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대표, 고객정보 대량 유출에 불명예 퇴진
차기 대표, 신뢰 회복 및 M&A 완수 등 과제 산적

[인사이트코리아 = 손규미 기자]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이사가 297만명의 고객 정보 유출 책임을 지고 조기 사임했다. 이에 따라 롯데카드의 다음 리더가 될 인물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해킹 사태로 추락한 신뢰도를 끌어올리고 회사를 회복구도에 올려놓아야 하는 만큼 차기 대표의 어깨는 한층 무거워질 전망이다.
1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조 대표는 지난 13일 사내게시판에 ‘대표이사로서 마지막 책임을 지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임직원들에게 사임 의사를 알렸다. 사임 안건은 오는 21일 임시 이사회에 상정되며 12월 1일자로 퇴임하는 일정이다.
롯데카드 기타비상무이사로 있던 대주주 MBK파트너스의 김광일 부회장도 같은 날 이사회에서 물러날 것으로 알려졌다.
본래 조 대표 임기는 2026년 3월까지였으나 해킹 사태에 따른 내부통제 책임론이 불거지자 조기 퇴진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롯데카드는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해 297만명에 달하는 고객 정보가 유출된 바 있다. 이 중 28만명은 카드번호·유효기간·비밀번호 일부·CVC 등 민감한 정보까지 노출되면서 카드 부정 사용에 대한 우려가 컸다. 이에 금융당국과 국회도 롯데카드를 강하게 질타했다.
롯데카드는 해킹 사고 이후 대고객 사과, 보상 대책 마련, 정보보호 컨설팅 도입 등 수습 조치에 총력을 다해왔다. 지난달 말에는 본부장 4명을 포함해 고위급 임원 5명이 자진 사퇴하는 등 고강도 인사를 단행했으며 더불어 대규모 조직 쇄신도 시행했다. 이번 조 대표 사임으로 큰 틀의 인적 쇄신은 마무리된 모양새다.
조 대표는 지난 2020년 취임해 올해 3연임에 성공한 장수 CEO였다. 재임 기간 동안 롯데카드 자산을 두 배 가까이 늘리고 영업수익도 3조원을 넘기는 등 괄목할 성장세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해킹 사태로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됐다.
신뢰 회복·기업가치 제고 등 과제 산적... 차기 대표 어깨 무거워
조 대표가 조기 사임하면서 업계의 시선은 차기 신임 대표로 쏠린다. 어려움에 봉착한 롯데카드를 구해야 하는 책임이 막중하기 때문이다.
최우선 과제는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로 크게 실추된 소비자 신뢰 회복이다. 롯데카드는 해당 사태 후폭풍으로 영업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여신업계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롯데카드 월중 해지회원 수는 16만명으로 전월(6만7000명) 대비 138.8%나 급증했다. 이는 전체 회원 수 감소로 이어졌다.
9월 말 기준 롯데카드의 전체 회원수는 939만2000명으로 전월 대비 8만4000명이 줄었다. 7만2000명의 신규 고객을 유치했지만 해지 회원 수가 16만명을 넘어서며 고객 수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해킹 사태가 발생하기 전(1~8월) 롯데카드 평균 월중 해지회원 수(7만여명)의 두 배가 넘는다.
여파는 개인 신용판매 점유율 감소로도 이어졌다. 롯데카드의 지난달 개인 신판 점유율은 8.88%로 전월(9.19%) 대비 0.32%포인트(p) 감소했다. 결제액 규모도 전월 대비 3.4% 감소한 4조3113억원을 기록했다.
이밖에도 롯데카드는 해킹 사태 수습을 위한 사내 정보보호 시스템 개선, 리스크 관리 강화 등도 매듭지어야 한다.
조 대표가 완수하지 못한 인수·합병(M&A)도 차기 대표 과제다. 롯데카드는 지난 2022년 시장에 매물로 나왔지만 가격 이견 등으로 매각에 실패, 4년간 표류중이다. 진행 중인 매각 작업도 해킹 사태의 부정적 여파로 사실상 중단 위기라는 말이 나온다.
차기 대표는 하락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수익성 개선에 힘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롯데카드는 영업력 악화 외에도 해킹에 따른 카드 재발급 및 고객 보상 비용, 금융당국의 과징금 부과, 고객들의 집단 소송 가능성 등 대규모 추가 비용 발생 요인이 산재해 있다. 이 같은 악재 속에서 어떤 돌파구로 롯데카드를 회복 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롯데카드는 향후 5년 간 정보보안 분야에 총 11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전체 IT 예산 대비 정보보안 투자 비중도 업계 권고수준인 7%를 크게 웃도는 15%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롯데카드가 대규모 정보 유출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은 만큼 정보 보안 전문성과 위기 관리 능력을 갖춘 인물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편, 롯데카드는 오는 21일 새로운 대표이사 선임을 위한 공식적인 절차를 개시할 예정이다. 조 대표는 관계 법령에 따라 차기 대표이사가 정해질 때까지 대표이사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유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