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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2-06-24 19:25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금융파워 톱10-김범수] 카카오 플랫폼에 금융을 쓸어 담다
[금융파워 톱10-김범수] 카카오 플랫폼에 금융을 쓸어 담다
  • 박지훈 기자
  • 승인 2022.02.18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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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시대 예견, 발 빠르게 모바일에 비즈니스 탑재
국민메신저 '카톡' 기반 은행·증권·보험까지 영역 확대

누가 대한민국 금융을 움직이는가. 1997년 외환위기와 함께 우리나라 금융은 몰락했다. 은행들이 줄줄이 공중분해 되고 금융인들은 거리로 쫓겨났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인수합병, 선진 금융기법 도입으로 대한민국 금융은 IMF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한국형 금융은 해외에서 영토를 확장하고, 거대 은행들은 글로벌 투자은행과 맞짱을 뜰 수 있을 정도로 덩치가 커지고 내공도 쌓였다. 여기에 오기까지 금융 선각자들이 있었다. 금융산업 전반과 국민의 경제활동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금융파워도 탄생했다. <인사이트코리아>는 2022년을 맞아 대한민국 금융 리더를 조망하는 ‘금융파워 톱10’을 연재한다. 혁신적 아이디어와 도전, 과감한 승부수로 금융지도를 바꾸고 있는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제치고 국내 최고 부자에 등극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카카오>

[인사이트코리아=박지훈 기자] 2013년은 카카오톡이 한국 인스턴트 메신저 시장을 완벽히 장악한 해였다. 다음(Daum)의 마이피플과 SK커뮤니케이션즈의 네이트온톡은 모바일에서 사용하기에 복잡해 경쟁에서 밀렸고 무섭게 치고 올라오던 틱톡은 SK플래닛에 인수된 후 맥을 못 추고 자멸했다. 

카카오톡이 국내 시장을 꿰찼지만 동시에 위기론이 일었다. 라이벌 네이버가 일본에서 출시한 메신저 라인은 현지 시장을 석권하고 대만·태국을 점령하며 아시아 무대로 뻗어나갔다. 미주와 유럽은 미국의 왓츠앱(2014년 페이스북에 인수)과 페이스북 메신저(PM)가 잠식했고 중국은 현지 빅테크인 텐센트의 위챗이 사실상 통일했다. 국내 시장을 평정한 카카오톡은 ‘우물 안 개구리’였던 셈이다.

글로벌 메신저에 포위당한 카카오톡도 해외로 눈을 돌렸다. 이를 위해 이듬해인 2014년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했지만 자본력 부족으로 다른 나라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해외시장은 이미 다른 플레이어들이 깃발을 꽂은 상태였다.

창업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국내 인스턴트 메신저 시장 장악력을 활용한 2단계 작전에 돌입했다. 인터넷 기술(IT)에 금융을 융합하는 핀테크 사업에 선제적으로 뛰어들었던 것이다. 카카오페이를 만들어 생활금융 분야에서, 카카오뱅크를 출시해 소매금융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김범수 의장은 적어도 국내에서는 스마트폰을 개발한 스티브 잡스에 비견되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8월 신규 상장해 시가총액을 44조원까지 불리며 금융 대장주에 등극했으며 카카오페이는 시총 31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김 의장은 IT 벤처 시대의 산증인이자 오프라인 점포 중심의 아날로그 한국 금융을 플랫폼에 쓸어담는 주역이 됐다.

모바일 시대 예견해 시장 선점

김범수 의장은 국내 벤처 1세대로 1999년 게임 포털 사이트 한게임을 창립했다. 2000년 삼성SDS 입사동기이자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회사를 합병하고 NHN을 설립해 공동대표가 됐다. 2004년 단독대표로 선임되고 해외사업을 총괄하다가 2007년 사임했다.

