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 선봉장 전태원·이준우
와튼스쿨 출신·부시 家 등 김동관 뒷받침
대기업 총수들이 미래먹거리를 확보하고 사업 분야를 선점하기 위해 인맥 네트워크를 넓히고 있다. 때로는 국익을 위해 손을 맞잡기도 하고 직접 해외 사업현장을 점검하며 글로벌 교류에 나서는 등 다방면으로 친분을 쌓아가고 있다. <인사이트코리아>는 <총수의 인맥지도>를 통해 재계 황금 인맥을 들여다본다.

[인사이트코리아 = 손민지 기자] “김동관 부회장 정도라면 국내 오너 기업인 중 누구보다 정·관·재계 주요 인사들을 쉽게 접촉할 수 있을 것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인맥 네트워크를 두고 하버드 출신 금융관계자가 한 말입니다. 김 부회장은 ‘재계 엄친아’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공부를 아주 잘 해서 구정중학교(현 압구정중학교)를 다닐 적에는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다고 알려졌습니다.
미국 명문 사립고교인 세인트폴고등학교에 다니던 2001년 성적이 우수한 미국 중·고등학생 모임인 ‘쿰 라우데 소사이어티(The Cum Laude Society)’ 회원으로 선정되기도 했죠.
미국 최고 명문인 하버드 대학 정치학과 재학 중에는 한인학생회 회장으로 활동하는 등 리더십을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이밖에도 미국 엘리트들이 높은 점수를 주는 군 경력(공군사관후보생 117기 통역장교)을 보유한데다, 김태영 전 국방부장관 통역을 맡으면서 고급 영어를 체득한 덕에 재계에서 알아주는 ‘미국통’으로 통합니다.
시장은 한화그룹이 블라인드펀드와 같은 개념으로 미국 내에서 재원을 확보하고 향후 태양광, 수소 혼소 터빈, LNG,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투자처를 발굴할 계획으로 전망합니다. 김 부회장은 그룹의 실질적인 구심축인 만큼 이 과정에서 주도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때문에 재계는 미국 내 사정에 정통한 김 부회장 측근 인사들 활약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화 미국 사업의 핵 ‘퓨처프루프 인사들’
한화그룹은 미국 태양광 사업 확장에 더해 지난해에는 미국 내 신설 투자 법인(한화퓨처프루프)에 조 단위 증자(한화 약 1조3114억원)도 실시했는데요. 한화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한화솔루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손을 맞잡고 설립한 회사입니다. 한화퓨처프루프 법인장(CEO)은 투자 전문가이자 김동관 부회장 측근인 전태원 ㈜한화 전략부문 전략기획실장(전무)입니다.
1977년생인 전 실장은 미국 사업 전략 핵심 참모로 꼽힙니다. 그는 2012년부터 한화그룹에서 M&A 업무를 담당해 왔습니다. 2016년 모건스탠리PE로 이직했는데 5년 후인 2019년 다시 한화그룹으로 복귀했습니다. 전 실장은 복귀 이후 한화그룹이 초기 투자자로 나섰던 수소 트럭 기업 니콜라 투자를 주도하며 김동관 부회장 신임을 얻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2022년엔 ㈜한화와 한화솔루션이 총 33.3%의 지분을 보유한 노르웨이 폴리실리콘 업체 ‘REC Silicon ASA’ 이사회에 김동관 부회장과 함께 이사회 멤버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현재 한화그룹 미국 지주사 중 하나인 Hanwha Holdings (USA) Inc.(이하 ‘HHI’) 대표이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엔진부품사업부장도 겸하고 있습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전 실장은 투자처 물색을 비롯해 김 부회장 지근거리에서 상당히 성실히 일하는 인물”이라고 전했습니다.
한화퓨처프루프 최고전략책임자(CSO) 이준우(1979년생) 상무는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부즈앨런해밀턴(Booz Allen Hamilton)에서 3년 가까이 근무하다 GS그룹으로 이동해 GS칼텍스와 GS에너지에 몸담았습니다. 이후 2012년 한화그룹으로 자리를 옮겨 태양광 사업을 비롯해 에너지 관련 계열사에서 주요 경력을 쌓았습니다. 한화큐셀의 말레이시아공장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한화솔루션에서 전략부문 에너지신사업TF를 이끌고 있습니다.
