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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2-06-24 19:25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금융파워 톱10-이승건] 토스뱅크에 ‘편리함’ 심어 데카콘 일구다
[금융파워 톱10-이승건] 토스뱅크에 ‘편리함’ 심어 데카콘 일구다
  • 박지훈 기자
  • 승인 2022.03.03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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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모델보다 불편함 제거에 역량 집중
장애인부터 외국인까지…금융 소외계층 포용

누가 대한민국 금융을 움직이는가. 1997년 외환위기와 함께 우리나라 금융은 몰락했다. 은행들이 줄줄이 공중분해 되고 금융인들은 거리로 쫓겨났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인수합병, 선진 금융기법 도입으로 대한민국 금융은 IMF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한국형 금융은 해외에서 영토를 확장하고, 거대 은행들은 글로벌 투자은행과 맞짱을 뜰 수 있을 정도로 덩치가 커지고 내공도 쌓였다. 여기에 오기까지 금융 선각자들이 있었다. 금융산업 전반과 국민의 경제활동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금융파워도 탄생했다. <인사이트코리아>는 2022년을 맞아 대한민국 금융 리더를 조망하는 ‘금융파워 톱10’을 연재한다. 혁신적 아이디어와 도전, 과감한 승부수로 금융지도를 바꾸고 있는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승건 토스 대표.&lt;토스&gt;
이승건 토스 대표.<토스>

[인사이트코리아=박지훈 기자] 요즘은 ‘원툴(One-Tool)’ 밈의 시대다. ‘한 가지를 잘 한다’는 뜻으로 스포츠 게임에서 유래해 최근 청년층을 중심으로 일상에서 유행어처럼 쓰이고 있다. 게임사 엔씨소프트를 가리켜 ‘리니지(엔씨의 간판 게임) 원툴’이라거나 엔터사 하이브를 언급할 때 ‘BTS 원툴’이라고 표현하는 식이다. 하나밖에 못한다는 의미보다 하나만큼은 특출나게 잘한다는 의미다.

전통적인 금융사들은 요즘 같은 원툴 시대에서도 멀티툴(다양한 분야에서 유능)을 지향하지만 어느 것 하나 확실하게 잘 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어떤 비즈니스가 돈이 된다고 소문나면 너도나도 몰려든다.

예컨대 카드사들은 정부의 가맹점 카드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에 빨간 불이 들어오자 수요가 폭증한 자동차 할부 금융으로 일제히 뛰어들었다. 자본과 실적을 집중 투입해 실적을 끌어올리는데 성공했지만 그사이 핀테크는 카드사의 온라인 시장을 야금야금 먹어치웠다.

신세대 금융은 접근 자체가 다르다. 원툴로 승부한다. 이승건 대표가 이끄는 비바리퍼블리카(토스)가 대표적이다. 사람들이 쓰면 쓸수록 수수료 손해를 보는 ‘간편송금’, 헤비 트레이더보다 자본력이 부족한 MZ세대를 겨냥해 내놓은 편리한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복잡한 우대조건 없이 연 2% 이자를 제공하는 토스뱅크 입출금통장 등 토스의 상품·서비스는 편리함을 원툴로 삼고 있다.

토스의 편리함은 금융 소비자의 자발적 유입을 일으켜 플랫폼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가입자 2100만명의 토스는 금융 플랫폼 위상을 다져 기업가치를 8조원 이상으로 키웠다. 올해 상반기에는 프리IPO(상장을 약속한 투자 유치)를 추진한다. 데카콘 기업(100억 달러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 등극은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편리한 금융’ 전략으로 1등 금융앱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카카오뱅크의 순이용자 수(MAU)는 1년 전보다 21% 늘어난 1317만154만명으로 은행·뱅킹서비스 부문 앱 1위를 차지했다. 시중은행인 국민은행의 KB스타뱅킹(1036만2569명), 신한은행의 신한 쏠(948만8829명), 농협은행의 스마트뱅킹(884만3456명), 우리은행의 우리WON뱅킹(596만2304명), 하나은행의 하나원큐(472만5437명)가 뒤를 이었다.

