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코리아 = 김동수 기자] 한·미 관세 협상이 막판으로 치닫고 있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은 이미 상호 관세와 자동차·부품 관세를 15%로 낮췄다. 우리 역시 8월 1일(현지시각) 협상 타결을 목표로 총력을 벌이고 있다.

관심은 자연스럽게 현대차·기아에 쏠린다. 미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중 하나로 일본 토요타와 현대차·기아가 치열하게 맞붙는 격전지다. 지난해 토요타는 미국에서 차량 약 268만대를 판매해 2위, 현대차·기아는 약 171만대로 4위에 올랐다. 글로벌 판매량(약 723만대)을 기준으로 하면 현대차·기아에게 있어서 미국 시장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관세가 25%로 유지되거나 일본·EU보다 높게 책정될 경우 가격 경쟁력에서 현대차·기아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당장 전문가들은 ‘관세 폭탄’을 우려한다. 그러나 대화를 나눠보면 또 다른 공통된 견해가 있다. “어찌됐던 현대차·기아는 살아남는다”는 분석이다. 관세가 다소 높아지더라도 영업이익 일부를 포기하거나 부품 현지화를 확대해 관세 부담을 흡수할 여력이 있다는 게 이유다.

정작 문제는 국내 자동차 부품사다. 현대차·기아 1차 협력사 중 중소·중견기업은 237개다. 2·3차 협력사는 무려 5000여개사에 달한다. 이는 현대차·기아가 올해 초 언론에 배포한 자료에 담긴 내용이다. 국내 자동차 부품사들이 현대차·기아에 얼마나 의존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작은 충격에 산업 생태계 전체가 붕괴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에 진출한 부품사조차 대부분 반조립(CKD) 방식으로 운영한다고 한다. 결국 국내에서 일부 부품을 수입해 써야 하고 관세가 높아지면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동안 한미 FTA에 따라 무관세 혜택을 누려왔던 점을 고려하면 관세가 25%에서 일본·EU 수준으로 낮아지더라도 부품사 입장에선 여전히 큰 부담이다.

국내에 남은 영세 부품사들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들은 미국 고율 관세에 자체 대응하고 버틸 역량이 부족하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자동차 부품기업 중 중소기업 영업이익률은 2.22%에 불과했다. 만약 현대차가 부품 현지화를 확대할 경우 그야말로 매출에 직격탄이다. 일각에선 벌써부터 국내 자동차 산업 공동화 를 우려한다.

정부는 우선 관세 인하 협상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관세 협상이 당면한 가장 큰 숙제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거기서 멈춰선 안 된다. 중소 부품사 지원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금융 및 세제 혜택 등 지원책이 없다면 어쩌면 이번 관세협상으로 우리 자동차 산업이 통째로 흔들릴 수 있다. 트럼프 관세 폭탄의 진짜 피해자는 바로 이들이다.

김동수 인사이이트코리아 기자
김동수 인사이이트코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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