따라 전 부회장이 맡고 있었던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원장직에 박홍근 사장이 새롭게 위촉됐다. 1967년생인 박 사장은 1999년 하버드대 교수로 임용돼 25년 넘게 화학·물리·전자 등 기초과학과 공학 전반 연구를 이끌어 온 글로벌 석학이다.

박 사장은 나노 기술 전문성과 학문간 경계를 뛰어 넘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양자컴퓨팅, 뉴로모픽반도체 등 미래 디바이스 연구를 주도할 예정이다. 박 사장은 내년 1월 1일자로 삼성전자에 입사한다.

DX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에는 윤장현 삼성벤처투자 대표이사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임명했다. 윤 사장은 MX사업부 IoT&타이젠개발팀장, 소프트웨어 플랫폼팀장, 소프트웨어 담당 등을 역임한 ‘소프트웨어 전문가’다.

윤 사장은 지난해 말 삼성벤처투자 대표를 맡아 AI·로봇·바이오·반도체 등 유망기술 투자를 주도해 왔다. 앞으로 DX부문 CTO로서 모바일·TV·가전 등 주력 사업과 AI·로봇 등 미래 기술간 시너지를 만들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미래 신기술 연구와 AI 드라이븐 컴퍼니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각 분야 최고 전문가를 SAIT 원장, DX부문 CTO에 과감히 보임했다”며 “AI 시대 기회 선점 기반을 마련했다”고 부연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수시 인사를 통해 사장 2명도 선임했다. 지난 3월 최원준 부사장을 MX사업부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으로 승진시켰고 4월에는 3M, PepsiCo 등 글로벌 브랜드 최고디자인책임자(CDO)를 역임한 마우로 포르치니를 DX부문 CDO 사장으로 영입했다.

삼성전자는 “향후에도 우수 인재를 연중에 승진시키는 수시 인사 기조를 이어갈 예정”이라며 “부사장 이하 2026년도 정기 임원인사와 조직개편도 조만간 확정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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