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주에 5번 지연 사고 발생
안전 관리 비용 LCC 최저

지난해 8월 서울 강서구 티웨이항공 훈련센터에서 정홍근(오른쪽) 티웨이항공 대표가 운항 승무원에게 슬로건 키링을 전달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티웨이항공>
지난해 8월 서울 강서구 티웨이항공 훈련센터에서 정홍근(오른쪽) 티웨이항공 대표가 운항 승무원에게 슬로건 키링을 전달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티웨이항공>

[인사이트코리아 = 김재훈 기자] 장거리 노선 취항을 착착 진행 중인 티웨이항공에 안전 관리 문제로 연이은 악재가 터졌다. 결함으로 11시간 운항이 지연되는 한편 비용 절약을 위해 항공기를 바꿔치기 한 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자연스럽게 정홍근 티웨이항공 사장의 안전 관리 리더십에 금이 가고 있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인천을 출발해 오사카로 향하던 티웨이항공 TW283편(기체 등록번호 HL8501)이 항공기 연료펌프 이상으로 11시간 지연됐다. 낮 12시 5분 출발 예정이던 비행기가 오후 11시 4분 출발했다. 긴 대기 시간에 해당 항공편을 이용하려던 승객 310명 중 204명은 탑승을 포기했다. 해당 지연으로 오사카에서 인천으로 돌아오는 티웨이항공 284편 역시 11시간 지연돼 새벽 2시에 출발했다.

문제는 TW283편이 원래는 11시 5분 크로아티아 자그레브로 향하던 항공기였다는 점이다. 티웨이항공이 TW283편을 오사카가 아닌 자그레브로 출발시켰다면 이번 지연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티웨이항공이 TW283편의 기체 결함을 원래부터 인지하고 있었고 유럽 지연 보상금이 일본 지연 보상금보다 비싸 비용 절감을 위해 항공기를 바꿔치기 한 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유럽연합 EU261 규정에 따르면 3시간 이상 지연되면 승객에게 1인당 89만원(600유로)을 지급해야 한다. 티웨이항공은 TW283편 승객들에게 인당 10만원의 교통비를 지원했다. 89만원에 비하면 10%에 불과한 수준으로 지연 보상금을 지불한 셈이다. TW283편을 이용했던 승객들 중 140명은 현재 소송을 준비 중이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승객 보상 문제에 대해서는 검토 자체를 그런 식으로 한 적 없다”고 말했다.

티웨이항공의 11시간 지연 사고가 벌어진 주에는 무려 5건의 지연 사고가 일어났다. TW283편과 TW284편을 포함해 13일 방콕에서 출발해 인천으로 향하던 TW184편이 20시간 지연됐고 15일에는 인천에서 싱가포르로 향하는 TW171편이 1시간 지연됐다. 이틀 뒤인 17일 구마모토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TW276편은 4시간 지연됐다.

연이은 지연 사고가 벌어지자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1일 티웨이항공을 상대로 특별 점검을 실시해 다음 달까지 안전대책을 마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티웨이항공에서 큰 악재가 잇달아 터지는 건 회사가 안전 지출 비용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국토부 항공안전투자공시에 따르면 티웨이항공은 올해 항공기 교체 비용을 제외한 안전지출비용으로 798억원을 계획했다. 경쟁사인 제주항공은 3240억원, 에어부산은 2100억원, 진에어는 1603억원을 편성해 티웨이항공보다 최소 2배 많은 금액을 책정했다.

티웨이항공은 안전투자 비용 등 내실 다지기엔 소극적인 반면 노선 확대 등을 비롯한 외형 확장에는 LCC(저비용항공사) 중 가장 적극적이다. 티웨이항공은 올해 말까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후 분배될 유럽 4개 노선에 취항할 예정이다. 로마와 바르셀로나는 8월과 9월에 운항을 시작한다. 파리와 프랑크푸르트는 취항 준비 중이다.

