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0대 그룹 중 공정자산 유일 감소
HD현대에 밀려 재계 서열 9위로 하락
벤처 투자 승부수...무너진 자존심 회복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지난 28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 서울에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 대통령과의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뉴시스>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지난 28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 서울에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 대통령과의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 = 손민지 기자]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미래를 대비해 미국에 벤처투자 법인을 추가로 설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사업 발굴에 속도를 내기 위해 투자를 통한 신기술 개발 및 육성에 집중적으로 승부를 걸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GS그룹은 지난달 미국 실리콘밸리에 스타트업 및 벤처 투자 전문법인 ‘GS인피니티(Infinity)’를 세웠다. GS그룹이 앞서 실리콘밸리에 세운 GS퓨처스, 한국에 세운 GS벤처스에 이은 세 번째 벤처 투자 법인이다.

GS인피니티의 지분은 ㈜GS가 100%를 보유한다. 해당 법인은 GS퓨처스‧GS벤처스와 마찬가지로 글로벌 산업 트렌드와 신기술 동향을 파악해 스타트업 및 벤처기업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GS인피니티, 벤처기업 투자 교두보 ‘기대’

앞서 설립된 GS퓨처스, GS벤처스 역시 인공지능(AI), 배터리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회사에 투자를 진행해 왔다. 2020년 허 회장 취임 직후 설립된 GS퓨처스는 미국 스타트업 및 벤처 기업을 발굴하고 있다. GS퓨처스가 투자한 회사로는 차세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는 ‘미트라켐’, 산업용 로봇 플랫폼을 개발하는 ‘머쉬너 랩스’ 등이 있다.

2022년 실리콘밸리에 설립된 GS벤처스는 국내를 비롯 아시아 지역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 GS퓨처스, GS벤처스가 지금까지 투자한 벤처 및 스타트업은 총 70여개에 달한다.

GS인피니티는 GS그룹 계열사가 미국 내 유망한 기업에 빠른 시일에 투자하고 싶을 때 연결 고리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허 회장은 신사업 진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성장 가능성이 큰 벤처 및 스타트업과 협업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가 추진하는 신사업 분야는 전기차 충전, AI, 산업바이오, 폐플라스틱·배터리 리사이클, 헬스케어 등 다양하다.

이외에도 허 회장은 미래 신기술 발굴에 그룹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말 미국 시애틀에서 ‘해외 사장단회의’를 개최하며 마이크로소프트 본사, 아마존 클라우드컴퓨팅 사업부인 아마존웹서비스(AWS)를 방문해 AI 신기술을 직접 살펴보기도 했다. 허 회장은 이 때 디지털 전환을 강조하고 내부 인재를 키우고 사업 혁신을 가속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또한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에 참석해 글로벌 기업들과 스타트업들의 부스를 직접 둘러보며 AI, 로봇 등 신기술 동향을 점검했다. 같은 달 GS그룹 최고위층이 한 자리에 모인 GS 신사업 공유회에서는 “불황과 저성장을 극복할 열쇠는 신기술”이라며 “GS 사업 역량과 신기술을 결합하는 시도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 서열 9위 GS그룹...수익성 제고 특명 안은 허태수

허 회장이 이처럼 미래 준비에 사활을 거는 데는 그룹의 입지에 대한 위기감이 작용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달 중순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현황’에 따르면 재계 상위 10개 그룹사 중 GS그룹만이 유일하게 지난해 자산이 감소했다. GS그룹의 공정자산총액은 80조8240억원으로 지난해 81조8360억원에서 1조원가량 감소했다. 지난해 기준 8위였던 재계 서열에서도 한계단 뒤로 밀려났다.

GS의 중심 축이자 전통적 산업군을 영위하는 GS칼텍스, GS리테일, GS건설 등이 경기 침체와 함께 저조한 실적을 내면서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GS칼텍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6838억원으로 전년 대비 58%나 줄었다. 이는 GS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3조7179억원으로 전년보다 27.4%가 감소한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올 1분기 GS리테일은 신사업 실적을 포괄하는 공통 및 기타 부문에서 186억원의 적자를 냈다. GS건설도 지난해 검단신도시 아파트 사고와 수주 악화로 인해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하는 등 고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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