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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2-06-24 19:25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금융파워 톱10-신창재] 교보생명 ‘광화문 글판’처럼 금융에 감성 입히다
[금융파워 톱10-신창재] 교보생명 ‘광화문 글판’처럼 금융에 감성 입히다
  • 남빛하늘 기자
  • 승인 2022.02.25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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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중심’ 경영으로 IMF 위기 극복…외형경쟁 탈피 내실경영
감성 리더십으로 임직원·고객과 소통…디지털 전환 속도 높여

누가 대한민국 금융을 움직이는가. 1997년 외환위기와 함께 우리나라 금융은 몰락했다. 은행들이 줄줄이 공중분해 되고 금융인들은 거리로 쫓겨났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인수합병, 선진 금융기법 도입으로 대한민국 금융은 IMF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한국형 금융은 해외에서 영토를 확장하고, 거대 은행들은 글로벌 투자은행과 맞짱을 뜰 수 있을 정도로 덩치가 커지고 내공도 쌓였다. 여기에 오기까지 금융 선각자들이 있었다. 금융산업 전반과 국민의 경제활동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금융파워도 탄생했다. <인사이트코리아>는 2022년을 맞아 대한민국 금융 리더를 조망하는 ‘금융파워 톱10’을 연재한다. 혁신적 아이디어와 도전, 과감한 승부수로 금융지도를 바꾸고 있는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lt;교보생명·그래픽=남빛하늘&gt;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교보생명·그래픽=남빛하늘>

[인사이트코리아=남빛하늘 기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산부인과 의사에서 경영자로 변신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는 오너 경영인이다. 회사가 생존을 위협받던 시기에 경영권을 물려받은 신창재 회장은 인본주의를 바탕으로 한 경영철학을 기반으로 현재까지 ‘빅3’ 생명보험사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그는 취임 초기부터 보험업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며 22년간 교보생명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사람을 중시하는 경영’으로 회사의 내실성장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생명보험사 CEO가 된 산부인과 의사

1953년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의 2남 2녀 중 셋째이자 장남으로 태어난 신창재 회장은 경기고,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1989년부터 서울대병원에서 산부인과 의사로 일했다. 애초 아버지의 경영을 물려받는 길보다는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의사의 길을 택한 것이다.

그러던 중 부친 신용호 창업자의 부름으로 1993년 대산문화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하며 교보생명과 첫 인연을 맺었다. 아버지의 건강이 악화되며 1996년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게 됐고, 2000년 5월 회장에 취임해 2022년 현재까지 교보생명을 이끌어 오고 있다.

회장 취임 당시(2000년) 교보생명은 외환위기로 큰 시련에 직면해 있었다. 거래하던 대기업이 연쇄 도산하면서 2조4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된 것이다. 이 여파로 2000년에만 2540억원의 적자를 냈다. 특히 보험업계의 오랜 관행인 ‘외형경쟁’ 후유증으로 회사는 안으로 곪아 있었다.

신창재 회장의 위기 타개 방법은 ‘사람’이었다. 사람을 중시하는 경영자로 잘 알려진 그는 ‘모든 이해관계자와의 공동발전을 추구한다’는 지속가능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이해관계자 모두를 비즈니스 도구가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며 균형있는 성장을 추구하는 ‘인본주의적 이해관계자 경영’에 앞장섰다.

그가 사람을 중시하는 경영에 주력하게 된 배경에는 신용호 창립자 때부터 이어온 인본주의 기업문화와 생명보험업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휴머니즘이 자리한다. 또 불임전문 의사로서 시험관 아기를 연구하며 생명의 소중함을 깨달았던 경험도 ‘사람 중시 경영’에 집중할 수 있게 한 요인이 된 것으로 전해진다.

신창재 회장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대대적인 경영혁신에 착수했다. 외형경쟁을 중단하는 대신 ‘고객중심, 이익중심의 퀄리티(Quality) 경영’이라는 처방을 내놨다. 우선 잘못된 영업관행을 뜯어고치고 영업조직을 정예화했다. 고객중심 기업으로 정체성을 다진 셈이다. 중장기 보장성보험 위주로 마케팅 전략을 전환하고 경영효율, 생산성 향상에 주력했다. 질적성장과 내실로 승부하겠다는 새 전략은 당시로서는 파격이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평생든든서비스’다. 신창재 회장은 “새로운 계약보다 기존 고객에 대한 서비스가 먼저”라며 2011년부터 애프터(After) 서비스를 전면에 내건 평생든든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모든 재무설계사(FP)가 모든 고객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가입한 보험의 보장내용을 설명해주고, 보장받을 수 있는 사고나 질병이 없었는지 확인해 보험금을 찾아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임직원과 부단히 소통하며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데도 힘썼다. 경영의 기본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CEO와 경영진이 열린 마음으로 직원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직원들의 입장을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신창재 회장은 “사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논리적인 커뮤니케이션 이전에 감성적인 접근으로 심리적인 거리감을 좁히는 것이 중요하고, 그래야만 사원들의 자발성을 효과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가 몰고 온 변화·혁신 바람은 교보생명의 체질을 완전히 바꿔 놓으면서 괄목할 재무적 성과로 이어졌다. 취임 당시 25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던 교보생명은 매년 4000~6000억원대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하는 회사로 탈바꿈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한 9048억원을 기록했고, 누적 순이익 역시 6565억원으로 19% 늘어났다.

