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세미텍 경영 참여… 6번째 미래비전총괄직 수행
경영 책임진 주요 회사 실적 부진… 능력 입증해야

[인사이트코리아 = 김재훈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삼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그룹 내 영향력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다. 반도체기업 한화세미텍 경영에 참여해 그룹 AI 사업을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김동선 부사장은 이달부터 한화세미텍 미래비전총괄로 근무하고 있다. 합류 당시 김 부사장은 “책임 경영 차원에서 무보수로 일하겠으며 무엇보다 연구 개발(R&D)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김 부사장이 한화세미텍에 합류한 이유는 한화그룹이 인공지능(AI) 사업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어서다. AI는 데이터 처리량이 많기 때문에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가 필수적이다. 관련산업이 급성장함에 따라 고성능 반도체 수요도 급증했다. 한화세미텍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 핵심 장비인 열압착 장비(TC) 본더 제작 기술을 갖고 있다.
국내에서 TC 본더를 제작하는 주요 회사는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 등이다. 한미반도체가 선두에 선 가운데 한화세미텍 역시 투자를 지속가며 뒤쫓아 가는 구도다. 김 부사장이 지난 19일 국내 최대 반도체 박람회 ‘세미콘코리아2025’를 찾은 건 후발주자인 한화세미텍에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회사 경영을 김 부사장이 이끌 경우 경영 능력 입증이란 부수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선결 과제는 TC 본더 수주다. 이전까지는 한미반도체가 SK하이닉스에 주로 TC 본더를 공급했다. 수주 확대를 위해 연구 개발 비용 투자를 늘릴 것을 예고한 만큼 업계는 TC 본더 시장 변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경영 상황이 호전되면 IPO(주식 상장)도 기대해볼 수 있다.
주요 자회사 부진… 경영 능력 입증 필요
김 부사장은 그간 자신이 이끌던 자회사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현재 그가 미래비전총괄로 근무하는 계열사는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한화비전·한화모멘텀·한화로보틱스·한화세미텍 등 6개사다.
이중 한화갤러리아는 지난해 매출 5383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23.9% 늘렸지만 영업이익은 2023년 대비 68.1% 급감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에 대해 한화갤러리아는 대법원 판결에 따른 통상임금 기준 변경으로 일회성 비용이 늘면서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김 부사장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주도 하에 아워홈 인수를 추진 중이다. 현재로선 인수 자금 조달 문제가 걸림돌이다. 한화갤러리아 실적 부진으로 현금 상황도 좋지 못해 외부 차입금이 70%에 달한다.
해외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는 (주)한화 건설부문도 보유 중인 호텔과 골프장을 잇달아 매각하면서 숨고르기에 나섰다.
업계는 이번 한화세미텍 경영 성과가 김 부사장에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간 경영능력을 입증받지 못한 김 부사장이 새로운 ‘경영 시험대’에 올랐다는 것이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화그룹이 김동선 부사장 경영 능력을 검증하기 위해 한화세미텍 미래비전총괄로 배치한 것 같다”며 “이번에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면 승계 구도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룹 차원에서 김 부사장에게 여태까지 큰 직책을 이것저것 다 줬던 만큼 밑바탕은 계속 깔아주고 있다”며 “반도체 부문은 유통과 사업 범위가 다른 만큼 인정받기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