티웨이항공이 안전투자 비용 지출에 소극적인 이유는 사모펀드의 투자금 회수 시점이 다가오기 때문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현재 티웨이항공의 2대 주주인 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는 지난 2021년 티웨이항공에 투자했다. 통상적으로 사모펀드가 3~5년 사이에 투자금을 회수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용 지출에 인색한 이유도 설명된다.

실제로 JKL파트너스는 지난 1일 대명소노그룹의 소노인터내셔널에 보유 지분 14.9%를 매도했다. 2대 주주 변경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만약 소노인터내셔널이 JKL파트너스의 잔여 지분 11.87%를 매수하면 예림당을 제치고 최대 주주로 올라설 가능성도 있다.

티웨이항공 A330-300 항공기. <티웨이항공>
티웨이항공 A330-300 항공기. <티웨이항공>

■ 추가 기재 도입과 정비 인력 확보가 필수적

현재 티웨이항공은 운항 가능한 모든 유럽 노선 슬롯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추가 기재 도입과 정비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  

2024년 6월 기준 티웨이항공의 기재 수는 34대로 B737-8(MAX) 2대, B737-800 27대, A330-300(3대), A330-200(2대)다. 이 중 B737-8과 B737-800은 단거리용이고, A330-300과 A330-200이 장거리용이다.

A330-200의 경우 대한항공으로부터 리스 받은 기재로 246석에 최대 운항거리가 1만2210㎞로 신규 유럽 노선을 커버할 수 있는 기재다. 총 5대의 리스 계약을 체결했고, 현재 1, 2호기가 도입되었다. 잔여 3대는 2024년 중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A330-300은 티웨이항공이 2021년 장거리 노선을 진출하기 위해 도입한 기종으로 347석의 좌석 수와 최대 운항거리가 1만186㎞다. 대권거리 기준으로는 신규 유럽 4개 노선 운항이 가능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 서부까지 운항이 불가한 상황으로 현재 시드니, 싱가포르, 자그레브 노선에 투입하고 있다.

주 23회의 유럽 노선(파리 4회, 로마 5회, 바르셀로나 7회, 프랑크푸르트 7회)을 안정적으로 운항하기 위해서는 최소 8대의 장거리 기재가 필요한 상황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우 전쟁이 종식되지 않는 A330-200으로만 신규 유럽 노선을 운항할 수 있다. 현재 티웨이항공은 신규 기재로 2024년말까지 A330-300 2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항속거리 1만2000㎞ 이상인 A330-900(A330neo), A350-1000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거리 노선은 오랜 기간 비행이 이뤄지는 까닭에 정비에 시간과 비용이 더 많이 든다. 이에 유동성 충당부채를 대폭 확대해야 향후 안정적인 장거리 노선 운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티웨이항공의 정비 등에 설정한 충당부채가 낮은 까닭에 향후 충당부채 설정액이 대폭 늘어나지 않을 경우 정비 관련 우려가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정홍근 사장의 승객 안전 대책에 따라 회사 이미지 갈려

티웨이항공 운영의 핵심 키를 잡고 있는 정홍근 사장의 리더십도 안전 문제로 인해 금이 간 모양새다. 지난해 8월 안전 운항을 결의하며 ‘Safety way, T’way’라는 슬로건을 새로 만든 티웨이항공 입장에선 체면을 구긴 셈이다. 당시 티웨이항공은 “안전 운항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최고 수준의 안전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장거리에 집중하느라 정작 중요한 안전에 소홀한 모습에 업계 관계자들은 걱정을 내비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티웨이항공은 대한항공을 견제할 경쟁자로서 유럽에 진입하는데 안전 문제 해결이 미진한 상황이라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티웨이항공은 EU에 취항하게 되면 매출 면에서 LCC 1위로 올라서게 될 텐데 안전 운항 비용도 LCC 1위로 올라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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