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코리아 = 임혁 편집인] ‘…오늘날 세계는 이념과 체제를 떠나 오직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경제 전쟁의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자원과 기술은 무기화되었고 보호무역주의의 장벽은 더욱 높아만 가고 있습니다. (1989) 자국의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외교도 우정도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는 미국 새 정부의 등장은 우리에게 새로운 위기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1993) 기술 강국 일본은 활력을 되찾아 더 앞서 나가고 있고 빠른 속도로 추격해 오는 중국은 우리의 경쟁력을 뛰어넘을 것입니다. (2007) 우리의 경쟁국들은 앞서 뛰어가고 있는데도 우리 사회는 다툼과 갈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제 몫 찾기에 매달린 이기주의는 여전합니다. (2005)…‘
2019년 1월3일자 중앙일보에 게재된 ‘이건희의 2019 신년사’라는 칼럼의 일부다. 필자는 이정재 당시 중앙일보 기자. 이건희 회장의 역대 신년사 중에서 2019년의 상황에 부합되는 내용들을 발췌해 구성한 ‘가상 신년사’였다. (이건희 회장의 실제 신년사는 2014년이 마지막이었다.)
기발한 발상의 이 칼럼을 기억 속에서 끄집어낸 것은 가상 신년사에 담긴 위기의식이 작금의 대한민국 상황과 ‘복붙’처럼 일치한다고 생각됐기 때문이다. 미국 새 정부의 등장, 중국의 도전, 우리 사회의 분열상 등은 새해 벽두의 상황 그대로다. 그래서일까 주요 기업 총수들의 2025년 신년사는 ‘위기’와 ‘난관’이라는 말로 점철됐다.
재계의 좌장인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손 회장은 사내 방송을 통해 임직원에게 전한 신년사에서 ‘위기’라는 단어를 여덟 차례나 꺼냈다. 그는 CJ가 ‘복합적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는 진단과 함께 ‘글로벌 사업 확장’이라는 처방을 제시했다.
재계 2위 SK그룹의 최태원 회장도 “지난해 우리는 지정학적 변수가 커지고 인공지능(AI)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글로벌 시장이 격변하는 경영환경을 어느 때보다 강도 높게 경험했다”며 “어려움을 알면서도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 ‘지난이행(知難而行)’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역시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예측이 불가능한 도전과 어려움을 마주하고 있다”고 위기감을 표한 후 “진정한 위기는 외부로부터 오지 않는다. 우리가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지 않고 외면하면서 침묵하는 태도가 가장 큰 위기의 경고음이다”라고 강조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도 “지금 우리는 강대국 간 패권 경쟁에 따른 교역 위축과 국내외 수요 산업 부진으로 오늘의 생존과 내일의 성장을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한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는 말로 임직원들의 위기의식을 일깨웠다.
역설적으로 재계가 이처럼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는 사실은 좋은 신호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예고된 위기는 위기가 아니다”라는 말처럼 우리 기업들이 현명하게 대처한다면 지금의 상황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포스코그룹 장 회장을 비롯해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 등이 신년사에서 ‘전화위복’을 언급했다.
이런 긍정적 해석에 희망을 한 스푼 더하는 수비학(數祕學)적 얘기로 글을 맺는다. 1부터 9까지의 자연수를 각각 세제곱한 후 합산하면 2025가 된다. 그리고 2,0,2,5를 합하면 9가 된다. 수비학에서 9는 완성을 의미한다. 9 다음에는 다시 0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2025년이 대한민국에게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완벽한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