여기에 토스를 함께 놓고 비교하면 토스 앱은 1397만4762명으로 1등이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토스뱅크는 별도의 뱅킹 앱을 출시하지 않고 최대주주 비바리퍼블리카의 금융 플랫폼 앱 토스에 서비스를 추가했다. 시중은행 앱도 같은 금융지주의 증권·카드·보험·저축은행 계열사 서비스를 탑재하고 있는 만큼 토스 앱을 동일한 비교 선상에 놓는 것이 합리적이다.

토스 앱의 인기는 ‘불편함 제거’를 서비스 최우선 목표로 내건 이승건 대표의 경영 철학에서 시작된다. 토스는 2020년 10월부터 ‘금융이 불편한 순간’이라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토스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여러 금융사의 서비스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불편을 취합하기 위해 시작했다. 토스는 캠페인에 접수된 의견들을 선별해 고객 편의 관점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개선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예약 송금’이다. 밤 12시를 전후해 인터넷·모바일뱅킹으로 송금을 시도할 때 은행 점검 시간에 막혀 불가능할 때가 많다. 자고 일어나면 송금해야 한다는 사실을 쉽게 잊는다. 토스는 이 같은 점을 꿰뚫고 은행 점검 시간이 끝나면 자동으로 송금되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카드 실적 정보’도 호평을 받은 서비스다. 고객은 보유한 카드별 실적·혜택 조건이 제각각이라 기억하기 쉽지 않다. 이미 할인을 위한 실적 조건을 달성했더라도 이를 알지 못하고 불필요하게 추가 결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토스는 실적 달성 여부, 구간별 혜택, 추가 혜택 등을 알려주는 기능을 마련했다.

‘병원비 돌려받기’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사용자가 토스에 등록한 카드로 병원·약국 등을 이용한 후 실손의료보험 청구를 잊고 있을 때 ‘보험금 청구를 잊고 있다’는 알림을 보내준다. 이밖에 토스증권 계좌로 보유 중인 주식 관련 공시 및 배당금 알림 등도 추가됐는데, 이는 기존 증권사가 제공하지 않던 서비스다.

주요 금융앱 가운데 유일하게 다크모드를 지원하는 토스 앱. 저시력 시각장애인들은 화면 전체에서 빛이 나오는 일반모드로는 사실상 모바일을 활용하기 어렵다.<토스>

이승건 대표가 편리함에 집착하는 이유

이승건 대표가 비즈니스 모델 확보보다 불편함 제거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토스는 편리한 금융을 제공하면서 성장해왔고 그 결과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토스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간편송금 서비스를 출시하기에 앞서 수차례 실패를 맛봤다. 모바일 기반 소셜 미디어 ‘울라불라’와 모바일 투표 앱 ‘다보트’ 등 7번의 실패 끝에 내놓은 8번째 아이템이 간편송금 ‘토스’다.

7번의 실패를 경험한 이 대표는 ‘사람들이 원하는 게 도대체 뭐지?’라는 생각에 처음으로 현장에서 직원들과 사람들의 불편함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은 100개의 아이템 가운데 성공작이 간편송금이다. 앞서 시도했던 7개의 아이템은 이용자들에게 외면 받았으나 액티브엑스(Active X) 설치 프로그램, 공인인증서 등록 등으로 어렵고 복잡했던 송금 문제를 간편하게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하자 뜨거운 관심을 끌어낼 수 있었다.

이 대표는 간편송금 시작 계기에 대해 “토스 이전에 만들었던 서비스들과 토스를 비교해보면 예전 제품들은 우리가 원했던 것이고 토스는 사람들이 원했던 것”이라며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귀 기울일 때 비로소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토스의 의사 결정에서 가장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기준은 ‘고객 관점의 이익(Customer Centric)’이 됐다. 고객 이익을 살피기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은 게 토스 조직이다.

토스 앱은 플레이스토어 기준 별 4.3개, 리뷰 20만개를 보유했다. 리뷰가 가장 많은 시중은행 앱도 토스의 절반인 9만개에 불과하다. 토스가 앱 마켓에서 고객 불편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해결한 덕분에 칭찬과 의견제시가 가장 많은 앱이 됐다.