이밖에 삼성SDI 수석연구원 출신인 안성진 상무 등 대략 1970년대 후반생, 유수의 컨설팅회사를 거쳐 한화그룹에 몸담았던 인물들이 한화퓨처프루프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주로 김동관 부회장이 이끌던 각사의 전략부문에서 투자 업무를 담당했던 인물들입니다.
와튼스쿨 출신·부시 家·다보스...김동관의 인맥지도

이외에도 한화그룹 내에서는 미국의 또 다른 명문인 와튼스쿨(펜실베니아대학교 경영대학원) 출신 네트워크가 상당히 끈끈하다고 합니다. 전 실장을 비롯해 김병만 한화솔루션 전략기획실 임원, 지난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로 임명된 에드윈 퓰러 헤리티지재단 설립자까지 모두 와튼스쿨 출신입니다. 과거엔 ㈜한화 무역부문 대표이사를 맡았던 이민석 전 부사장(현 영원무역 사장), 한화그룹 빅딜 주역으로 꼽혔던 고(故) 민구 한화솔루션 큐에너지부문 대표가 와튼스쿨 출신이었죠.
한화그룹은 지난해 한화오션 사외이사로 미국 41대 미국 대통령 조지 H. W. 부시의 손자이자, 43대 대통령 조지 W. 부시의 조카인 조지 프레스콧 부시(이하 조지 P. 부시)를 선임했는데요.
조지 P. 부시는 12세에 할아버지 대통령 선거 지지 연설, 2004년 큰아버지 지지 연설을 한 인물로 미국 정계에서도 인지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현재는 임기가 끝나 물러났지만 조선업계에서 외국인 사외이사 선임은 이례적 사건인데다, 한국의 록히드마틴을 꿈꾸는 한화그룹이 미국 함정 시장을 겨냥해 영입한 것으로 읽히며 세간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김 부회장뿐 아니라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들은 모두 해외파입니다. 둘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미국 세인트폴고등학교 졸업 후 예일대학교에 진학했고 삼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은 금융 명문 다트머스대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삼형제 모두 국내 연고가 없는 해외파인 배경에는 한화그룹을 비좁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려는 김 회장 전략이 깔린 것으로 재계는 분석합니다.
한화가 국내 재계 서열을 공고히 한 만큼 비즈니스 네트워킹 확장이 필요했다는 것이죠. 실제로 김 회장은 김 부회장이 한화그룹에 입사한 뒤 매년 그를 스위스 세계경제포럼(일명 다보스포럼)에 보내 미래를 보는 안목을 키우는 한편 비즈니스계에서의 인맥을 쌓도록 했습니다.
이 때문에 김 부회장은 다보스포럼 단골 손님으로 유명합니다. 2010년 이후 매년 빠짐없이 참석해 재생에너지‧핀테크‧화학‧에너지 등 그룹 주요 사업의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4차 산업혁명 화두에 맞춰 혁신을 추진해왔기 때문이죠. 김 부회장은 한화와 태양광 분야에서 협력 중인 TotalEnergies의 CEO 빠뜨릭 뿌요네, 글로벌 풍력터빈 시장점유율 1위인 덴마크 Vestas의 최고경영진 등 글로벌 에너지 기업 대표들과 알고 지냅니다.
김 부회장이 지난해 다보스포럼에서 만난 안드레스 글루스키 CEO도 사업 파트너 중 한 명입니다. 이 CEO는 미국 최대 재생에너지 개발 기업인 AES 수장인데 김 부회장과 탈탄소화를 위한 신재생 에너지 전환 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댔습니다.
또 글로벌 선사 일본 Mitsui O.S.K. Lines(MOL)의 CEO 타케시 하시모토와는 탄소중립 ‘브릿지 기술’인 LNG 인프라 분야 투자 건으로, 이탈리아 최대 전력회사인 Enel의 CEO 프란체스코 스타라체는 태양광·풍력에너지 등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글로벌 협력을 위해 김 부회장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이밖에도 2022년 기업인으로 유일하게 윤석열 대통령의 ‘다보스 특사단’에 포함돼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한 바 있습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김 부회장은 해외파라는 자신의 강점을 이용해 글로벌 정·재계 인맥 관리에 나서고 있다”며 “한화그룹 지주사(한화 전략부문 대표이사), 신재생에너지(한화솔루션 대표이사), 방산(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 조선(한화오션 기타비상무이사) 등 그룹의 총체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으며 차기 총수로서 입지를 굳히는 데 그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힘을 싣어주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