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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2-08-08 16:29 (월) 기사제보 구독신청
[금융파워 톱10-박현주] 대한민국 투자 패러다임 바꾼 글로벌 금융 개척자
[금융파워 톱10-박현주] 대한민국 투자 패러다임 바꾼 글로벌 금융 개척자
  • 박지훈 기자
  • 승인 2022.01.07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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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이후 펀드 투자 시대 열어…금융 변방국을 금융 강국으로
세계 곳곳 대형 빌딩 인수…해외서 버는 돈 더 많아

누가 대한민국 금융을 움직이는가. 1997년 외환위기와 함께 우리나라 금융은 몰락했다. 은행들이 줄줄이 공중분해 되고 금융인들은 거리로 쫓겨났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인수합병, 선진 금융기법 도입으로 대한민국 금융은 IMF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한국형 금융은 해외에서 영토를 확장하고, 거대 은행들은 글로벌 투자은행과 맞짱을 뜰 수 있을 정도로 덩치가 커지고 내공도 쌓였다. 여기에 오기까지 금융 선각자들이 있었다. 금융산업 전반과 국민의 경제활동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금융파워도 탄생했다. <인사이트코리아>는 2022년을 맞아 대한민국 금융 리더를 조망하는 ‘금융파워 톱10’을 연재한다. 혁신적 아이디어와 도전, 과감한 승부수로 금융지도를 바꾸고 있는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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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미래에셋증권, 그래픽=남빛하늘>

[인사이트코리아=박지훈 기자] 지난해 12월 일본의 유력 경제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 계열의 싱크탱크인 일본경제연구센터는 한국의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오는 2027년 일본을 추월한다고 분석했다. 일본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 기준 2020년 1인당 명목 GDP는 일본이 3만9890달러로 한국(3만1954달러)보다 24.8% 많지만 2025년까지 한국의 1인당 명목 GDP가 연 6.0% 증가하는데 비해 일본의 경우 연 2.0% 성장에 그친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관측이 들어맞으면 일본의 1인당 GDP는 2027년 한국에 추월당한다.

일본의 경제 엔진이 식고 있다는 국내외 언론 보도가 종종 나오지만 정작 일본은 태연한 모습이다. 2019년 미중 무역갈등,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등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에도 일본 엔화는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며 강세를 띄기도 한다. 글로벌 위기 속 엔화 강세는 도요타 등 일본 수출 기업에 불리한 여건이긴 하지만 엔화가 가진 금융 파워를 잘 보여주는 단면이다.

엔화의 힘은 일본이 보유한 막대한 규모의 해외자산에서 나온다. 일본재무성에 따르면 일본의 대외순자산은 2020년 말 356조9700억 엔(당시 환율 기준 3763조원)으로 30년째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경제가 호황이던 시절 적극적으로 해외투자에 나선 덕분이다. 같은 해 일본의 제1차 소득수지는 20조7797억 엔(219조원)으로 1816억 달러(198조원)의 미국을 제치고 1위를 회복했다. 천문학적인 대외순자산을 바탕으로 막대한 배당·이자 등을 벌어들인 결과다.

일본의 제1차 소득수지와 대응하는 한국의 투자소득은 2020년 127억1000만 달러(13조8284억원)로 일본의 6% 수준에 불과했다. 한국 경제는 투자소득보다 양호한 수출 상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외화벌이에 의지하고 있다. 2020년 기록한 경상수지는 752억8000만 달러(81조9064억원)였다. 한국이 억대 연봉자라면 일본은 건물주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도 수출로 벌어들인 돈을 해외에 투자해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자 수익에 의지한 천수답식 금융사 경영 형태도 투자금융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점에서 글로벌 투자금융그룹이라는 슬로건을 제시하며 눈에 띄는 일찍이 해외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미래에셋그룹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이 보유한 해외자산은 일본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최근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중심에 국내 금융사 중 글로벌 경쟁력이 뛰어난 미래에셋그룹이 있다. 미래에셋이 해외에 진출해 글로벌 투자은행들과 경쟁하기까지 창업주인 박현주 회장의 남다른 혜안과 결단이 있었다.

박현주 회장은 국내 금융사들이 해외진출은 꿈도 꾸지 못할 때 세계의 금융 1번지 미국 뉴욕에 진출해 거대 빌딩들을 사들였다. 국내 은행들이 해외에 지점을 내고 교포들을 상대로 구멍가게식 영업을 할 때 그는 호랑이 굴에 들어가 호랑이 집을 차지하는 대담한 승부를 벌인 것이다.   

