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가 프로젝트 본격화, 韓서 미국 군함·MRO 사업
중형 조선소 후보 거론...케이 ‘입지‘ HJ ‘기술력‘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우리나라 조선업계가 한·미 관세 협상 타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 이행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신속한 절차에 들어갔다.
마스가 프로젝트 본격화...조선업계 TF 구성
5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삼성중공업·한화오션 등 조선 3사와 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최근 마스가 프로젝트 TF를 만들고 상견례 성격의 만남을 가졌다. TF는 조선업계와 정부가 소통하는 가교 역할을 맡는다. 조선 3사는 당분간 TF 체제로 마스가 프로젝트를 준비한 뒤 논의가 무르익을 시점에 맞춰 정부와 민간 전문가가 모두 참여하는 ‘한·미 조선동맹 강화 협의체’로 확대할 계획이다.
마스가 프로젝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표적 정치 구호인 마가(MAGA)에 ‘조선업‘을 뜻하는 ‘Shipbuilding‘을 더해 이름이 붙여졌다. 3500억 달러(약 487조원) 규모의 대미투자펀드에서 1500억 달러(약 209조원)가 마스가 프로젝트에 배정됐을 만큼 미국 측이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중 한국에 설립될 예정인 미 해군 특화 조선소가 업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국방부 등과 협의를 거쳐 마스가 프로젝트 지원법(한·미 간 조선산업의 협력 증진 및 지원에 관한 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한국 조선소에 방산 기지 특별구역을 지정해 미 군함·수송선 등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여기에는 정부와 조선 3사가 중형 조선소를 공동 인수한 뒤 미 해군 함정 건조 및 유지·보수·정비(MRO)에 특화한 조선소로 탈바꿈시키는 방안이 담겨 있다. 재원으로 마스가 프로젝트에 따라 조성할 조선 협력 전용 펀드가 투입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대형 조선사 대신 중형 조선사가 낙점된 이유는 현재 조선업 슈퍼사이클(초호황기) 시점에 대형사들은 독(선박 건조장·dock)이 꽉 차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MRO 사업을 수주할 여력이 없어서다.
대형사의 기술력이 필요한 함정 건조는 미국 군함을 외국에서 건조할 수 없도록 한 번스-톨리프슨 수정법이 미국 의회에서 개정돼야 가능하기 때문에 국내법 통과와 별개로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일단 당장 일감을 소화할 수 있는 MRO 특화 조선소를 설립한 뒤 후일을 도모한다는 스탠스로 해석된다.
케이조선? HJ중공업?...美 해군 특화 조선소 낙점지는
MRO 특화 조선소 유력 후보로는 케이조선과 HJ중공업이 거론되고 있다. 먼저 케이조선은 입지 측면에서 가장 유리한 평가를 받고 있다. 케이조선 조선소가 위치한 경남 창원(진해)은 주한 미 해군기지가 위치한 전략 요충지로 실제 연합작전과 정박이 빈번한 지역이다.
진해 조선소는 대형 독 2기를 갖추고 있으며 케이조선이 M&A(인수합병) 매물로 나온 이후 조선소 내부 공정도 유연하게 조정 가능해 미 해군 요구에 맞춘 부지 재배치와 보안시설 확충이 원활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HJ중공업은 실적 중심의 ‘즉시 투입형’ 조선소로 높은 점수를 얻었다. HJ중공업의 부산 영도 조선소는 수십 년간 한국 해군의 다수 함정 개조 및 성능개량 사업을 수행해온 MRO 전문 조선소다. 참수리급, 울산급 등 중소형 전투함 정비 경험이 풍부하고 자동화 용접·전기계통 개조 등 함정 전환에 최적화된 설비도 갖췄다.
HJ중공업이 미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MSRA 체결을 앞두고 있는 등 올해 초부터 미국 진출을 준비해온 점은 미 해군 입장에서 빠른 전력 투입이 가능한 안정적 파트너라는 인상을 심어줄 것으로 보인다. MSRA는 미 해군이 함정 정비 역량을 인정한 조선사와 맺는 협약으로 MRO 사업 참여를 위한 필수 요건이다. 지난 3월에는 미국 인적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군내 미국통인 전인범 전 특수전사령관을 사외이사로 영입하기도 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진해는 군항 중심의 전진 기지형 조선소 모델에 적합하고 영도는 기술 실적 기반의 즉시 가동형 모델에 가깝다”며 “미 해군이 어떤 전략적 목적을 우선시하느냐에 따라 향방이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