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팀 신설…팀장에 ‘빅딜 전문가’ 안중현 사장
하만 인수 이후 8년…‘빅딜 시계’ 다시 돌아간다

[인사이트코리아 = 남빛하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M&A(인수·합병) 모드’에 돌입했다. 최근 상설 조직으로 재편한 사업지원실에 인수·합병팀을 신설하면서다. 이를 계기로 삼성전자의 대규모 M&A가 본격화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사업지원실에 전략팀, 경영지원팀, 인사팀 외에 M&A팀을 신설했다. 기존에도 M&A 담당 인력이 있었지만 별도 팀을 만들어 인력을 집중 배치한 것이다.
M&A팀장은 안중현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담당임원 사장이 맡았다. 1986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안 사장은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래전략실과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에서 근무한 ‘전략·기획통’이다.
특히 안 사장은 삼성전자의 굵직한 M&A 프로젝트를 이끈 ‘빅딜 전문가’로 평가 받는다. 지난 2017년 약 9조4000억원을 들여 인수한 미국 오디오·전장기업 ‘하만(Harman)’이 대표적인 성과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M&A팀을 꾸린 만큼 향후 대규모 M&A를 통해 신사업 발굴에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 7월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하며 경영 행보가 한층 자유로워진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삼성전자의 ‘빅딜 시계’는 하만을 끝으로 사실상 멈춰 있다. 물론 지난 5월 유럽 최대 냉난방공조(HVAC) 업체 독일 플랙트그룹(FläktGroup)을 약 2조4000억원에 인수하며 8년 만에 조(兆) 단위 M&A를 성사시키긴 했다. 다만 현금 여력과 기업 규모 등을 감안하면 빅딜까진 아니라는 평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약 47조1200억원이다. 현금화가 쉬운 단기금융상품(53조5806억원)까지 포함하면 실질 현금성 자산은 100조7006억원에 이른다.
반도체·로봇·메드텍…이재용 선택은?
삼성전자가 단행할 주요 M&A 후보군으로는 주력 사업인 반도체를 비롯해 인공지능(AI), 로봇, 메드텍(의료기술) 등이 거론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AI 산업 성장이 만들어가는 미래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며 “로봇·메드텍·차세대 반도체 등의 영역에서 도전을 이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설계(팹리스) 기업에 대한 M&A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기술 경쟁력이 있는 우수한 팹리스 기업을 M&A 한다면 생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생성형 AI 확산으로 빠르게 성장 중인 메드텍 분야도 물망에 오른다. 삼성전자는 2010년 12월 초음파 의료기기 업체 메디슨(현 삼성메디슨)을 인수하며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해 5월에는 프랑스 AI 의료기기 스타트업 소니오를 사들였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 전반에서 AI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만큼 AI 관련 기술 기업에 대한 M&A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며 “이 경우 로봇, 반도체, 자율주행 등 다양한 분야와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M&A 활동은 삼성전자가 빠르게 변하는 글로벌 기술 경쟁 환경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미래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핵심 전략”이라며 “첨단 신기술 분야에서 생태계 진입과 기술력 강화 효과가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