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천호동에 식품 특화 매장 열고 선점 효과 노려
이마트, 5년 만에 서울에 신규 점포…고덕점 경쟁 점화

신동빈(왼쪽)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서울 강동구에서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각사>
신동빈(왼쪽)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서울 강동구에서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각사>

[인사이트코리아 = 김호진 기자] ‘핵심사업 경쟁력 회복‘을 앞세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본업 경쟁력 강화‘를 외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서울 강동구에서 자존심 경쟁을 벌인다. 롯데와 이마트 모두 비슷한 콘셉트의 식품 특화 매장을 열고 지역 주민의 장바구니 수요를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마트는 17일 서울 강동구 고덕 강일지구 강동 아이파크 더 리버 지하 1층에 4925㎡ 규모의 이마트 푸드마켓 고덕점을 오픈했다. 이마트의 서울 내 신규 출점은 지난 2020년 신촌점 이후 5년 만이다.

푸드마켓 고덕점은 신선식품과 즉석조리 델리상품에 특화된 점포다. 1만3000개의 그로서리 상품이 임대매장(테넌트)을 제외하고 직영 면적의 약 95%(3471㎡)에 달한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 푸드마켓 고덕점은 급변하는 온·오프라인 유통 시장에서 이마트 본업 경쟁력인 그로서리 상품 개발 및 기획 노하우를 집약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넥스트 이마트 모델“이라고 밝혔다. 이마트는 올해 푸드마켓을 전국 157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마트에 앞서 강동구에 진출한 유통업체는 롯데마트다. 롯데마트는 올해 1월 16일 천호점에 강동점을 오픈했다.

롯데마트 천호점은 강동밀레니얼중흥S클래스 아파트 단지 지하 1층에 4538㎡ 규모로 오픈했다. 천호점은 매장의 80%를 신선과 즉석 조리 식품을 필두로 한 그로서리 상품과 특화 매장으로 채웠다. 모든 공간은 임대없이 직영으로만 구성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올해 1월16일부터 이달 16일까지 천호점 매출은 롯데마트 6611.6㎡(2000평) 미만 28곳 평균 매출보다 30% 이상 높았다. 같은 기간 고객 수도 25% 이상 많았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30대와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접근성과 즉석 조리 식품, 간편식 상품군을 특화 매장으로 꾸린 점이 주효했다“며 “주말부터 23일까지 인기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할인 행사에 들어간다“고 전했다.

작아진 마트, 먹거리로 가득 채웠다

롯데마트와 이마트가 강동구로 집중된 건 이 지역에 17만 세대가 거주해 배후 상권이 풍부하고, 재개발·재건축 지역의 입주가 시작돼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대형마트 선두주자인 이들이 내세운 콘셉인 ‘식품 특화’다. 롯데마트도 이마트도 강동점을 소개할 때 ‘새로운’ ‘미래형’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시장 수요에 맞게,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맞춤형 매장이라는 의미에서다. 막강한 주거지역을 갖췄기 때문에 ‘식품’에 집중한 것이다.

맞춤형 매장의 콘셉이다 보니,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는 대형마트 모습도 사라졌다. 실제 롯데마트 천호점과 이마트 고덕점은 대형마트 치고는 그 규모가 크게 축소됐다. 양사 매장 모두 5000㎡가 채 되지 않는다. 임대 매장도 자취를 감췄다. 옷도 사고 가구도 살 수 있는 마트가 아닌, 먹거리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는 고덕점을 놓고 ‘신세계그룹이 선보이는 새로운 형태의 쇼핑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2월에는 성장 업태인 창고형 할인점 포맷의 트레이더스 마곡점을 서울 강서지역에 선보였고 4월에는 그로서리 중심의 ‘넥스트 이마트’ 모델을 강동지역에 새롭게 제시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푸드마켓 포맷, 몰 타입, 등 혁신적인 매장 운영과 차별화된 상품으로 그로서리 쇼핑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대형마트의 강동구 집결에 대해 소비자와 업체 모두 윈윈할 수있다고 긍정 평가했다. 강동구 쪽으로 업계가 쏠리는 이유는 여러 매장이 모여 있으면 소비자 입장에서 편리한 쇼핑 환경을 제공할 수 있고 이는 결국 매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구거리를 예로 들며 “매장이 모여 있어 매출이 떨어질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 입장에서 원하는 물건은 그곳에서 꼭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롯데마트가 강동구 천호동에서 시장을 선점했음에도 이마트가 진출한 것이라 보면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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