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코리아 = 양재찬 경제칼럼니스트] 세계인이 즐겨 찾는 K-스낵이 박물관 보물과 만났다. 식품기업 오리온이 국립박물관문화재단과 협업해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보물을 담은 ‘비쵸비 국립중앙박물관 에디션’을 9월말 선보였다. 한국 대표 문화유산을 제과 제품에 담은 것은 처음이다.
이번 협업은 국립중앙박물관 용산 개관 20주년을 맞아 기획됐다. 박물관 소장 유물을 상품 패키지와 개별 포장에 담아 문화유산을 일상에서 즐길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K-컬처 열풍을 발판 삼아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美)과 다채로운 맛(味)을 결합한 것이다.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킨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속 ‘더피’의 모티브가 된 호랑이와 까치가 함께 등장하는 민화 ‘호작도’를 비롯해 금동 반가사유상,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 경천사지 십층석탑, 서봉총 금관, 백자 달항아리, 일월 오봉도, 호족반 등 문화유산 8종의 특징을 섬세하면서도 친근하게 담아냈다.
비쵸비는 일본 ‘도쿄바나나’, 대만 ‘펑리수’처럼 외국인들 사이에서 한국여행 필수 구매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상품 뮷즈(뮤지엄+굿즈)가 매일 품절될 정도로 인기를 끄는 가운데 우리 문화유산의 독창성을 알리고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요즘 휴일이면 국립중앙박물관 앞은 오전 10시 문을 열기 전 대기 줄이 S자로 여러 번 꺾이며 이어질 정도로 관람객이 몰린다. 올해 들어 8월까지 관람객은 432만8979명.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5% 증가했다. 이런 추세라면 연간 관람객 500만명을 돌파하며 파리 루브르박물관·바티칸박물관·런던대영박물관·뉴욕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 이어 세계 박물관 관람객 ‘톱5’에 오를 전망이다.
중앙박물관 뮷즈의 상반기 매출은 케데헌 등 K-컬처 열풍에 힘입어 지난해 상반기보다 34% 증가한 115억원을 기록했다. 까치호랑이 배지나 민트색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술을 부으면 잔 표면에 그려진 선비 얼굴이 빨갛게 변하는 소주잔(취객 선비 3인방 변색잔 세트) 등 뮷즈의 인기도 박물관 관람객 증가에 한 몫 했다.
K-콘텐츠 인기에 힘입어 중앙박물관은 K-컬처와 한국 전통문화가 결합된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올해 들어 8월까지 중앙박물관을 찾은 외국인 관람객은 14만764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만명 넘게 많았다. 늘어난 외국인 관람객의 80%인 8000여명이 7~8월에 집중됐다. 지난 6월 20일 케데헌 공개 이후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고조된 시점이다.
뮷즈는 해외 미술관에서 선보일 만큼 그 자체로 가치와 매력을 지닌 문화 콘텐츠로 올라섰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은 미국 최대 아시아 전문 미술관인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에서 11월 개막하는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에 ‘인왕제색도’를 모티브로 한 조명, 고려청자 접시·잔 세트, 청자 텀블러 등 뮷즈 38종을 선보일 계획이다.
K-팝, K-드라마, K-영화로 대표되는 한류 열기에 힘입어 K-뷰티, K-푸드가 각광 받고 있다. 그 뒤를 이을 산업으로 아이돌 굿즈를 넘어 다양한 K-굿즈가 등장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10월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중 관계가 개선되면 그동안 한한령으로 막혔던 중국 시장이 열리며 굿즈 수출도 더 늘어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