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김동관, 경영권 분쟁·지배구조 이슈로 국감 줄소환

대기업 총수들이 미래먹거리를 확보하고 사업 분야를 선점하기 위해 인맥 네트워크를 넓히고 있다. 때로는 국익을 위해 손을 맞잡기도 하고 직접 해외 사업현장을 점검하며 글로벌 교류에 나서는 등 다방면으로 친분을 쌓아가고 있다. <인사이트코리아>는 <총수의 인맥지도>를 통해 재계 황금 인맥을 들여다본다.

최윤범(왼쪽) 고려아연 회장은 최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로부터,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국회 정무위원회로부터 국감 증인 출석 요구를 받았다.<고려아연·한화>
최윤범(왼쪽) 고려아연 회장은 최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로부터,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국회 정무위원회로부터 국감 증인 출석 요구를 받았다.<고려아연·한화>

[인사이트코리아 = 손민지 기자] 제22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는 주요 기업 오너와 경영진이 대거 소환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가운데 최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그리고 그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한화그룹 3세 김동관 부회장이 나란히 국감 출석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미 세인트폴 고등학교 동문...지분도 얽혀있어

8일 재계에 따르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최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로부터 국감 호출을 받았습니다.

김동관 부회장은 국회 정무위원회(정무위) 소환장을 받았습니다. 한화에너지 공개 매수와 한화 계열사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제도 추진 등 기업 승계 과정의 합법성 여부를 따져 묻겠다는 것으로 읽힙니다.

두 사람의 증인 소환에 눈길이 가는 것은 한화그룹이 LG화학, 한국타이어 등과 함께 최윤범 회장의 대표 우호세력으로 꼽혀서입니다. 주요 계열사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7.75%를 보유했기 때문이죠. 최윤범 회장이 2022년과 지난해 지분 맞교환 및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LG화학, 한화그룹, 현대차그룹을 주주로 확보했습니다. 재계는 이 때부터 김동관 부회장이 최윤범 회장의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게다가 한화그룹과 고려아연은 ㈜한화를 중심으로 수소,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와 자원개발 사업을 확대하며 사업적 동맹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게다가 1975년생인 최윤범 회장과 1983년생인 김동관 부회장은 미국 세인트폴 고등학교 동문으로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죠.

최근 최윤범 회장은 고려아연 경영권을 놓고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과 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최대주주 영풍이 사모펀드 운용사(PEF)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한 공개매수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분쟁이 격화되면서 고려아연 공개매수가는 83만원까지 올라섰고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6조원을 훌쩍 넘어선 ‘쩐의 전쟁’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재계에선 어느 쪽이 경영권을 인수하든 사업 동력이 크게 약화하는 ‘승자의 저주’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최윤범(왼쪽) 회장은 추석 연휴 기간인 지난달 16~18일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를 돌면서 우군 확보와 자금 마련에 분주히 나섰다.<고려아연>
최윤범(왼쪽) 회장은 추석 연휴 기간인 지난달 16~18일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를 돌면서 우군 확보와 자금 마련에 분주히 나섰다.<고려아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지난달 13일 MBK와 영풍이 고려아연 지분을 공개매수하겠다고 밝힌 이후 국내외를 돌며 우호세력과 협력 네트워크 형성에 힘을 쏟았습니다.

추석 연휴 기간인 지난달 16~18일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를 돌면서 우군 확보와 자금 마련에 나섰습니다. MBK-영풍 연합에 비해 고려아연 지분율(최씨 일가 15.65%, 영풍 33.13%)과 자본력에서 모두 밀리는 최윤범 회장 입장에선 공개매수 기간 지분 매입과 의결권에서 힘을 실어줄 동맹을 찾는 게 급선무이기 때문이죠.

이 기간 최윤범 회장은 김동관 부회장과 접선해 수소·신재생에너지 등 공동 사업을 논의하고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상황에 대한 의견을 나눴습니다. MBK파트너스·영풍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작업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전해집니다.

김동관 부회장은 재무적 투자자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투자하도록 돕는 방법을 검토하는 것을 포함해 다양한 지원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한화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 지원 방안과 관련해) 검토하는 바가 전혀 없다”고 말했습니다.

최윤범의 든든한 뒷배 된 ‘트로이카 드라이브’ 인맥

고려아연 지분 1.89%을 보유한 LG화학과 0.75%를 갖고 있는 한국타이어도 최윤범 회장 인맥으로 분류됩니다. 고려아연 지분 5.05%를 들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사업상 협력 관계를 고려할 때 최윤범 회장 우군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대차그룹으로선 자원개발과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고려아연과 협력 기회를 모색할 수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이 합류하면 최윤범 회장 측 우호지분은 33.99%로 MBK·영풍의 33.13%을 조금 앞서게 됩니다.

고려아연의 최대주주 영풍은 최근 사모펀드 운용사(PEF)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한 공개매수에 나섰다. <고려아연·영풍>
고려아연의 최대주주 영풍은 최근 사모펀드 운용사(PEF)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한 공개매수에 나섰다. <고려아연·영풍>

당장의 재무적 부담만을 이유로 결정하기보단 정무적 차원의 의사결정도 필요하다는 점에서 꾸준히 LG화학과 현대차그룹, 한화그룹이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단순 숫자를 고려하기보다는 재벌가 일원으로 그동안 쌓아온 신뢰관계나 지속적인 사업 협력, 소재 공급망 확보 안정성 등에 중점을 두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이밖에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글로벌 투자회사 일본 소프트뱅크도 최윤범 회장 백기사 중 하나로 거론됩니다. 고려아연은 지난 2022년 소프트뱅크가 스위스의 에너지저장시스템(ESS) 개발 업체인 에너지볼트에 투자할 당시 5000만달러(약 600억원)를 투자하면서 인연을 맺었습니다.

재계는 최윤범 회장이 추진해 온 ‘트로이카 드라이브’가 경영권 다툼에 히든카드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사업 영역을 제련업에서 신재생에너지 및 수소, 이차전지 소재, 자원순환으로 넓히면서 협력 관계를 맺은 국내외 파트너들이 직·간접적 원군이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윤범 회장이 추석 연휴 일본 도쿄에서 제련·에너지 기업과 글로벌 기업 아시아 헤드쿼터(본부) 등 사업 파트너들을 두루 접촉한 것으로 안다”며 “트로이카 드라이브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구축한 글로벌 네트워크가 매우 두텁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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