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부회장 美 진출 전략, 트럼프 입맛에 ‘딱’
필리 조선소는 ‘상선’...모빌 조선소 ‘군함’ 투트랙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한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한화>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호주 조선·방산업체 오스탈 인수에 실패한 지 1년 만에 재추진을 공식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조선업 재건을 천명한 가운데 향후 30년간 1600조원에 달하는 미 해군 군함 시장이 열리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한국에 조선업 협력을 요청한 것을 고려했을 때 한화오션을 비롯한 국내 조선사들에 상당한 기회가 주어질 전망이다. 때문에 김 부회장은 오스탈 인수를 통해 미국 현지에서 직접 군함을 건조하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김동관, 美 현지 군함 건조 승부수...오스탈 인수 재추진

1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지난달 17일 호주증권거래소 장외거래를 통해 오스탈 지분 9.9%를 직접 매수했다. 아외에도 호주 현지 증권사를 통해 추가로 9.9% 지분에 대한 TRS(총수익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 직·간접적 방식으로 약 19.9%의 지분을 확보한 셈이다. 총 3000억원가량 자금이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호주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FIRB)에 19.9% 지분 투자 승인도 동시에 신청했다. 호주 상법상 해외 투자자가 현지 회사 지분 10% 이상을 확보하기 위해선 FIRB 승인을 거쳐야 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해외사업 총괄 담당 마이클 쿨터 사장은 “한화는 오스탈과 협력을 통해 글로벌 방위·조선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략적 투자자로서 오스탈의 성장과 혁신을 지원하며, 호주 현지 방위산업과 해군 조선 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화는 지난해 오스탈 지분 100%를 약 10억2000만 호주 달러(약 9300억원)에 인수하려 했지만 오스탈 이사회의 반발 및 미국·호주 규제 당국의 승인 불확실성으로 무산됐다.

하지만 김 부회장은 회사 조선·방산업 미래가 미국 군함 건조 시장 진출 여부에 달려 있다고 보고, 시장에서 단계적으로 지분을 매입하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향후 호주 당국 승인을 받아 TRS 계약분 9.9%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한화 지분은 오스탈의 1대 주주인 타타랑벤처스(18.4%)를 넘어서게 된다. 

현재 미국은 ‘번스-톨리프슨 수정법’에 따라 군함 해외 건조 및 수리를 금지하고 있다. 미국 내 군함 경쟁력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조치다. 김 부회장이 오스탈 인수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미국 내에 조선소를 운영할 경우 해외 조선사가 대주주여도 군함 건조와 수리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의회에서 번스-톨리프슨 수정법 완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법안 수정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확률이 높아 김 부회장은 이를 기다리지 않고 오스탈 인수를 서둘러 성사시키기로 결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오스탈은 미 해군의 4대 핵심 공급업체 중 하나로 매출액의 80%가 미국 앨라배마 모빌에 위치한 오스탈USA를 통해 발생한다. 50만㎡ 규모의 모빌 조선소는 해군과 해안경비대(USCG) 등의 군함을 제작하는 데 특화돼 있다. 

미국 필리조선소 전경 <한화>
미국 필리조선소 전경 <한화>

필리 조선소 상선, 모빌 조선소 군함 건조 ‘청사진’

김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인수한 필리 조선소에서 상선을, 모빌 조선소에선 군함을 각각 현지 건조해 미국 조선업계에서 존재감을 키워갈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현지 제철소 건설을 발표한 현대제철을 직접 추켜세운 것에서 알 수 있듯 김 부회장 역시 오스탈 인수를 성사시킬 경우 트럼프 대통령 재선 기간 수주 등 여러 방면에서 혜택을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계 라이벌로 불리는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HD현대는 한화와 달리 미국 직접 진출을 망설이고 있다. 한화입장에선 대미시장 경쟁에서 확실히 앞설 수 있다.

변용진 iM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한화의 오스탈 지분 인수는 미국 특수선 사업에 대한 적극적 의지 표현”이라며 “협상가인 트럼프 정권 아래에서 유화적인 제스처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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