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6194달러로 처음으로 일본(3만5793달러)을 넘어섰다.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들 가운데 미국·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에 이어 6위다. 소득만 놓고 보면 주요 7개국(G7) 수준이다.

정부는 1인당 소득 4만 달러를 임기 내 달성할 수 있다며 반겼다. 하지만 이는 관련 통계 기준 변경과 일본 엔화의 급격한 가치 하락에 따른 착시효과가 작용한 결과다. 윤석열 정부 임기인 2027년 안에 4만 달러 고지를 넘을 지, 국민 살림살이가 실제로 나아질지는 두고 봐야 안다.

한국은행은 경제구조 변화에 따른 통계의 현실 반영도를 높이기 위해 국민계정 기준연도를 5년 주기로 바꾼다. 2015년 기준으로 계산한 1인당 GNI는 3만3745달러였다. 이를 2020년 기준으로 산출하자 7.3% 많아졌다. 그전에 포착되지 않은 유튜버 등 1인 사업자, 신산업 분야 기업 활동이 포함돼 사업체 수와 매출액이 늘어났다.

기준연도 변경 이전 일본에 뒤졌던 한국 GNI가 기준연도 변경 후 일본을 앞질렀다. 엔화가치가 급락하며 달러화로 환산한 일본의 지난해 1인당 GNI는 2022년 대비 1.5% 감소한 것으로 추산됐다.

어쨌든 우리나라 1인당 소득이 일본을 뛰어넘은 것은 반가운 일이다. 문제는 이런 소득 증가세를 이어갈 수 있느냐다. 1995년 이후 5년마다 1%포인트씩 하락해온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현재 2% 안팎으로 주저앉아 있다.

기준연도 개편으로 1인당 소득 3만 달러를 처음 넘긴 시점이 2017년에서 2014년으로 앞당겨졌다. 이후 10년째 3만 달러대에 발이 묶여 있다. 한국보다 앞서 3만 달러를 통과한 미국·독일·영국·프랑스 등이 평균 6년 만에 4만 달러를 넘은 것을 감안하면 한국 발걸음이 느리다.

향후 여건도 우호적이지 않다. 저출생 고령화 여파로 내년에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접어든다. 15~64세 생산연령인구는 이미 2017년부터 감소 행진이다.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화하는데 선진국 중 바닥권인 노동생산성은 나아질 기미가 없다. 이런 추세라면 2030년대 초 경제성장률이 0%대로 떨어지고, 2040년대 초에는 마이너스로 돌아서리란 한은의 암울한 전망도 나와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노동·연금·교육 등 구조개혁은 진전이 없다. 소득 4만 달러 문턱을 넘기 전에 성장엔진이 고장 날 수 있다. 통계 기준연도 개편으로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하자 GDP 대비 비율로 수치화하는 국가채무·가계부채 비율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도 발생했다.

하지만 가계부채 비율은 여전히 주요국 중 가장 높다. 기준연도를 2015년에서 2020년으로 개편하자 가계부채 비율은 100.4%에서 93.5%로 낮아졌다. 가계부채 규모는 같은데 ‘분모’에 해당하는 명목 GDP가 2236조원에서 2401원으로 늘어난 덕분이다.

그래도 국제금융협회(IIF) 기준 2023년 말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주요 34개국 중 가장 높다. 2위 홍콩(93.3%)과의 차이가 7.1%포인트에서 0.2%포인트로 좁혀졌지만 순위는 변함이 없다. 한국을 제외한 33개국 평균 34.2%와도 차이가 크다. 지금 통계 기준 변경과 엔저 착시효과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양재찬 경제칼럼니스트.<인사이트코리아><br>
양재찬 경제칼럼니스트.<인사이트코리아>

 

저작권자 © 인사이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