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5명 사망, 정 사장 15일 국감 출석 예정
사태 수습 결과 따라 회사 내 위상 변화 가능성

지난 4월 5일 한화로보틱스 본사에 방문한 김승연 회장.
지난 4월 5일 한화로보틱스 본사에 방문한 김승연 회장.<한화>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을 맞아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있는 상황에서 한화오션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못하다. 중대재해로 인한 노동자 사망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여론과 정치권의 뭇매를 맞고 있는 탓이다. 

결국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책임자인 정인섭 대외협력실장 사장이 국정감사(이하 국감) 증인으로 채택되는 지경에 몰렸다. 여기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한화오션의 안전 관리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면서 정인섭 사장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화오션, ‘올해만 5명 사망’

11일 업계에 올해 한화오션 조선소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5명에 달한다. 중대재해 3명, 온열질환의심 사망 1명, 원인불명 익사 1명이다. 중대재해로는 1월 12일 가스폭발 사고로 협력업체 직원 1명이 숨졌고 같은 달 24일에도 협력업체 소속 잠수부 1명이 작업 도중 사망했다. 

이에 노동부가 특별감독을 실시해 과태료 부과 등을 조치했지만 지난 8월 19일엔 온열질환이 의심되는 노동자 1명이 숨졌다. 지난달 9일에도 한화오션 협력업체 소속 30대 노동자 A씨가 거제사업장 내 플로팅 도크에서 용접작업 도중 30m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지난 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소속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한화오션 산업안전보건 특별감독 결과'에 따르면 노동부는 올해 2월 26일부터 3월 8일까지 총 9일 동안의 특별감독 후 61개 조항의 법 위반사항을 적발하고 과태료 2억6555만원을 부과했다.

한화오션은 지난달 안전 관련 예산으로 2026년까지 1조976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며 뒤늦게 대책을 내놨지만 업계에선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한화오션의 안전관리 문제가 도마위에 오른 가운데 김승연 회장도 경고의 메세지를 던졌다. 김 회장은 지난 10일 그룹 창립 72주년 기념사에서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세워진 성공은 성공이 아니다. 대표이사에서부터 임직원 개개인에 이르기까지 안전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안전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인섭 한화오션 대외협력실장.<한화>
정인섭 한화오션 대외협력실장.<한화>

‘오너가 최측근‘ 정인섭, 흔들리는 위상?

김 회장의 해당 발언은 에둘러 표현한 것이긴 하지만 정인섭 사장을 향한 경고 메시지로 읽히기에 충분했다는 분석이다. 만약 이번 사태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할 경우 오너 일가의 최측근으로 분류될 정도로 신임을 받고 있는 정 사장의 행보에 가시밭길이 펼쳐질 가능성도 엿보인다.

1969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정 사장은 대우그룹, 벽산그룹 등을 거쳐 2013년 한화그룹에 합류했다. 한화생명 베트남사업 전략 태스크포스(TF) 팀장으로 입사해 3년간 현지 법인의 흑자 전환 등을 이끈 정 사장은 2016년 건강 문제로 잠시 회사를 떠났다가 2019년 한화에너지 대표에 선임되며 경영에 복귀했고 2020년에는 모회사인 에이치솔루션 대표이사에 올랐다.

정 사장은 당시 한화에너지와 오너가의 가족 회사 에이치솔루션의 통합을 진두지휘하며 김 회장의 눈에 든 것으로 전해진다. 통합작업의 결과 에이치솔루션 지분 50%를 가진 김 회장의 장남 김동관 부회장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자산 13조원 이상 기업인 한화에너지의 최대주주가 됐다.

이후 2022년 한화오션 인수단장을 맡아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은 정 사장은 2023년 5월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총괄이자 사내이사라는 중책을 맡았지만 같은해 12월 다시 한번 건강상의 이유로 휴직했다. 이후 올해 5월 한화오션 대외협력실장 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실 전략3팀장으로 컴백,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반을 관리하고 있다.

이처럼 오너가의 신임을 거듭 확인받으며 복귀한 정 사장은 반년이 채 되지 않아 좋지 않은 일로 국감장에 증인으로 서게 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오는 15일 국감에 정 사장을 증인으로 소환, 사업장 안전문제와 중대재해 예방대책을 질의할 예정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정인섭 사장은 향후 부회장 승진이 당연하게 여겨질 정도로 한화 오너가의 신뢰를 듬뿍 받고 있는 인물“이라면서도 “다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안전사고는 조선업계에서 가장 예민한 문제로 여겨지는 만큼 향후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경우 지금과 같은 위상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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