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태국·인도네시아서 국민 플랫폼…동남아 이용자만 1억명
“네이버, 라인야후 지분 매각하면 내년도 순이익 15~20% 하향 전망”
최수연 대표 취임 당시 선언한 ‘글로벌 3.0’ 전략에 차질 가능성

일본 정부가 라인야후(LY)의 개인정보 유출사고를 빌미로 모회사인 A홀딩스에 대한 네이버 지분 정리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일본 국민의 중요 정보가 담기고 사회 인프라로 성장한 인스턴트 메신저 ‘라인(LINE)’을 한국 회사인 네이버가 관장해서는 안 된다는 억지 주장이다. 라인야후는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약속했으나 일본 정부는 노골적으로 라인 경영권을 탈취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네이버의 지분 매각을 압박하는 일본 정부의 속내는 그동안 네이버가 라인을 통해 가꿔온 글로벌 금융·플랫폼 사업을 송두리채 빼앗겠다는 것이다. <인사이트코리아>는 일본 정부가 네이버에 A홀딩스 매각을 요구하는 진짜 이유, 네이버가 지분 매각 시 처하게 될 예상 손실, 현실적인 출구전략에 대해 3편에 걸쳐 살펴본다.
[인사이트코리아=박지훈·정서영 기자] 일본 정부가 라인야후에 네이버와의 지분 관계 재검토를 요구했다. 이대로 네이버가 라인을 또 다른 공동 대주주인 소프트뱅크에 1주라도 넘기면 일본뿐만 아니라 동남아 시장도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같은 우려가 나오는 배경으로는 라인 메신저 기반 플랫폼 사업이 대만·태국·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에서 엄청난 두각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라인 메신저는 대만에서 2200만명, 태국 5500만명, 인도네시아 600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일본 라인 이용자 1억명을 합하면 라인 이용자만 2억명에 이른다.
네이버가 라인 지분을 매각할 시 성장 가능성이 높은 동남아 시장도 빼앗길 수 있다. 이를 포기하면 네이버가 라인을 중심으로 동남아 시장에서의 사업 확장에 타격을 입을 뿐만 아니라 동남아 주요 국가 인구만 약 4억명인 잠재력 높은 시장을 잃게 된다는 의미다.

네이버 라인 매각시 글로벌 시장서 설 땅 잃는다
라인은 동남아 주요 시장에서 국민 메신저이자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메신저를 통해 파이낸셜, 디지털뱅킹, 배달 플랫폼 등으로 뻗어나간 형태다. 국내에서 카카오가 메신저를 통해 금융, 모빌리티 등으로 확장한 형태와 유사하다.
특히 라인이 진출한 동남아는 모바일을 기반으로 디지털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시장 중 하나다. 그만큼 디지털 결제 서비스 사용자도 늘어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동남아에서 핀테크, 디지털 은행이 생겨남에 따라 2030년 동남아 디지털 결제 시장 거래 규모는 2조 달러(약 2693조4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만에선 이미 ‘라인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 1위 자리를 꿰차고 있다. 라인플러스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라인 뱅크 대만의 사용자 수는 170만명에 달하며, 이는 대만 인터넷은행 중 가장 높은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인터넷은행의 ICT 대주주 지분은 최대 34%로 제한되지만 라인은 라인뱅크 지분 49%를 확보해뒀다. 사업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잉여이익 달성 시 배당이익도 상당히 챙길 수 있다.
간편결제서비스인 라인페이도 대만 내 사용자가 1200만명에 달하는 1위 간편결제 서비스다. 신용카드 가맹점이 아닌 노점이나, 해외카드를 이용할 수 없는 편의점 등 카드 결제가 어려운 가게라도 라인페이 결제는 가능한 경우가 많다. 이를 토대로 라인페이는 지난 1월 말 대만 증시에 성공적으로 입성했다.
라인페이의 2023년 당기순이익은 4억8160대만달러(168억원)으로 전년(4억3900대만달러) 대비 9.7% 증가했으며, 현재 시가총액이 340억 대만달러(1조4200억원)에 이른다. 시총이 4조7000억원인 카카오페이도 지난해(당기순손실 252억원) 적자 상태에 머물렀음을 고려하면 양호한 성장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라인은 대만 이외에 태국에선 카시콘은행과 ‘라인BK’, 인도네시아에선 하나은행과 ‘라인뱅크’ 등 디지털뱅킹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라인은 라인BK를 서비스하는 카시콘라인 지분 49%를, 라인뱅크를 운영하는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 20%를 보유하고 있다. 라인은 2025년 대만과 태국, 인도네시아 등 전략사업지역에서 흑자전환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라인은 메신저를 기반으로 태국에선 배달 플랫폼까지 확장했다. 배달 플랫폼 ‘라인맨 웡나이’는 현지에서 빠른 성장 속도를 보이며 지난 2022년 시리즈 B 투자 당시 2억6500만달러(약 3790억원)를 유치했다. 태국 증시에서는 10억 달러(약 1조4300억원) 규모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 이를 기반으로 기업공개(IPO)에도 나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같이 동남아 내에서 라인의 성장세는 매섭다. 그러나 라인에 대한 경영권을 포기하면 네이버가 그간 축적한 사업은 소프트뱅크에 넘어가기 때문에 글로벌 플랫폼으로의 성장 동력 확보에도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업계 안팎에서는 네이버가 라인야후 지분 매각이 현실화되면 내년 회사의 순이익 하향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라인야후 지분 전량 매각 시나리오를 가정하면 내년도 순이익 기준 15~20% 하향이 이어질 전망”이라며 “라인을 기반으로 한 일본 및 동남아로의 글로벌 확장 스토리도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22년 4월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취임 당시 선언한 ‘글로벌 3.0’ 전략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 대표는 5년 내 네이버 매출 15조원 달성과 함께 사용자 10억명을 목표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글로벌 3.0 시대를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