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운반선, 멤브레인 화물창 기술 독보적
전 세계 발주량 70~80% 꾸준히 수주
FLNG도 접수...삼성重 올해 발주 절반 차지
철강업계 보릿고개 속 컬러강판 나홀로 순항

중국이 ‘기술 굴기(崛起)’를 본격화하며 글로벌 주도권을 노리고 있다. AI와 자동차·석유화학 등 미래와 전통 산업을 가리지 않는 전방위 공세다. 한국 입장에선 위기지만 모든 분야에서 밀리는 것은 아니다. <인사이트코리아>는 우리나라가 중국 정부 주도의 레드테크 보다 앞서는 기술들을 짚어본다.<편집자주>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글로벌 조선업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한국 조선업계가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과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생산설비) 분야에서 중국을 압도하는 기술 경쟁력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형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시장을 중심으로 세계 1위 조선 강국으로 올라선 중국이 LNG 분야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지만 고난도 기술과 안정성이 요구되는 영역에서는 한국이 확실한 우위를 지키고 있다.
韓, 압도적 기술력 바탕 전세계 LNG운반선 시장 장악
LNG운반선은 액화천연가스를 영하 163도 극저온 상태로 저장·운송해야 하기 때문에 선박 구조 설계부터 화물창 소재, 재액화 장치 등 모든 공정에 첨단 기술이 필요하다. 실제 발주 현황이 이를 입증한다. 올해(8월말 기준)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 선박은 모두 16척이며 이중 14척을 국내 조선사가 수주했다. 삼성중공업이 7척, HD현대삼호가 5척, 한화오션이 2척이다.
국내 조선 3사(HD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한화오션)는 멤브레인 화물창 기술을 기반으로 오랜 운용 경험과 안정적 품질을 앞세워 글로벌 선주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다. 멤브레인 화물창은 두께 수십 밀리미터 스테인리스·인바강 패널과 단열재를 정밀 용접해 액화천연가스를 안전하게 저장하는 구조물로 선박의 기술 신뢰성을 좌우하는 핵심 설비다.
조선 3사는 전 세계 LNG선 발주량의 70~80%를 꾸준히 수주하며 이 정밀 시공 경험과 신뢰성을 압도적으로 축적해왔다. 프랑스 GTT의 라이선스 기반 기술뿐 아니라 KC-1·KC-2 같은 자체 기술도 상용화 단계에 올려놨다.
반면 중국은 최근 수주를 늘리고 있으나 대형선 경험과 안정성 검증에서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다. 선주들 역시 품질과 신뢰를 중시해 한국 조선소를 선호한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LNG선은 선박 인도 이후 실제 운항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손해 규모가 수천억 원에 달한다”며 “납기 지연, 화물창 누설 위험 등이 지적되는 한 중국 조선소의 경쟁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FLNG, 韓 개척 초고난도 분야...독주 장기화 전망
FLNG는 천연가스를 채굴한 뒤 이를 정제하고 액화천연가스(LNG)로 액화해 저장·하역까지 할 수 있는 복합 해양플랜트다. 흔히들 ‘바다 위 LNG 공장’으로도 불린다. 고도 기술력이 요구되는 만큼 일반적인 선박보다 가격이 3~5배가량 비싸다. 그렇기에 수주 잔고를 채우지 않더라도 경쟁사 대비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국내 조선업계는 이미 세계 최초의 상업용 FLNG를 성공적으로 인도한 경험을 갖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프렐루드 FLNG’와 한화오션이 완성한 ‘코랄 사우스 FLNG’는 각각 호주와 모잠비크 해역에서 상업 운전을 진행 중이다.
올해 역시 발주된 FLNG 프로젝트 총 10기 가운데 절반인 5기를 삼성중공업이 차지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7월 3조6000억원 규모의 모잠비크 코랄 북부 가스전 FLNG 예비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은 8694억원으로 지난해 매출액의 8.8% 규모다.
중국은 아직 FLNG 실적이 제한적이다. 일부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지만 복잡한 모듈 조립과 해상 설치 경험 부족으로 상업 운전까지 이어지지 못한 사례가 많다. 게다가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강화되고 있는 대(對)중국 제재로 유일하게 FLNG 건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중국 위슨 조선소가 미국 국방부의 거래 금지 기업으로 지정되면서 당분간 한국의 독주 체제가 이어질 전망이다.

韓 철강업계 보릿고개 속 홀로 빛나는 컬러강판
국내 철강업계는 최근 중국산 저가 공세 등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고부가가치 품목으로 분류되는 컬러강판에서만큼은 중국과 확실한 격차를 유지하며 글로벌 프리미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이 대규모 생산능력과 저가 공세로 세계 점유율을 늘리고 있지만 기술과 품질 경쟁에서는 한국이 여전히 한발 앞서 있다.
컬러강판은 강판 위에 다양한 색상과 무늬를 입혀 건축 내외장재, 가전, 가구 등에 활용되는 고부가 제품이다. 특히 친환경 건축 수요가 늘면서 내구성·디자인·품질 안정성이 강조되고 있다.
한국산 컬러강판은 ▲평균 30% 이상 두꺼운 도막 ▲염수 분무 시험에서 수천 시간 이상 견디는 부식 내성 ▲다양한 컬러 구현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실제 한국의 컬러강판 수출량은 지난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전체 수출 대상국 중 유럽과 인도의 비중이 확대됐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 물량은 약 142만톤으로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미국·유럽 등 까다로운 인증을 요구하는 시장에서 한국산 점유율이 상승한 것은 품질 우위의 결과라는 분석이다.
컬러강판 시장은 동국제강그룹이 주도하고 있다. 컬러강판 계열사 동국씨엠은 올해 초 업계 5위 아주스틸을 인수하며 컬러강판 분야 세계 1위(생산량 기준)에 올라섰다. 동국씨엠이 개발한 ‘럭스틸(Luxteel)‘ 등 프리미엄 컬러강판은 유럽, 인도 등지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일반적으로 건축 소재에 쓰이는 목재는 불에 취약하고 석재는 가공이 어려운 반면 럭스틸은 목재·석재 등 천연 자재 색감과 질감을 표현하면서도 타지 않는 특성이 있고 가공이 쉽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품질, 중국은 가격이라는 구도가 명확하다”며 “한국이 프리미엄 시장의 브랜드 가치를 지켜낸다면 중국과의 격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