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지분 8% 공개매수...지분율 9.70%→17.1%
책임경영 일환...‘우선주 주주 보호’ 조치도
한화에너지, 오너일가 삼형제 100% 보유...승계와 연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방문한 팬들과 인사하고 있다.<한화그룹>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방문한 팬들과 인사하고 있다.<한화그룹>

[인사이트코리아 = 손민지 기자] 한화에너지가 그룹 지주사인 ㈜한화 주식 공개매수를 단행한다. 공개매수를 성공적으로 마치면 한화에너지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이어 2대 주주 위치에 오르게 된다.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가 ㈜한화 지분을 매입하는 것은 김 회장 아들 삼형제의 지배력을 늘리면서 승계 작업이 수월하게 이뤄지도록 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너지는 이날부터 오는 24일까지 20일간 ㈜한화 보통주 최대 600만주에 대한 공개매수에 돌입한다. 예정 주식을 모두 매수하면 지분이 9.70%에서 17.1%(보통주 총 1327만2546주)로 높아진다.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3만원으로 직전일 종가 대비 프리미엄이 7% 정도다. 최근 진행된 다른 공개매수 대비 낮은 편이다.

한화에너지는 공개매수 기간 중 응모된 주식 수가 응모 예정 주식 수에 미달하더라도 공개매수 응모 주식의 전부를 매수할 예정이다. 응모 주식 수가 공개매수 목표 수량을 초과하는 경우 매수 예정 수량 범위 내에서 안분비례(비율에 따라 배분)해 매수한다.

한화 관계자는 “한화에너지의 ㈜한화 지분 확대는 그룹 전반의 지배구조 안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고 대주주로서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양사 간 사업적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 家 세 아들 100% 보유...한화에너지, ‘승계 지렛대’

한화에너지는 한화 오너가 세 아들인 김동관(왼쪽) 부회장, 김동원 사장, 김동선 부사장이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로 승계 지렛대로 볼 수 있다.<한화그룹>
한화에너지는 한화 오너가 세 아들인 김동관(왼쪽) 부회장, 김동원 사장, 김동선 부사장이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로 승계 지렛대로 볼 수 있다.<한화그룹>

회사 측은 이번 매수를 통해 주주가치를 높이고 책임경영을 실천한다는 취지지만, 사실상 오너 일가의 승계 작업과 관련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는 한화에너지를 한화그룹 3세 승계 작업 핵심으로 보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50%,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 각 25%)를 보유한 회사다.

 ㈜한화 지분을 직접 확보할 시 사재 부담이 큰 만큼 현금 흐름이 양호한 한화에너지를 통해 간접적으로 지분을 확보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에너지는 2017년 한화S&C가 물적 분할해 탄생한 모회사 에이치솔루션을 2021년 흡수합병해 만들어졌다. 국내에서는 열·전기를 공급하는 집단에너지 사업을, 미국 등 해외에서는 태양광 사업을 하고 있다. 2021년 다섯 차례에 걸쳐 한화 보통주 85만6699주를 매입해 한화 지분율을 7.33%로 높인 바 있다.

한화에너지는 현금 창출력을 바탕으로 승계 작업 지렛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실제로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이 회사의 현금성 자산과 장단기 금융상품 합계액은 6조 2805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매출액은 4조7110억원, 영업이익은 215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한화그룹 지배구조 개편에도 방점 

재계에서는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한화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에 방점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지난해 말 기준 ㈜한화 최대주주는 김승연 회장(22.65%)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4.91%),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2.14%),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2.14%) 등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 다른 주요 주주로는 한화에너지(9.70%), 국민연금공단(7.40%), 고려아연(7.25%), 소액주주(43.09%) 등이 있다.

그룹 측은 올 들어 그룹 내 혼재된 사업을 주력 계열사에 통합하고 각 사업의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본격화했다.

㈜한화를 지배구조 정점에 놓고 건설·글로벌·모멘텀 등 3개 부문을 중심으로 계열사 재편을 서두르기로 했는데 올 4월 이사회를 거쳐 해당 안건이 모두 확정했다.

건설 부문 내 해상풍력과 글로벌 부문 플랜트 사업은 한화오션으로 넘기기로 했다. 또 한화의 100% 자회사로 신설되는 한화모멘텀은 물적 분할해 이차전지 장비 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으로 독립 경영에 나선다. 한화솔루션이 한화가 가지고 있던 태양광 장비 사업을 이어받는 형태로 태양광 사업 재편도 이뤄진다.

한편, ㈜한화는 이날 구형 우선주 주주들로부터 장외 매수 방식으로 자기주식을 취득하기로 결정했다. ㈜한화 구형 우선주는 시가총액이 170억원이고 거래량이 미미해 주가 변동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관계자는 “최근 강화된 거래소의 우선주 퇴출 기준 강화에 따라 우선주 주주들이 입을 수 있는 피해(관리종목지정 또는 강제상장폐지)를 선제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자기주식 취득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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