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이자 연 400% 브라질서 저렴한 이자로 승부
포용도 낮은 중남미서 혁신…고객 1억1000만명 돌파

브라질 태생 인터넷전문은행 누뱅크의 포용과 혁신은 보라색 신용카드로 상징된다.<누뱅크>
브라질 태생 인터넷전문은행 누뱅크의 포용과 혁신은 보라색 신용카드로 상징된다.<누뱅크>

[인사이트코리아 = 박지훈 기자] 전 세계에서 가장 기업가치가 큰 인터넷 전문은행은 누뱅크(Nu Bank)다. 누뱅크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금융지주사 누홀딩스(Nu Hodlings)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사로 시가총액이 547억 달러(78조5000억원)에 달한다.

높은 시장 기대치는 중남미 금융서비스를 혁신할 수 있는 경쟁력에서 나온다. 누뱅크는 2014년 금융 포용도가 떨어지는 브라질에서 출발했다. 해외 인터넷은행이 편리한 비대면 대출로 인기를 끈 반면 누뱅크는 혁신적인 신용카드 서비스로 성공했다.

브라질 신용카드 시장은 공급자 위주였다. 누뱅크가 출범했을 당시 현지 신용카드는 최대 10회 무이자 결제가 가능하고 이후부터는 연 평균 14%의 이자를 내야했다. 누뱅크 신용카드는 이보다 낮은 2.75~9.99% 수준의 이자를 제시하고 연회비도 없앴다.

브라질 중앙은행 기준금리가 12%대까지 오른 지금 신용카드의 평균 이자율은 400%를 웃돈다. 업계보다 저렴한 금리를 제시하는 누뱅크는 고금리‧고물가 시대에 오히려 더 빠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발급 거절이 흔한 다른 신용카드사와 달리 처음 낮은 한도라도 제시하고 성실하게 결제액을 납부하면 한도를 늘려주는 보상 시스템을 도입했다. 카카오뱅크가 신용점수 조회 서비스로 전국민의 신용관리를 이끌었다면 누뱅크는 브라질인의 평균 신용 수준을 높였다는 평가다.

비대면으로 개설하고 유지비 없는 입출금계좌 상품도 성공에 한몫했다. 브라질은 이른바 5대 은행이 지배하는 과점시장이다. 시장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가졌다 보니 계좌 유지비는 한 달에 최대 2만원씩 받았다.

누뱅크의 누적 고객 수는 최근 1억1000만명을 돌파했다.<누뱅크>
누뱅크의 누적 고객 수는 최근 1억1000만명을 돌파했다.<누뱅크>

포용금융으로 중남미 시장 개척  

브라질에서 1500만명 고객을 확보한 누뱅크는 중남미 시장으로 진출했다. 브라질처럼 금융 접근성이 낮은 멕시코에서 포용성 높은 신용카드를 400만장을 판매하며 지금까지 660만명을 끌어 모았다. 이는 같은 영업기간 브라질보다 높은 성장률이었다.

멕시코에서 통한 전략은 콜롬비아에서도 먹혀 들었다. 보라색으로 상징되는 누뱅크 신용카드는 포용과 혁신으로 인식됐다. 누뱅크 고객 수는 ‘보라 물결’을 타고 지난해 1억명을 돌파했다. 고객 수 기준으로는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금융사 중 하나로 발돋움했다.

누뱅크 실적은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토스증권에 따르면 누뱅크은 2022년 4620억원 순손실을 기록했으나 2023년 1조3000억원 순이익으로 흑자 전환했다. 올해 실적은 3조1000억원으로 추정된다.

놀라운 성장세 덕분에 주가도 고공행진이다. 1주당 가격은 12달러 수준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은 30.7배를 찍었다. 뉴욕증권거래소 은행업 평균은 13배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7.2배로 업계 평균인 1.1배보다 7배 높다.

누뱅크는 중남미처럼 ‘언뱅크드피플(계좌미보유인구)’가 많은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최근 15억 달러의 기업가치로 유니콘 타임그룹에 1억5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지금까지 증명한 성공 방정식대로 포용금융으로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가파른 팽창이 앞으로도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지 미지수다. 글로벌 금리 인하가 본격화돼서다. 금융업 포용도가 낮고 금리 변동성이 큰 나라일수록 금리 수준에 실적이 크게 요동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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