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 반도체 종합 기업 변신…하이테크 매출 급증
현대건설, ‘에너지 전환 리더’ 목표…신재생에너지 수주 확대
대우건설, 설계·시공부터 해체까지 원전 생애주기 전반 아울러

대형 건설사들이 주택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하이테크 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챗GPT>

[인사이트코리아 = 이세령 기자] ‘주택 명가’로 불리던 대형 건설사들이 잇따라 변신을 꾀하고 있다. 주택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원자력’과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에너지’, SK에코플랜트는 ‘반도체’, 대우건설은 ‘원자력’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았다. 이들 모두 주택 사업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신성장 산업으로의 체질 전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서울에는 더 이상 개발할 땅이 없고 지방은 악성 미분양 사태가 심각하다”며 “한때는 아파트 분양만으로도 기업이 굴러갔지만 이제는 다르다. 대형 건설사들이 다른 사업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 반도체 종합 기업으로 변신…하이테크 매출 급증

특히 건설업계는 SK에코플랜트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 회사는 환경사업 부문을 정리하고 반도체를 포함한 하이테크 사업을 키우며 ‘반도체 종합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SK그룹이 최근 몇 년간 ‘에너지’ ‘정보통신’ ‘반도체’를 축으로 사업 구조를 전면 재편해온 흐름과 맞물려 있다.

회사 측은 1년에 걸쳐 환경사업 자회사 ▲리뉴어스 ▲리뉴원 ▲리뉴에너지충북 등을 정리하고 반대로 SK그룹 내 반도체 관련 계열사 ▲SK트리켐 ▲SK레조낙 ▲SK머티리얼즈제이앤씨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 편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0월 30일에는 김영식 SK하이닉스 양산총괄을 신임 사장으로 내정하며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실제 성과도 눈에 띈다. SK가 지난 8월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하이테크 매출은 2024년 2분기 2261억원(5.3%)에서 올해 2분기 2조9303억원(50.53%)으로 급증했다. 사업 구조 전환 효과다.

현대건설이 시공한 용인 죽전 퍼시픽써니 데이터센터.<현대건설>
현대건설이 시공한 용인 죽전 퍼시픽써니 데이터센터.<현대건설>

현대건설, ‘에너지 전환 리더’ 목표…신재생에너지 수주 확대

현대건설도 ‘에너지 트랜지션 리더’를 목표로 신재생에너지와 데이터센터, 석유화학, 원자력 공사 수주를 확대하고 있다. 회사는 올해 ▲페르미 아메리카 AI 캠퍼스 ▲TIMBUTKU 데이터센터 ▲사우디아라비아 태양광 송전선로 등 주요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이에 힘입어 플랜트·뉴에너지 부문 반기 누적 매출도 성장했다. 국내 매출은 지난해 7340억원에서 올해 1조4712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전체 매출 대비 비중도 4.2%에서 9.6%로 확대됐다. 해외 매출은 3조929억원에서 3조2428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7%에서 21.2%로 높아졌다.

회사는 특히 수소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한다. 지난 3월 이사회에서 사업 목적에 ‘수소에너지’를 추가했다. 반기보고서에서도 수소 사업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회사 측은 보고서를 통해 “수소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핵심 수단”이라며 “대규모 수소 플랜트 EPC(설계·조달·시공)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업 기회를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체코 신규 원전 예정부지인 두코바니 전경.<한국수력원자력>
체코 신규 원전 예정부지인 두코바니 전경.<한국수력원자력>

대우건설, 원전 생애주기 전반 아우른다…설계·시공부터 해체까지

대우건설은 ‘원자력’ 밸류체인 전반을 아우르는 기업을 목표로 한다. 1991년 월성 원자력 3·4호기 주설비공사를 시작으로 30여 개 원자력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쌓은 경험을 토대로, 글로벌 원전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지난 2018년에는 체코 원전 사업 시공주관사로 선정됐다. 현재는 한국수력원자력, 한전기술, 한국원자력원료, 한전KPS, 두산에너빌리티와 함께 팀코리아 일원으로 체코 두코바니 원전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신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3일 보고서를 통해 “체코 대형원전의 경우 연내 수주가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며 “총 사업비 26조원 규모로 과거 UAE바라카 원전을 고려 시 5조원 이상의 도급계약이 가능 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원자력 사업은 규모가 크고 높은 기술력을 요구한다”며 “해당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국내외 기업들과 협력해 원전 밸류체인 전반을 아우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회사는 원전 EPC를 넘어 유지보수·해체·연료 저장시설 등 생애주기 전반을 아우르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SMR(소형모듈원전) 사업 확대를 위해 2023년 한국수력원자력과 혁신형 SMR 개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이러한 행보는 주택사업 의존도를 점차 낮추는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매출 가운데 65.7%가 주택건축에서 발생했다. 2024년에는 65.1%, 2023년에는 61.9%로 타 건설사에 비해 주택건축 매출 비율이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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