2000년 3500억원 수준이던 자기자본은 2021년 9월 기준 12조2000억원으로 높은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04년 이후 국내 대형 생명보험사 중 줄곧 1위를 지키고 있다. 안정적인 이익창출과 재무건전성 향상에 힘입어 교보생명은 2015년 세계적인 신용평가사인 무디스(Moody’s)로부터 ‘A1등급’을 획득하기도 했다. 국내 생명보험사로는 처음이다.

“디지털 전환 속도 높이자”

신창재 회장은 내실성장 뿐만 아니라 사회공헌에도 힘썼다. 이른둥이(미숙아)에게 치료비를 지원하는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가 대표적이다. 교보생명은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2004년부터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 사업을 펼치고 있다. 입원치료비, 재활치료비(만 6세 이하) 등을 이른둥이 출산가정에 지원하고 있다.

사회적기업 1호인 ‘다솜이재단’은 교보생명 만의 독특한 사회공헌 활동이다. 2003년 시작한 ‘교보다솜이간병봉사단’이 모태다. 저소득층 환자에게 무료 간병서비스를 제공해 건강 회복을 돕고 일자리가 필요한 취약계층 여성 가장들에게는 일자리 제공을 통해 경제적인 자립을 돕는 대표적인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이다. 2007년 10월 교보다솜이간병봉사단은 다솜이재단으로 전환돼 같은 해 11월 정부로부터 사회적기업 1호 인증을 받았다.

청소년 문화 및 체육활동도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1985년부터 열고 있는 민간 유일의 유소년 전국종합체육대회인 ‘교보생명컵 꿈나무체육대회’에는 매년 4000여명의 초등학생이 참가하는 국내 대표 전국대회로 성장했다. 청소년 육성에 대한 관심과 헌신적 실천이 높은 평가를 받아 ‘2024 강원 동계 청소년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교보생명이 그동안 펼쳐온 사회공헌 활동을 두고 금융권 여느 기업과 견줘도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랜 기간 이어온 나눔활동을 통한 브랜드 가치 제고는 교보생명이 지금껏 빅3 생명보험사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꼽힌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lt;교보생명&gt;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교보생명>

경영자로 변신한 지 22주년이 된 올해 신창재 회장의 목표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다. 교보생명은 디지털 전환을 통해 기존 보험 비즈니스에서 높은 성과를 내는 동시에 디지털 기반 신성장동력을 구축하기 위해 힘쓴다는 복안이다. 신 회장은 지난 1월 열린 ‘2022년 출발 전사경영전략회의’에서 “디지털 전환 속도를 높여 빅테크와 견줄만한 마케팅 혁신을 이뤄내자”고 주문하기도 했다.

교보생명은 디지털 전환에 방점을 둔 조직개편을 통해 ▲디지털전략담당 ▲플랫폼담당 ▲IT지원실 체제로 정비하며 전사적 디지털 전환을 유기적으로 운영·관리하고 있다. 디지털 기반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위해 DT추진팀·플랫폼기획팀·금융마이데이터팀·오픈이노베이션팀·디지털상품팀을, 디지털 기반 업무 프로세스 혁신을 위해 신기술개발팀·빅데이터지원팀을 구축했다.

새로운 금융 서비스도 눈길을 끈다. 교보생명은 고객의 건강하고 올바른 금융생활을 돕기 위해 이달 초 보험업계 최초로 금융마이데이터 서비스 ‘피치(Peach)’를 출시했다. 피치는 각 금융사에 흩어진 고객 금융정보를 하나로 관리하고,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금융과 건강생활 전반을 코칭한다. 특화된 금융·건강서비스로 보험 본연의 전문성을 높이고, 금융교육과 예술문화 콘텐츠로 독창적인 고객경험을 더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세계 최초의 자연어처리 및 머신러닝 기반 인공지능(AI) 언더라이팅 시스템 ‘바로(Baro)’에 이어 사고보험금 AI 자동심사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가입 심사부터 보험금 지급에 이르기까지 AI 기반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손잡고 AI 챗봇 ‘러버스 2.0’을 오픈했고, 헬스케어 서비스부터 간편 보험금청구 등 인슈어테크 서비스까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통합 고객서비스 앱(APP)인 ‘케어(Kare)’를 운영 중이다.

‘풋옵션 분쟁’은 풀어야 할 숙제

신창재 회장에게는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 있다. 바로 재무적투자자(FI)인 어피너티컨소시엄(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IMM PE·베어링 PE·싱가포르투자청)과의 ‘풋옵션 분쟁’이다.

2012년 어피너티는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하고 있던 교보생명 지분 24%를 1조2054억원(주당 24만5000원)에 인수하면서, 2015년 9월 말까지 교보생명 기업공개(IPO)가 완료되지 않을 경우 신창재 회장에게 지분을 되팔 수 있도록 풋옵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계속해서 IPO가 불발되자 어피너티는 2018년 10월 풋옵션 행사를 결정하고, 신창재 회장에게 주당 40만9912원에 주식 매수를 요구했다. 어피너티가 요구한 가격을 산정하면 신 회장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2조122억원가량이었다. 이후 양측은 풋옵션 행사 가격의 정당성을 두고 지금까지 분쟁을 벌여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의 풋옵션 분쟁이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교보생명이 추진 중인 IPO 과정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교보생명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IPO를 완주하겠다는 확고한 입장이다.

실제로 교보생명은 올해 상반기 중 IPO를 완료하겠다는 목표로 지난해 12월 21일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했다. 신창재 회장이 FI와의 풋옵션 분쟁을 잘 해결해 오랜 숙원사업으로 남은 IPO를 이뤄낼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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