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5.51% 전량 처분 완료
오너 일가 지분 처리 작업도 진행 중

[인사이트코리아 = 김재훈 기자] 효성그룹이 오는 7월 HS효성 출범에 앞서 지분 정리 작업에 한창이다. 자사주를 소각하고 대한항공에 자사주를 매입하는 한편 오너 일가 지분 정리 작업도 진행 중이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효성그룹은 지난 11일 자사주 55만6930주를 대한항공에 매각했다. 주당 처분가액은 6만229원으로 총액은 335억4333만원에 달한다. 효성은 지난달 10일 대한항공에 55만6930주를 매각하겠다고 공시한 바 있다.
효성은 대한항공에 주식을 매각하기 전 자사주 60만4691주를 소각하기도 했다. 219억원 규모다. 대한항공에 매각한 자사주와 자사주 소각 건을 모두 합치면 전체 발행주식의 5.51%에 달한다. 매각과 소각으로 효성은 자사주를 모두 없앴다.
자사주 처분 완료
효성그룹이 자사주를 털어낸 표면적인 이유는 오는 7월 분사를 앞두고 ‘자사주 마법’ 의혹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자사주 마법이란 자사주를 보유한 기업이 인적분할로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자사주의 의결권을 살려내 별다른 비용 없이 대주주 지배력을 키우는 것을 말한다. 본래 자사주엔 의결권이 없지만 인적분할에 따라 신설회사 주식을 배분하면 자사주에도 신주가 배정돼 의결권이 생긴다. ‘자사주 마법’으로 주식 가치가 희석되면 피해는 오롯이 소액주주들이 감당하게 된다.
다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다른 이유도 포함돼 있다. 효성그룹은 ▲효성첨단소재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효성토요타 ▲광주일보사 ▲효성홀딩스USA ▲베트남 물류 법인 등 6개사를 인적분할해 HS효성을 설립하는데 신설된 HS효성은 고 조석래 명예회장의 삼남인 조현상 부회장이 이끈다. 기존 효성은 조 명예회장 장남인 조현준 회장이 그대로 이끌어 가는데 자사주를 처리하지 않으면 효성은 HS효성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의결권이 살아난 지분인 만큼 향후 경영권을 두고 두 형제 사이에서 분쟁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지난 2014년 효성그룹 내에서 조 명예회장의 차남인 조현문 부사장이 조현준 회장과 조석래 명예회장을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한 사건이 있었던 만큼 형제 내 분쟁 상황이 발생할 일말의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양사 지배력 강화에 도움줄 듯
대한항공에 매각하는 이유 또한 여러 해석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효성은 대한항공에 자사주를 처분하는 동시에 전략적 파트너를 얻는 일석이조 효과를 노렸다. 대한항공은 UAM 사업 등을 위한 무인기 동체 개발을 진행 중인데 이를 위해선 가볍고 튼튼한 고강도 탄소복합소재가 필요하다. 효성첨단소재가 탄소섬유 분야에서 독보적 지위를 갖고 있는 만큼이 양사 모두에게 이득인 그림이다.
효성과 대한항공의 거래에 대해 효성과 HS효성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7월 회사가 분리되면 대한항공은 양사 지분 2.64%를 가진다. 양사에서 대한항공은 우군 역할을 하며 총수 일가 지배력 확대에 기여하게 된다.
HS효성 출범을 앞두고 조 부회장은 효성중공업 지분도 정리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친족 간 계열분리를 위해선 상호 보유 지분이 3%를 넘으면 안 된다. 조 부회장은 효성중공업 지분을 기존 4.88%에서 2.68%로 낮췄다.
효성과 HS효성이 완전히 분리되기까지는 아직 몇 단계가 더 남아있다.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은 현재 효성 지분 21.94%, 21.42%를 갖고 있는데 HS효성이 설립되면 서로가 가진 지분을 맞교환해야 한다. 효성과 HS효성 회사 가치가 0.82대 0.18로 차이나기에 조 회장은 조 부회장의 지분을 더 많은 돈으로 사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