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남 조현문 전 사장 공익재단 설립 추진
조현준 회장, 조현상 부회장 동의...“화해 물꼬 전환점”
“대기업 상속 역사에 한 획 긋는 선례”

[인사이트코리아 = 손민지 기자] 조현준 효성 회장 등 공동상속인이 차남 조현문 전(前) 효성그룹 부사장의 공익재단 설립에 동의하면서 형제간 마찰을 빚어 왔던 효성 오너가(家)에 최근 화합의 물꼬가 트이고 있다. 지난 3월 29일 별세한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유언으로 형제간 우애와 가족의 화합을 당부한만큼 이번 일이 효성가 삼형제의 화해 물꼬를 트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10년 넘은 형제의 난 봉합 수순 밟나
조 전 부사장은 지난 15일 언론에 배포한 알림문에서 “조현준 효성 회장과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등 공동상속인이 지난 14일 공익재단 설립에 최종적으로 동의했다”면서 “계열 분리와 이를 위해 필수적인 지분 정리, 진실에 기반한 형제간 갈등 종결 및 화해에 대해 계속해서 협상을 이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조 전 부사장은 “공익재단 설립에 협조해준 공동상속인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상속재산을 공익재단 설립을 통해 전액 사회에 환원할 수 있게 된 것은 대한민국 대기업 상속 역사에 한 획을 긋는 모범적 선례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은 앞서 지난달 5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영권에는 관심없으며 공익재단을 만들어 상속재산을 전액 사회에 환원하고 선친의 유지를 받들어 형제 갈등을 종결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난 2014년 효성그룹 총수 일가와 인연을 끊은 지 10년 만이다. 그는 “선친이 물려주신 상속 재산을 전액 사회에 환원하겠다. 내가 원하는 것은 효성으로부터의 100% 자유다”라며 “선친의 뜻을 받들어 형제간 화해를 요청한다”고 했다. 또한 “한 푼도 내 소유로 하지 않고 공익재단을 설립해 여기에 출연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효성가 차남인 조 전 부사장은 지난 2014년 친형인 조현준 효성 회장과 주요 임원 등을 횡령·배임 등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이른바 ‘효성그룹 형제의 난’으로 불리는 갈등이다. 갈등의 시작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조 전 부사장이 효성그룹 계열사에 대한 감사를 주도한 뒤 회사 내부 비리를 지적했고 이를 계기로 조 명예회장, 조 회장과의 관계가 크게 틀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조 전 부사장은 효성 부사장직을 내려놓고 보유하고 있던 효성 주식을 정리했다. 현재까지도 조 전 부사장은 가족과 의절한 채 효성그룹 경영 일선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특히 2017년에는 조 회장이 조 전 부사장을 강요미수 혐의로 고발하는 등 수년간 법정 분쟁을 치러 왔다. 지난 3월 말 부친 별세 당시에도 유족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조 전 부사장의 법률 대리인단은 “선친께서 형제간 우애를 강조했음에도 아직까지 고발을 취하하지 않은 채 형사재판에서 부당한 주장을 하고 있다”며 “또한 지난 장례에서 상주로 아버님을 보내드리지 못하게 내쫓은 형제들의 행위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로 생각된다”고 밝힌 바 있다.
고 조 명예회장은 그럼에도 조 전 부사장에게 ▲효성티앤씨 3.37% ▲ 효성중공업 1.50% ▲ 효성화학 1.26% 등 상장사 지분을 남겼다. 또 유언장을 통해 “부모 형제의 인연은 천륜”이라며 형제간 우애와 가족의 화합을 당부했다.
조 전 부사장의 형제인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이 조 전 부사장의 공익재단 설립에 동의한 것도 부친의 유언을 따르기 위함으로 보인다. 다만 조 전 부사장의 공익재단 설립 제안에 대해 그룹과 다른 가족들의 별도 입장이나 반응은 아직 없는 상태다.
화해의 단초는 ‘9월 말 상속세’?
일각에서는 가족과 의절한 조 전 부사장이 이런 의사를 밝힌 것은 상속세를 감면받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재계와 관련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고 조석래 명예회장 별세일 6개월 이후에 상속세 신고가 이뤄져야 한다. 시점으로 보면 오는 9월 말이다. 조 전 부사장의 상속재산은 계열사 지분 등을 포함해 1000억원대를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현행 상속세제는 과세표준이 30억원 이상일 경우 최고 수준인 50% 세율이 적용되는 만큼 상속세 부담은 상당하다. 물론 공익재단 출연 시 상속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공동상속인의 동의와 협조가 필수적이다.
이에 대해 조 전 부사장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상속세가 공익재단 설립 이유는 아니다”라고 적극 부인하면서 “상속세를 감면받지 못해도 재단은 계획대로 설립하겠다”고 해명했다. 공익재단에 상속재단을 출연해 상속세를 감면받아도 개인적으로 얻는 금전적 이익과 혜택이 없의며 공익재단 설립은 오로지 상속재산의 사회적 환원이라는 공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상속세 신고 시점인 9월 말까지 형제간 극적 화해의 메시지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를 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