김 의장은 대표직 사임 후 가족들과 미국에서 지냈고 평소 게임을 하며 한량처럼 휴식기를 가졌다. 하지만 그의 머리는 쉬지않고 돌고 있었다. 그는 가족에게 창업을 선언하고 곧바로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선보였다. 김 의장은 미국에서 체류할 당시 애플이 인터넷이 되는 휴대폰 ‘아이폰’을 내놓자 PC 시대가 저물고 모바일 시대가 올 것이란 것을 직감하고, 모바일에 비즈니스를 얹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카카오톡은 문자메시지를 유료로 보내던 한국 휴대폰 이용자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카카오톡은 무료인데다 일 대 일뿐만 아니라 다중 메시지도 주고받을 수 있었다. 카카오톡은 2010년 아이폰4 출시를 계기로 문자메시지 시장을 변방으로 몰아내고 국민메신저로 등극했다.

문제는 돈이었다. 아이폰4가 한국 스마트폰 대중화를 앞당겼고 카카오톡 사용자가 많아지자 카카오톡 서버는 과부화에 시달려 메시지 전송·수신이 불량일 때가 많아졌다. 그사이 ‘카톡보다 빠르다’고 홍보했던, 지금은 중국 소셜미디어의 이름으로 더 유명한 틱톡이 치고 올라왔다. 다행히 카카오톡은 투자사에게 받은 자금으로 ‘겁나 빠른 황소 프로젝트’를 전개해 서비스를 개선하고 시장을 지켰다.

카카오페이는 고평가 논란 속에서도 지난해 11월 상장 후 공모가를 웃도는 주가를 유지하며 시가총액 3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뉴시스>

금융업 진출을 향한 과감한 결단

국민메신저가 된 카카오톡은 해외 시장을 뚫기 위해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고 시장은 이미 거대 기업들에 선점된 상태였다. 이때 김 의장의 관심은 메신저에서 핀테크로 옮겨갔다. 메신저를 기반으로 핀테크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나가는 중국 기업의 사례는 김 의장에게 새로운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텐센트는 한때 카카오의 2대 주주였다. 카카오톡이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고 시장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투자한 곳이 텐센트였다. 카카오의 주주로서 카카오톡의 운영 노하우를 배운 텐센트는 2011년 중국에서 모바일 메신저 ‘위챗’을 출시해 성공했고 2013년 위챗을 활용한 간편결제 서비스 ‘위챗페이’를 내놨다. 2014년에는 중국 최초의 인터넷은행 ‘위뱅크’를 출범해 개인·중소기업 대출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카카오의 핀테크 시장 개척은 김 의장의 과감한 결단 덕분에 가능했다. 중국 등 해외에서 핀테크 시대가 개막했지만 당시 카카오 내부에서는 “굳이 정부 규제가 강하고 금융사들의 견제가 심한 금융업을 해야 할까?”라는 의문이 많았다. 류영준 본부장(현 카카오페이 대표)이 핀테크 사업 추진을 강력히 주장하고 김 의장이 이를 지지하면서 페이먼트 사업부가 차려졌다.

페이먼트 사업부는 2014년 9월 카드 정보를 등록해두면 이커머스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 비밀번호 입력만으로 간단하게 결제할 수 있는 ‘간편결제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토스가 간편송금의 길을 개척했다면 카카오는 간편결제를 보급했다.

김 의장이 해외 투자를 유치하면서 카카오의 핀테크 사업은 날개를 달았다. 규제 여건을 우호적으로 변화시키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장기적인 투자를 집행해줄 투자자가 필요할 때 김 의장은 알리바바그룹 계열의 앤트파이낸셜그룹(알리페이)으로부터 2억 달러(2300억원)를 유치했다. 앤트파이낸셜그룹은 카카오페이 상장 후 막대한 투자이익을 볼 수 있음에도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 보유하며 충실한 파트너로 남아 있다.

