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회장, 여승주 부회장 李 대통령 회의 참석
HD현대, 마스가 관련 美 현지 조선소 인수 언급
여 부회장, 국내 조선·방산 분야 11조원 투자 밝혀
핵잠수함 건조 관련 “정부의 협상 성과 경의 표한다”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국내 조선·방산 업계 양대산맥이자 라이벌 HD현대와 한화가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양사는 이재명 대통령 앞에서 천문학적 금액의 투자 계획을 밝히는 등 향후 한판 승부를 예고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정기선 HD현대 회장과 여승주 한화그룹 부회장은 지난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 참석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전략경제협력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 중인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과 동행하고 있어 여 부회장이 대신 참석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 李 대통령에게 15조원 통 큰 투자 약속
정 회장은 이 대통령에게 15조원 규모의 국내 투자 계획을 제시했다. HD현대오일뱅크 등 에너지 분야와 HD현대로보틱스·HD현대건설기계 등 기계·로봇 분야에 8조원을, 조선해양 분야에 7조원을 투입한다.
그는 국내 최대 조선해양 산업 클러스터인 전남 대불 산업단지와 관련해 “인공지능(AI) 조선기술 실증센터와 AI 기반 스마트 조선소 등 두 가지 대형 연구개발(R&D)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대불 산단에 위치한 30여 개 중소 기자재 업체 및 지역 중소 조선소의 경쟁력 강화와 AI 기술의 해외 수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마스가 관련 사업 추진에 대해서도 미국 현지 투자를 늘릴 구상을 밝혔다. HD현대는 미국계 사모펀드(PEF) 서버러스캐피털, 산업은행과 손잡고 50억 달러(약 7조3000억원) 규모 투자펀드를 조성할 예정이다.
그는 “내년부터 미국 조선소 인수와 업그레이드, 첨단 선박 개발 및 건조, 조선 기자재 공급망 확충 등의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동관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데 이어 오스탈 모빌조선소 인수까지 추진하고 있는 반면 정 회장은 미국 조선소 인수 등과 관련해 한발 늦은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마스가 추진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날 정 회장이 이 대통령에게 미국 조선소 인수를 언급한 만큼, 빠른 추진이 전망된다.
미국 조선소 인수 유력 후보로는 올해 들어 협력을 맺은 헌팅턴잉걸스의 잉걸스 조선소와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ECO) 조선소 5곳 중 한 곳이 거론된다. 실제 헌팅턴잉걸스와 손잡고 미 해군의 차세대 군수지원함 공동 건조를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여승주 한화그룹 부회장, 향후 5년간 11조원 투자 밝혀
마스가 추진 과정에서 HD현대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한화도 이날 국내 조선·방산 분야에서만 향후 5년간 약 11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여승주 부회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방산사업의 성장과 조선업의 정상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정부와 국민의 큰 지지와 성원을 받았다”며 “11조원의 국내 투자를 통해 협력 업체 매출이 2024년 9조원에서 2030년 21조원으로 2.3배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화는 미국 필리조선소에 5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신규 조선소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여 부회장은 이와 관련해 “미국 조선 시장에 대한 투자는 국내 생산 기반이 미국으로 이전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한화해운이 필리조선소에 발주한 선박의 경우 설계부터 핵심인 기자재까지 선박 가격의 약 40%가 국내에서 공급된다”고 강조했다.
여 부회장은 핵잠수함 건조에 대해선 “정부의 협상 성과에 경의를 표한다”며 “한화는 글로벌 잠수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옥포조선소를 확장 중으로 다양한 수요에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가 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을 위해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원자력 추진 잠수함 연료 공급을 허용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 만에 이를 승인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에는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사실상 필리조선소에서의 건조를 못 박았다. 다만 우리 정부는 국내 건조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향후 추가 협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민간 합동회의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여승주 한화그룹 부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국내 주요 기업들은 833조원 국내 투자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