‘최초’ 타이틀로 해외투자 트렌드 주도

박현주 회장은 1998년 국내 최초 뮤추얼 펀드인 ‘박현주 1호’를 선보이며 투자의 패러다임을 ‘저축’에서 ‘펀드(간접투자)’로 바꾼 인물이다. 동원증권 실적 1위 지점장이던 그가 창업해 자신의 이름을 내건 박현주 1호 펀드를 내놓자 2시간 30분 만에 500억원 한도가 모두 팔렸다. 박현주 1호는 수익률 90%를 기록하며 고객 기대에 부응했고 미래에셋그룹 성장의 주춧돌이 됐다.

미래에셋그룹이 글로벌 시장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박현주 2호 펀드의 실패다. 2호 펀드는 2000년 IT 버블 사태라는 악재에 원금 수준을 밑돌았다. 박 회장은 수학 겸 휴식시간을 갖기 위해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최고경영자 과정 중 선진자본시장을 체험하고 정계·학계 인맥을 넓혔으며 이는 미래에셋그룹의 적극적인 글로벌 비즈니스 추진으로 이어졌다.

미래에셋그룹 주요 계열사 해외 네트워크 현황.<자료=미래에셋증권· 자산운용, 그래픽=이민자>

미래에셋그룹의 글로벌 시장 공략의 선봉에 선 곳은 국내 1호 자산운용사 미래에셋자산운용이었다. 2003년 국내 업계 최초 홍콩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글로벌 투자 역량 강화에 집중해왔다. 2004년 싱가포르, 2006년 인도, 2007년 영국, 2008년 미국·브라질, 2011년 대만, 2016년 호주 법인을 설립했다. 2013년 국내 업계 최초로 중국합작운용사를 출범했으며 2018년 베트남에 국내 업계 최초로 법인을 차렸다.

싱가포르 법인을 둘 당시만 해도 업계와 언론은 ‘해외 진출이 아직 이르다’고 비웃었지만 박현주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제조업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금융업은 그렇지 못하다” “금융업도 해외로 나갈 때가 됐다” “한국의 버크셔 해서웨이를 만들겠다”고 말하며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을 멈추지 않았다.

공모펀드 시장이 위축되기 전부터 상품군을 발 빠르게 상장지수펀드(ETF)로 확대하며 국민의 해외투자 기회와 회사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 ETF는 특정 주가지수 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펀드를 말한다. 특정 종목이 아닌 주가지수와 연동된 ETF는 투자전략 수립과 리스크 분산이라는 장점이 있어 국내 운용사들이 관심을 가졌지만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한 단계 더 나아가 해외 네트워크 확장에 힘썼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11년 캐나다 1위 ETF 운용사 호라이즌을 인수해 북미대륙에 거점을 마련했으며 이듬해에는 중남미 시장으로도 발을 넓혔다. 박현주 회장은 세계적인 ETF 운용사를 만든다는 취지로 2016년 홍콩에 해외 ETF 계열사를 거느리는 지주회사 미래에셋글로벌ETF 홀딩스를 설립했다. 2018년 미국의 유망 ETF 운용사 글로벌엑스를 인수하고, 2019년에는 일본 다이와증권그룹과 합작법인 글로벌엑스재펜을 설립했다.

나스닥 전광판에 표시된 글로벌엑스 ETF 상장 축하 메시지.<미래에셋자산운용>

특히 글로벌엑스는 성공적인 인수 사례로 꼽힌다. 글로벌엑스는 2018년 7월 인수 당시 운용자산이 105억 달러였으나 3년여 만인 2021년 10월 412억 달러로 4배가량 성장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 ETF 순자산은 글로벌엑스 인수 이전 세계 20위권에서 인수 후 10위권에 진입했다. 미래에셋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투자인력, 글로벌엑스의 혁신적인 상품력을 조합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박현주 회장의 판단이 적중한 셈이다.

