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그룹, 한진그룹과 맞손...호반그룹 견제용
호반, 현재 한진칼 지분 17.9%·LS 3% 보유
호반, 타 기업과 이해관계 없어...신사업 진출 해석도

LS그룹, 한진그룹 CI.<각 사>
LS그룹, 한진그룹 CI.<각 사>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LS그룹과 한진그룹이 동반 성장을 위해 손을 잡았다. 표면적으로는 업무협약이지만 양사의 지분을 매입하며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는 호반그룹을 견제하기 위한 이른바 ‘반(反)호반 동맹‘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호반의 경영권 위협에 맞서 동맹 맺은 LS-한진

29일 업계에 따르면, LS와 한진은 공통적으로 호반과 불편한 관계에 놓여 있다. 동맹 구성의 가장 큰 이유로, 향후 경영권 분쟁에 대비해 우군을 확보에 나선 것이다. 앞서 지난달 31일 LS는 범LG가(家)인 LIG그룹과도 전략적 제휴 및 포괄적 협력에 관한 MOU를 체결한 바 있다. 당시 업계에선 LS가 ‘백기사’ 확보에 나선 것으로 해석했다.

호반그룹은 지난 2월 초부터 수차례에 걸쳐 LS 주식을 3%가량 매입했다. 계열사 대한전선이 라이벌 LS전선과의 소송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실제 LS전선과 대한전선은 수년간 특허권을 둘러싸고 법정 분쟁을 벌인 데 이어 최근에는 해저케이블 기술 탈취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LS전선은 2019년 8월 대한전선이 자사의 부스덕트용 조인트 키트 특허를 무단 사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 LS전선이 일부 승소했으나 양측이 불복, 2심이 진행됐고 2심에서도 역시 LS전선의 일부 승소 판결이 났다. 대한전선은 상고를 검토하고 있다. 대한전선이 LS전선 해저케이블 기술을 탈취했다는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도 조만간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상법상 지분 3% 이상을 확보한 주주는 임시주주총회 소집청구, 주주제안, 이사 해임 및 감사 해임 청구, 회계장부열람권 등을 행사할 수 있다. 공교롭게 경찰 수사가 발표되기 전 호반의 LS 지분 매수가 이뤄진 만큼, 향후 LS그룹 오너 경영진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열려있다.

또 LS는 사촌경영 체제를 이어오면서 오너일가 지분율이 0~3% 수준으로 흩어져 있는 등 지배구조가 취약해 제3자로부터 공격받기 쉽다는 평가를 받는다. 때문에 증권업계에선 호반그룹의 지분 매입이 LS 지배구조를 흔들 수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증권가에선 호반 관계자들이 여러 금융기관 관계자들을 만나 재무적투자자(FI) 참여를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 상황은 더 녹록지 않다. 호반은 2022년 한진 지주사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었던 사모펀드(PEF) KCGI의 지분 등을 인수해 현재 지분율 17.9%의 2대 주주다. 

당초 호반은 조원태 한진 회장의 우군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지난달 한진칼 정기 주총에서 본색을 드러냈다. 호반건설 관계자가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다만 해당 안건은 표결에서 찬성 비율이 높아 통과됐다.

조 회장 입장에선 호반의 존재가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아울러 현재 한진칼이 50% 가까이 우호 지분을 확보하고 있어 당장 경영권이 위협받을 확률은 낮지만 직접적인 최대 주주 지분율은 21% 남짓이라 돌발 변수에 따라 호반이 다른 마음을 먹을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실제 호반은 과거부터 항공업 진출에 뜻을 보여왔다. 2015년 아시아나항공 모회사인 금호산업 인수전에 단독 응찰했으나 채권단의 거부로 인수 시도가 무산된 바 있다.

호반그룹 사옥.<호반그룹>
호반그룹 사옥.<호반그룹>

호반 바라보는 재계의 곱지 않은 시선

호반의 잇따른 타 기업 지분 매입을 바라보는 재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특히 한진칼 지분 매입은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다. 조회장과 KCGI간의 경영권 분쟁에 끼어든 것을 기회로 삼아 또다른 경영권 위협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LS의 경우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자회사 간 특허 분쟁 와중에 모회사 지분을 매입한 것은 분쟁 해결의 본질에서 벗어난 압박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호반이 재계의 불문율을 깨는데 거리낌 없는 이유는 건설업 특성상 다른 대기업들과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혀있지 않은 것이 크게 작용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호반은 B2C(개인, 지방정부 대상 사업)로 사세를 확장한 회사라 다른 대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의존도가 낮고 공급망에 속해 있지도 않다. 

또 이미 포화 상태인 건설업 대신 적대적 M&A(인수합병)를 통해 새로운 사업에 도전해야겠다는 의지도 깔려 있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한 관계자는 “호반은 건설업만으로는 미래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이를 위해 불문율을 깨고서라도 외형 확장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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