토스는 고객의 앱 평가가 자발적이라 인위적인 ‘점수 올리기’에는 관심이 없다. 기존 금융사는 앱을 업데이트 하거나 대대적으로 개편한 직후 오류가 다발적으로 발생해 이용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떨어진 점수를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 리뷰를 달면 커피 쿠폰 등을 제공하는 이벤트도 자주 연다.

이승건 대표는 편리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어도 좀처럼 접근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람들이 장애인과 외국인이다.

토스 앱은 주요 금융사 앱 가운데 유일하게 다크모드를 지원한다. 다크모드 제공 이유는 미적인 게 아니라 사회적이다. 시각장애인의 대부분은 빛을 아주 약하게나마 인식할 수 있는 저시력자다. 시중은행들은 다크모드가 아닌, 화면 전체적에서 빛을 내는 일반모드만 제공하고 있는데, 이 같은 환경에서는 시각장애인이 글씨를 알아볼 수 없다.

토스는 글씨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빛이 들어오지 않는 다크모드를 통해 저시력자들도 서비스에 가입하고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처음 설치된 토스 앱은 스마트폰 글씨 크기를 자동 적용해 저시력자가 시행착오나 타인의 노력 없이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저시력자들이 즐겨 쓰는 다크모드도 앱 설치 후 자동으로 적용된다.

토스 앱은 3단계 글씨 크기만 지원하는 보통 앱과 달리 iOS 9단계, 안드로이드 12단계까지 지원한다. 해당 단계에 맞는 단락 나눔을 설정해 어색하지도 않다.

토스가 처음부터 시각장애인 사용자의 모바일 접근성이 높은 서비스를 구현한 것은 아니다. 2017년 앱 업데이트 이후 보이스오버(모바일 글씨를 읽어 음성으로 들려주는 기능)를 사용하면 앱이 꺼진다는 고객 민원이 들어온 게 시발점이 됐다.

이승건 대표는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 장애인 인구는 250만명, 그 중 토스앱 사용과 직접적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지체·청각·언어·시각장애 인구는 180만명에 달한다”며 “(해당 민원을 통해) 모바일 접근성을 높이는 작업을 해야 하는 당위성을 찾았다”고 밝혔다.

2020년 11월 기준 보이스오버(아이폰 기준) 기능을 사용 중인 유저는 토스 전체 가입자의 1% 미만이다. 미미한 숫자지만 최근 1년 사이 사용자가 2배가량 늘어난 것을 감안했을 때 토스의 문턱이 장애인들에게 넓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외에도 스크린리더가 화면을 더 잘 읽어줄 수 있도록 최적화 하고, 드래그할 필요 없이 클릭만으로 위치 변경이 가능한 기능을 추가하는 등 모바일 접근성을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토스 앱은 실로암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선정한 ‘앱 접근성 모범사례’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앱 접근성 모범사례에 선정될 수 있었던 것은 모바일 접근성을 효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돼 있고, 토스의 제품 자체가 직관성을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토스 측 설명이다.

토스뱅크는 올해 상반기 국내 인터넷은행 최초로 국내 거주 외국인을 대상으로 비대면 계좌 계설 서비스를 내놓는다. 금융당국이 2019년 12월 외국인등록증을 활용해 비대면 방식으로도 계좌 개설을 허용하겠다고 밝혔으나 앞서 출범한 인터넷은행에서는 실현되지 못했다.

토스뱅크는 외국인등록증이 발급기관인 출입국관리사무소를 거치는 동안 유효성을 검증하는 계좌 개설 서비스를 구축할 예정이다. 외국인 대상 계좌 개설이 가능해지고 데이터가 누적되면 외국인들이 그동안 접근하기 어려웠던 카드와 신용대출 상품도 출시될 전망이다.

토스는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수익성이 높은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보다 불편함을 제거하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면 기업가치가 올라간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은행·증권 등 굵직한 비즈니스를 영위하게 됐지만 여전히 편리한 금융 아이템을 찾기 위해 현업부서 책임자인 리더로도 활동하고 있다.

최근 토스증권의 편의성을 대폭 끌어올릴 비장의 무기를 구상 중이라는 게 이 대표를 잘 아는 내부관계자의 설명이다. 편리함에 대한 이 대표의 집착이 한국 금융의 수준을 얼마나 끌어올릴지  주목된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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