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부터 신규 정비 공장 증축
연간 엔진 수리능력 100대에서 360대로 늘어날 전망

인천 영종도 대한항공 엔진테스트셀(ETC)에서 정비사가 항공기 엔진을 정비하고 있다. <대한항공>
인천 영종도 대한항공 엔진테스트셀(ETC)에서 정비사가 항공기 엔진을 정비하고 있다. <대한항공>

[인사이트코리아 = 김재훈 기자] 영종대교를 따라 인천국제공항으로 가는 길목에 거대한 항공 정비 단지가 들어선다. 연면적 약 14만200제곱미터(㎡), 축구장 20개를 합친 규모의 ‘대한항공 신 엔진 정비 공장’이다. 대한항공과 자회사 아이에이티는 올해 3월부터 민간 항공기 엔진 시험 시설(Engine Test Cell·ETC) 바로 옆에 신규 엔진 정비 공장을 증축하고 있다. 

MRO는 정비(Maintenance), 수리(Repair), 오버홀(Overhaul)의 앞글자를 딴 약어다. 항공 MRO는 안전한 항공기 운항을 위해 기체, 엔진, 부품 등을 정비하는 작업을 통칭한다. ▲매 이륙 전·착륙 후 항공기 상태 점검 ▲비행 시간·이착륙 횟수별로 정해진 항공기·엔진·부품 검사 및 부품 교환 ▲항공기·엔진·부품 전체에 대한 종합 점검 ▲각종 데이터를 활용해 고장을 예방하는 체계적인 활동 모두를 일컫는다. 

대한항공은 본사 내부에 정비본부를 두고 MRO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엔 수익을 창출하고 내수를 활성화하는 신사업으로 MRO 사업을 본격 강화하고 있다.

항공 MRO는 크게 운항·기체 정비와 엔진 정비, 부품 정비로 구분한다. 운항·기체정비는 항공기 운항에 필요한 타이어, 엔진 오일, 소모품 등을 점검하는 경정비와 항공기 동체, 날개, 전기 배선, 객실 내부 등 기체 전반을 점검하는 정비를 포함한다. 엔진 정비는 항공기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엔진을 다룬다. 부품 정비는 항공기와 엔진에 장착되는 부품을 정비하는 업무다. 

대한항공은 인천과 김포, 부산에 있는 격납고에서 항공기 정비를 지원한다. 인천 격납고는 2대가 넘는 보잉 747 항공기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다. 중·대형기 정비에 특화돼 있으며, 최신 장비와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김포 격납고는 중·소형기 정비에 특화돼 있다. 김해국제공항 근처에 있는 부산 격납고는 기체 정비에 특화돼 있으며, 항공기에 옷을 입히는 페인팅 작업을 할 수 있다.

항공기 엔진 정비에 역량 집중

 대한항공은 MRO 사업 중에서도 항공기 엔진 정비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1972년 우리나라 항공당국과 미국 연방항공청(FAA) 인가를 받아 항공기 엔진 수리를 시작했다. 1976년 보잉 707항공기 엔진 중정비 작업을 시작하며 엔진 MRO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2024년 현재까지 총 5000대에 가까운 엔진을 수리했다. 대한항공은 고장난 항공기 부품을 완전히 분해해 세척하고, 수리한 뒤 장착하는 중정비가 가능하다. 엔진의 경우 경기 부천에 있는 공장에서 정비한 뒤 영종도 ETC에서 최종 성능 시험을 거쳐 출고한다.

대한항공은 자사 뿐만 아니라 진에어를 포함한 국내 항공사 일부, 미국 델타항공, 중국 남방항공 등 해외 항공사의 항공기 엔진 수리를 수주한 바 있다. 국내외 항공사가 항공 MRO 산업에서는 대한항공의 고객인 셈이다. 세계 3대 항공기 엔진 제작사인 프랫앤휘트니(PW)와 제너럴일렉트릭(GE)도 대한항공에 일부 엔진 정비를 맡긴다.

대한항공의 높은 정비 기술력은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평가받았다. 우리나라와 미국 연방항공청(FAA), 유럽 항공안전청(EASA), 중국 민용항공국(CAAC) 등 국내외 관계 당국 12곳으로부터 해당 국가의 항공기와 엔진, 부품을 정비할 수 있는 인가를 받았다.

MRO 국내 수주 늘린다

영종도 운북지구에 대한항공 엔진 정비 단지가 완공되면 자체 수리할 수 있는 엔진 대수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연간 100대 정도를 수리할 수 있는데, 향후에는 연간 360대의 엔진 정비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이 수주 물량을 늘리면 국내 항공 MRO 정비의 해외 의존도도 낮아진다.

현재 국내 항공 MRO 전체 물량의 절반 가량(2020년 기준 약 1조7000억원 상당)이 해외로 나가고 있다. 앞서 국토교통부도 2025년까지 국내 항공 MRO 물량의 70%를 국내에서 처리하고, 2030년까지 국내 MRO 시장 규모를 5조 원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신규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크다. 2023년 8월 기준 대한항공 MRO 사업은 직·간접 고용을 포함해 전체 330명 가량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오는 2027년 신 엔진 정비 공장이 가동되면 관련 인력이 1000명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차세대 신형 엔진을 포함해 정비 가능한 엔진 대수도 늘려나갈 방침이다. 현재 대한항공이 오버홀 정비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 엔진 종류는 6종이다. 여기에 GE의 GEnx 시리즈 2종과 CFMI의 LEAP-1B를 추가해 정비 가능한 엔진 모델 수를 총 9종으로 늘릴 계획이다. 에어버스 A350 도입과 아시아나항공과 통합에 대비해 롤스로이스사의 Trent XWB 엔진에 대한 타당성 검토도 진행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항공기 엔진·부품 관련 정비 기술을 국내 중소 협력 업체에 전수하고 있다. 해외에서 수입하는 항공기 부품을 국산화하고 관련 인증을 받는 과정을 꾸준히 지원하는 식이다. 국내 업체에서 제작한 항공기 부품을 구매하는 방식도 추진 중이다.

아시아나 통합 후 시너지 효과 기대

 아시아나항공과 통합한 이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분야도 MRO 사업이다.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 에어서울, 에어부산의 항공 정비 물량까지 흡수할 경우 큰 폭의 성장이 기대된다. 또한 양사 정비 인력과 시설을 적극 활용한다면 보다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 MRO는 고효율·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성장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며 “대한항공은 항공 엔진 MRO 산업에서의 입지를 단단히 다지고, 안전한 항공기 운항으로 고객들이 믿고 탈 수 있는 항공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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