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대우 ‘수익성’ 방어…삼성, 매출·이익 뒷걸음
DL이앤씨·HDC현산, 매출 하락 속 수익성 개선
GS건설·SK에코플랜트, 한파 속 매출·이익 성장

[인사이트코리아 = 이세령 기자] 대형 건설사들의 3분기 성적표가 공개됐다. 매출은 줄줄이 뒷걸음질했지만 영업이익만큼은 ‘누가 잘 버텼나’가 선명하게 갈렸다. 어디는 내실을 다져 웃었고 어디는 직격탄을 맞고 울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대형 건설사 매출은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주택 경기 침체와 해외 프로젝트 지연, 대형 현장 종료가 겹친 결과다. 다만 선별 수주·고부가 사업에 힘을 실은 회사들은 오히려 수익성이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다.

현대·대우건설 ‘수익성’ 방어…삼성물산, 매출·이익 뒷걸음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은 매출 하락 속에서도 수익성 방어에 성공했다. 현대건설 3분기 매출은 7조82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035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대비 9.4% 감소했다. 반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53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비교해 4.2% 증가했다.
회사 관계자는 “공사비 상승기에 착공한 현장이 순차적으로 준공되고 사우디 아미랄 PKG4, 디에이치 클래스트 등 대규모 사업장이 속도를 내면서 영업익 개선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도 비슷한 흐름이다. 3분기 매출은 1조9906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5478억 원) 대비 21.9% 감소했다. 이는 대형 건설사 중에서도 두드러지는 수치다. 3분기 영업이익도 566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다만 누적 기준으로는 현대건설과 같이 수익성 방어에 성공한 모습이다. 3분기 누계 영업이익은 2901억원으로 전년 동기(2819억원) 대비 2.9% 증가하며 다소 개선된 흐름을 나타냈다.
회사 관계자는 “진행 현장 수 감소 영향으로 매출은 줄었지만, 내실경영 성과로 누계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증가했다”며 “영업이익률도 1.0%p 증가한 4.6%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매출 외형과 이익 모두 감소했다. 3분기 매출은 3조90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대비 31% 감소했다. 영업이익 역시 1100억원으로 52.9% 줄었다. 하이테크 사업을 비롯한 대규모 프로젝트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며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하락한 것이다.
GS건설·SK에코플랜트, 건설 한파 속 매출·이익 동반 성장
GS건설과 SK에코플랜트는 건설 경기 한파 속에서도 매출과 영업익 모두 증가했다. GS건설의 올 3분기 매출은 3조20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485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와 비교했을 때 81.5% 증가했다.
회사 관계자는 “다수의 건축주택사업본부 고원가율 현장 종료와 함께 인프라, 플랜트사업본부의 이익률 정상화 등 전체 사업본부의 원가율이 안정화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SK에코플랜트는 매출 3조248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 65% 증가한 수치다. 영업익은 매출 성장세에 힘입어 1574억원을 기록,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회사는 지난해 3분기 6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회사 관계자는 “청주 M15X 팹(Fab),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프로젝트와 지난해 자회사로 편입한 반도체 모듈회사 에센코어, 산업용 가스 제조사 SK에어플러스의 호실적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DL이앤씨·HDC현산, 매출 하락 속 수익성 개선
이번 3분기 실적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DL이앤씨와 HDC현대산업개발의 수익성 개선이다. 두 회사 모두 매출은 소폭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크게 늘며 뚜렷한 개선세를 보였다.
DL이앤씨의 3분기 매출은 1조9070억원으로 0.6%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1168억원으로 40.1% 증가했다. 이는 회사가 보수적인 경영전략을 고수한 결과로 해석된다. 회사는 올해 수익성 있는 사업을 선별적으로 수주하고 주택 사업 부문 원가율을 92.3%에서 82.6%로 9.7p 가량 개선했다.
HDC현대산업개발 역시 매출이 1조530억원으로 3.3%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730억원으로 53.8% 늘었다. 서울원 아이파크와 청주 가경 아이파크 6단지 등 대형 사업장 매출이 반영되고, 수원 아이파크 시티 10~12 준공에 따른 매출이 인식되면서다.
올해 건설사들의 공통된 흐름은 ‘이익 중심 경영’이다. 고금리·자재비 부담·미분양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무리한 외형 확대보다 수익성 중심의 선별 수주가 실질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