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코리아 = 이세령 기자] 그야말로 지역주택조합(지주택) 춘추전국시대다. 지주택은 당초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됐지만 제도적 허점과 감독 부재로 투기와 분쟁의 온상이 됐다. 이에 정부는 결국 ‘폐지’ 검토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전국에서 추진 중인 지주택 사업은 2024년 말 기준 618개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 사업 중에서는 지연, 조합원 간 갈등, 심지어 분양권 사기까지 발생하며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제도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9월 1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52개 조합에서 총 641건의 법령 위반이 적발됐다. 주요 위반 유형은 ▲정보 미공개·지연(197건) ▲가입계약서 작성 부적정(52건) ▲허위·과장 광고 모집(33건)등이다.

‘투명성 없는 운영’이 반복되는 모습이다. 정부가 제도 폐지를 조심스레 검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0월 13일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토부 차원에서 폐지 수준으로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주택 문제는 오랫동안 풀리지 않는 숙제였다. 특히 2010년대 중반 이후 지주택 사업 추진 건수가 급증하면서 관련 분쟁과 피해 사례도 함께 늘었다. 

정부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주택법을 개정하며 제11조 3항부터 5항을 신설했다. 조합원을 보호하고 사업 지속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다. 제3항은 조합의 50% 이상 토지 사용권원 확보, 제4항은 가입 신청자에게 내용을 충분히 설명할 의무, 제5항은 모집 광고에 포함할 내용과 금지 사항 내용 등을 담았다.

그러나 조합원 문제와 피해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 보평역 서희스타힐스아파트 지주택의 한 조합원은 기자에게 “건설사와 시행사, 업무대행사가 교묘하게 눈을 속이면 일반 조합원이 이겨낼 방법이 없다”며 “조합장까지 나서면 더욱 속수무책”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제는 제도 자체를 다시 들여다볼 때다. 지주택은 태생적으로 위험을 조합원에게 전가하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일반 분양 아파트는 사업 주체가 토지를 확보하고 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후 분양하지만 지주택은 조합원이 토지 확보를 시작으로 사업 전 과정을 주도해야 한다. 이 구조에서 문제가 시작된다.

조합원 모집 단계에서는 50% 토지 사용권원을 확보해야 하지만, 사업계획 승인에는 토지 95% 이상 확보가 필요해 간극이 발생한다. 게다가 토지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사업이 장기화되면서 발생하는 이자 등 금융 비용 역시 조합원의 몫이다.

조합 운영에 대한 감독 기능 부족도 문제를 키운다. 특히 조합 집행부와 업무대행사가 결탁해 금액을 부풀리거나 불필요한 용역 계약을 체결하는 사례도 다수 확인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지주택 문제를 지적하며 ‘폐지’ 필요성에 입을 모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 채상욱 커넥티드코리아 대표 모두 제도가 설계 단계부터 잘못됐으며 다른 정비 방식으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제는 선택을 내릴 때다. 더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제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폐지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세령 인사이트코리아 기자.
이세령 인사이트코리아 기자.

 

저작권자 © 인사이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