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더위가 물러가더니 어느새 출퇴근 때 선뜻한 냉기가 옷깃을 여미게 한다. 거리에 뒹구는 낙엽은 그 냉기를 시각적으로 확인시켜준다. 조락(凋落)의 계절이 찾아왔다는 알림장이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이런 날씨의 변화만큼이나 변덕스러운 요물(?)이 눈에 밟힌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행태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24일 ‘3Q24 : Result In Line, Guidance Supports Consensus’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는 AI 관련주로서 랠리를 보였다”며 “SK하이닉스에 대한 우리의 평가는 단기적으로 틀렸다”고 시인했다. 일종의 반성문을 쓴 셈이다.

앞서 모건스탠리는 추석연휴 중인 지난달 15일 ‘메모리-겨울은 항상 마지막에 웃는다(Memory-Winter Always Laughs Last)’와 ‘겨울이 닥친다(Winter looms)’ 등 2건의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피크아웃(Peak Out)’을 주장했다. 특히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26만원에서 반 토막도 안 되는 12만원으로 낮추고 투자의견도 ‘비중축소’로 2계단 하향조정해 시장에 충격을 던졌다. 그런데 이번에 불과 1개월 남짓 지나 그 전망을 번복한 것이다.

문제는 모건스탠리의 이런 행태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2021년 8월에도 ‘메모리-겨울이 다가오고 있다’(Memory - Winter is coming)라는 보고서에서 반도체 시장을 어둡게 전망했다. 그런데 진짜 겨울이 다가온 그해 11월에는 “메모리 가격이 약세이긴 하지만 4분기 가격은 연구원들의 예상보다는 좋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모건스탠리의 이런 오락가락하는 보고서에 가장 크게 흔들린 건 개인투자자들이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10월 2일부터 24일까지 SK하이닉스를 377만8600주(7403억5000만원)어치 순매도했다. 개인의 순매도 종목 중 1위를 기록했다. 개인의 평균 매도 가격은 1주당 18만8367원이었다. 25일 종가 20만1000원과 비교하면 6.3% 낮은 가격이다.

개인의 매도물량은 대부분 외국인이 받아 갔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7510억6100만원(387만8400만주)어치 순매수했다. 외국인의 평균 매수가는 18만6840원이다.

모건스탠리의 행태가 더욱 눈총을 받는 것은 ‘선행매매’ 의혹 때문이다. 모건스탠리는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기 이틀 전인 지난 달 13일 SK하이닉스 주식 약 101만 주를 매도했다. 이는 직전일 대비 3배에 달하는 물량이었다.

자본시장법상 투자매매업자나 투자중개업자가 금융투자상품의 가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사분석자료를 투자자에게 공표한 뒤 24시간이 지나기 전에 스스로 매매하는 것은 불건전 영업행위에 해당된다.

이 문제는 최근 국정감사 도마에도 올랐다. 강명국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감독원에 대한 감사에서 모건스탠리의 사례를 들며 “외국 금융기업들이 국내 주식 시장을 놀이터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는 국내 시장을 교란하는 것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아직 마무리가 안 돼서 지금 그 감사 결과를 말씀드리기는 조금 어렵다”며 “최대한 빨리 진행하겠다”고 답했다.

차제에 금감원의 엄정한 조사와 규율을 통해 강 의원이 지적한 외국 금융기업들의 ‘자본시장 농단’이 근절되기를 기대해본다.

임혁 편집인
임혁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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