2017년 4월 카카오의 페이먼트 사업부에서 독립 법인으로 분사한 카카오페이는 P2P투자·대출중개·생활금융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증권·보험업을 인가받았다. 고평가 논란 속에서도 공모주 청약이 흥행에 성공하고 상장 후 시가총액 31조원을 넘어서며 국내 최고의 금융 플랫폼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카카오뱅크가 코스피에 상장된 6일 서울 여의도 KRX한국거래소 전광판에는 카카오뱅크 상장 관련 문구가 나타나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코스피에 상장한 지난해 8월 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카카오뱅크 상장 관련 문구가 나타나고 있다.<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 금융 ‘대장주’ 되다

김 의장은 간편결제 서비스 출시 직후 새로운 금융 사업에 관심을 기울였다. 이미 일본과 중국에서 자리 잡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업에 흥미를 가졌다. 2014년 학계·산업계 일각에서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금융산업과 융합해 소비자 편익을 올릴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론이 제기됐다.

카카오에서도 인터넷은행 설립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간편결제 기능 도입 때와 마찬가지로 회사 내부에서는 고강도 규제를 받는 은행업 도전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사람이 많았다. 간편결제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점도 인터넷은행 설립 추진에 대한 명분을 약하게 만들었다. 네이버도 국내에서 인터넷은행 사업을 하느니 해외사업에 집중하겠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김 의장은 23년 만에 찾아온 신규 은행 인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인터넷은행 예비 인가를 신청했다. 컨소시엄은 한국투자금융지주와 국민은행, 텐센트 등 다양한 주주로 구성했다. 김 의장의 지분이 높은 카카오가 은행업을 하게 되면 대주주 영향력이 지나치게 강해질 거라는 우려를 불식시켰다.

카카오뱅크 성장 밑그림도 김 의장이 그렸다. 김 의장이 인터넷은행을 구상할 당시 필요한 건 믿을 만한 금융사였다. 카카오는 산업자본으로서 인터넷은행 지분 보유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높은 지분을 보유하면서 경영권을 최대한 보장해줄 금융사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 때 김 의장이 찾은 사람이 바로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이다. 김 의장과 김 회장의 인연은 스타트업 카카오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투금융의 벤처캐피털 자회사인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적자를 면치 못하던 카카오에 과감하게 투자해 6배의 수익을 거뒀다. 카카오는 한투금융에게 믿을만한 동반자였고 한투금융은 고마운 파트너였다.

김 의장은 카카오가 한국금융으로부터 콜옵션을 행사해 보통주를 인수할 수 있도록 약속받았다. 카카오뱅크가 성장해 기업가치가 대폭 오르더라도 경영권 분쟁이 없도록 두 사람이 약정한 것이다. 카카오는 덕분에 ICT 계열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지분 보유 규제가 완화된 후 한투금융으로부터 자본금을 인수해 명실상부 카카오뱅크의 주인이 됐다.

당장의 수익보다 서비스 품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김 의장의 철학은 카카오뱅크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카카오뱅크 앱은 가입 절차가 간단하고 이용이 편리하도록 최대한 군더더기를 뺐다. 송금·이체 수수료 무료, 높은 예·적금 이자 제공으로 소비자 혜택까지 챙겼다.

서비스 품질을 우선하자 가입자가 몰려 자연스럽게 흑자전환이 빨라졌다. 2017년 7월 출범한 카카오뱅크는 2019년 1분기 첫 분기 흑자(순이익 66억원)를 기록한데 이어 그해 연말 첫 연간 흑자(137억원)를 달성했다. 2020년 1136억원, 2021년 204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하며 고공성장 중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8월 성공적인 기업공개(IPO)를 바탕으로 상장, 시총이 44조원에 육박하는 회사로 컸다. KB금융지주를 제치고 단숨에 금융 대장주의 자리를 차지했다.

국내 금융사업의 기틀을 다진 김 의장은 올해부터 해외진출을 모색할 예정이다. 기업공개로 조달한 2조5000억원의 자금 가운데 500억원을 2023년 집행할 예정이다.

김 의장은 지금까지 믿을 만한 파트너를 만나 회사를 키워왔다. 카카오뱅크는 자본 확충 부담 없는 해외사업을 전개하기 위해 은행업 인가 획득을 통한 직접 진출보다 합작법인(JV) 설립이나 B2B(Business to Business) 원천 금융기술 판매 등의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즉, 이번 해외사업 성공 여부도 김 의장의 파트너 선택 안목에 달려있는 셈이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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