박 회장은 해외투자의 지평을 증권투자에서 부동산·기업 등 대체 투자로 넓히기도 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골프용품 브랜드 ‘타이틀리스트’를 보유한 아쿠쉬네트를 인수하며 국내 금융사 최초로 글로벌 1위 브랜드를 접수하는 저력을 보였다. 2006년 상하이금융특구인 푸동지구에 미래에셋상하이타워를 세운 것을 시작으로 브라질·미국· 호주 등에서 부동산 펀드를 잇따라 성공시키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기업 아마존과 물류기업 페덱스가 장기 임차한 물류시설을 자산으로 담은 미래에셋글로벌리츠를 2021년 12월 상장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국과 유럽 내 자산을 추가 편입해 미래에셋 글로벌리츠 규모를 3~4조원 수준으로 키워 국내 최대 글로벌리츠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이 모두가 박 회장의 기발한 발상과 무엇이 돈이 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채는 남다른 안목에서 나온 결과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년 이상 투자문화를 선도하며 운용자산(AUM) 211조원을 일궜다. 운용자산의 해외투자 규모는 142조원으로 국내 운용사 1위다. 같은 기간 한국의 대외금융자산 1조9361억 달러(2106조원)의 7%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M&A·해외투자 시너지 창출

핵심 계열사 미래에셋증권 역시 글로벌 사업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2016년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증권 지분 43%를 2조3000억원에 인수하며 국내 최대 증권사 타이틀을 따냈다. 당시 박현주 회장은 대우증권의 덩치만큼이나 강점 사업을 눈 여겨 본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증권은 투자은행(IB)과 함께 위탁매매 부문에서 국내 최고 역량을 갖춘 증권사로 KB금융지주도 인수 경쟁 당시 적극적으로 나섰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은 해외법인을 보유한 곳도 대우증권이었다. 당시 9개의 해외법인을 두었으며 다른 증권사 해외법인 실적이 부진할 때도 흑자를 냈다. 글로벌 투자금융그룹을 목표로 삼은 박현주 회장이 거금을 들여서 인수한 이유이기도 하다.

박현주 회장의 승부수는 적중했다. 대우증권을 인수·합병한 미래에셋증권은 10% 이상의 주식위탁매매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며 온라인 특화 증권사인 키움증권을 제외한 대형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대우증권의 위탁매매 강점을 강화하기 위해 해외주식 위탁매매 시장을 활성화했다. 2021년 4월 해외주식 자산은 국내 증권업계 최초로 20조원을 돌파했다.

미래에셋증권은 해외법인 현지화를 추진하며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2018년 당시 글로벌 부동산 사상 최대 규모(5조5000억원)였던 홍콩 더센터빌딩 인수에 3200억원을 투자했으며 프랑스 파리의 오피스 지구인 라데팡스에 소재한 마중가타워 인수에 1조원을 쏟아부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최근 미래에셋그룹의 해외투자 시너지가 부각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대체육 스타트업 임파서블푸드다. 미래에셋그룹은 2020년 3월 미래에셋자산운용 블라인드펀드인 미래에셋PE 9호펀드를 활용해 임파서블푸드에 1800억원을 투자했으며 2021년 11월에는 5억 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 유치를 주도했다.

임파서블푸드는 2020년 미래에셋그룹의 첫 투자를 유치 할 당시 기업가치가 5조원에 육박했으며 올해 나스닥에 상장한다면 2배 수준인 11조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미래에셋그룹이 보유한 임파서블푸드 지분은 10%가량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자산운용 해외 실적.<자료=미래에셋자산운용, 그래픽=이민자>

해외서 돈 가장 많이 버는 금융그룹

미래에셋그룹의 해외 실적은 다른 금융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2021년 3분기 누적 연결 당기순이익은 4532억원으로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특히 같은 기간 해외법인 당기순이익은 2651억원으로 국내법인(2437억원)보다 많았다. 해외법인이 4년 전인 2017년 당기순손실 1110억원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성과다. 2021년 9월 말 해외법인 수탁고가 90조원으로 2016년 말보다 6배 이상 성장 한 덕분이다.

미래에셋증권 해외법인도 준수한 실적을 냈다. 2021년 3분기 누적 세전순이익 2037억원을 기록하며 3분기 만에 2020년(2010억원) 연간 실적을 뛰어넘었다. 오랜 기간의 글로벌 비즈니스 투자, 지역 현지화 전략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미래에셋그룹의 핵심 계열사 두 곳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은 4000억원 수준으로 국내 은행계 금융지주보다 많다. 대형 금융그룹은 연간 3~4조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지만 해외법인 순이익은 1000~2000억원 정도다.

미래에셋그룹의 해외 영토 확장은 국내 일반투자자의 해외투자 기회를 확대하는 동시에 다른 금융사의 글로벌 비즈니스 전개에 영감이 될 수 있다. 새로운 해외투자 트렌드 발굴, 활발한 네트워크 확장과 현지화, 그룹사간 시너지 모색 등이 핵심 키워드다. 박현주 회장이 해외에 체류하며 체험으로 깨닫고 실천해서 얻은 결과물들이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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