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코리아 = 양재찬 경제칼럼니스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에 “관세는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통령 취임 후 강행한 고율의 관세 부과는 상대국과의 관계를 훼손하고 자국 물가를 상승시키는 등 적잖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정책 고집으로 인한 물가상승을 ‘트럼플레이션(Trumplation·트럼프+인플레이션)’이라고 부른다. 무분별한 관세폭탄 투척으로 상대국도 보복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내 수입 물가가 올라 소비자 후생이 감소하고 가계 부담이 늘어난다. 기업들도 수입 원재료의 관세를 부담하니 제조원가가 상승하고 수출 경쟁력이 떨어져 경제성장과 고용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역사가 이를 입증한다. 1930년 대공황 때 미국은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제정해 2만 개 이상 수입품에 최대 60%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맞서 캐나다와 유럽 국가들도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와 수입제한 조치를 취하자 미국 수출액이 60% 이상 급감했다.
지난해 6월 조지프 스티글리츠 등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경제학자 16명이 함께 트럼플레이션을 경고한 배경이다. 일각에선 경기침체 속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도 우려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도 트럼프의 관세정책을 인플레이션을 되살릴 불씨로 본다. 실제로 1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0%로 시장 예상을 웃돌았다.
하지만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트럼프가 선언한 4월 2일부터 상호 관세 부과 강행을 거듭확인하며 ‘더티 15(Dirty·더러운 15)’ 국가들을 지목했다. ‘대미 무역이 많은 나라’ 단서를 붙였지만, 교역상대국을 ‘더럽다’고 한 것은 무례하다. 베선트 장관은 “사전에 협상하면 상호 관세를 피할 수 있다” “일부 국가는 이미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미 관세를 대폭 낮추겠다고 제안했다”며 선물보따리를 가져오라고 압박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관료들과 달리 길거리 마트에선 아침부터 달걀을 사려는 고객들이 줄을 선다. 조류독감이 유행하자 닭들을 대거 살처분한 탓에 달걀 공급이 달려 가격이 폭등하자 나타난 오프닝 러시다. 1월 기준 12개들이 달걀 평균가격이 4.95달러, 뉴욕 등 대도시에선 10달러도 넘어섰다.
달걀은 프라이·오믈렛 등 집에서 해먹는 요리는 물론 빵·파스타 등 많은 식품에 필요한 식재료라서 물가상승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에그플레이션(eggflation·달걀+인플레이션)’이란 말도 나왔다. 트럼프의 관세폭탄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달걀 값 폭등은 정권을 시험에 들게 하는 악재다.
다급해진 미국은 세계적 낙농강국 덴마크에 SOS를 쳤다. 얼마 전까지 덴마크령인 그린란드를 팔지 않으면 높은 관세를 물리겠다고 으름장을 놨는데 아쉬운 소리를 하는 처지가 됐다. 미국이 도움을 청한 나라에 한국도 있다. 충남 아산 양계농장에서 달걀 33만 개를 수출했다. 한국산 달걀의 첫 미국 수출 사례다.
작고 흔한 물건이라고 가벼이 봐선 안 된다. 초강대국 미국도 조류독감으로 달걀 공급이 달리자 덴마크·한국에 손을 벌렸다. 트럼프가 달걀 공급 부족 사태를 계기로 상대국을 존중하는 외교통상의 중요성을 깨달을까. 안타깝게도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닭들을 대거 살처분했던게 문제”라며 전 정권 탓을 하고 나선 것이 미국 정치현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