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ABL생명 노조,집회 열고 우리금융에 대화 및 매각 위로금 1200% 요구
업계 “매도자한테 받을 위로금을 우리금융에 요구해 의아”
우리금융 “인위적 구조조정 없다…고용안정 최우선 고려”

[인사이트코리아 = 남빛하늘 기자] 우리금융지주의 동양생명·ABL생명 인수 작업이 막바지에 다다른 가운데, 두 회사 노동조합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새 주인이 될 우리금융이 노조의 대화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동양·ABL생명보험지부(이하 동양·ABL생명 노조)는 2일 오후 2시 서울 우리은행 본점 앞에서 ‘합동 조합원 총회 및 고용보장 쟁취 총력 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대회에는 1000여명이 참석했다.
동양·ABL생명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우리금융에 총 7차례에 걸쳐 공문을 보내며 면담을 요청했지만, 우리금융은 금융위원회 승인 절차 이후에나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지난달 초 금융위가 인수를 승인했는데도 노조의 대화 요구를 단 한 번도 응하지 않았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앞서 우리금융은 지난해 6월 동양·ABL생명 최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구속력 없는 동시 매각 양해각서(MOU)를 맺고, 8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후 올해 1월 금융당국에 자회사 편입을 신청했고, 5월 승인 받았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김진건 ABL생명 노조 지부장은 “지난해 인수·합병(M&A) 이후 우리금융은 두 회사의 실질적인 대주주로서 전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노조의 대화 요구는 외면과 회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동양·ABL생명 노조가 우리금융에 요구하는 것은 ▲구조조정 및 희망 퇴직 없는 고용보장 ▲단체협약 승계 ▲매각 위로금 지급 ▲인수 후 독립 경영 및 노조 합의 ▲투명한 소통과 정보공개 등 5가지다.
특히 이들 노조는 우리금융에 매각 위로금으로 월 기본급의 1200%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과거 라이나생명이 모기업인 미국 시그나그룹에 인수될 당시 제시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김 지부장은 “우리금융이 동양·ABL생명을 인수하게 되면 작년 기준 4600억원의 수익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종합금융그룹이 된다”며 “이익을 취한 만큼 매각 공로금도 함께 나누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동양·ABL생명 노조는 투쟁 결의문을 통해 “우리금융이 정당한 요구에 대해 끝내 외면하고 성실히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경우 전국 조합원 일동은 집행부와 함께 고용보장 등 5대 요구사항을 쟁취하기 위해 끝까지 단결해 전면적인 투쟁에 돌입할 것임을 결의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매도자한테 받을 위로금을 매수자에 요구하는 노조
기세가 등등한 동양·ABL생명 노조의 입장과 달리, 금융권 안팎에선 노조 측 요구가 다소 무리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위로금은 통상 매수자(우리금융)가 아닌 매도자(다자보험그룹)가 지급하는데, 노조가 우리금융에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또 경영 상황, 재무 상태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1200%는 많지 않나 싶다”고 전했다.
우리금융이 두 회사 노조와 대화를 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지 않겠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아직 두 회사가 우리금융 자회사로 정식 편입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금은 구체적인 논의가 시기상조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아직 인수 승인 후 절차를 진행 중으로, 구체적으로 정해진 내용은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다만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을 예정이며, 구성원의 고용안정과 권익 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