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8개월, 뜻대로 되지 않는 경영...해운업황 악화로 최악 실적
외풍도 이어져...정치권서 본사 이전 압박, 불확실한 매각 전망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올해 3월 선임된 최원혁 HMM 대표가 취임 첫해부터 내부 혼란과 실적 부진이 겹치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해운업황 둔화 속에서 인수 후보 불확실성, 정치권 변수, 최근의 포스코 인수설까지 잇따르며 조직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HMM, 올해 3분기 최악 실적...영업익 80% 급감
HMM은 올해 3분기 296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79.7% 감소했다고 13일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3.8% 줄어든 2조7064억원을 기록했고 당기순이익은 3038억원으로 82.5% 감소했다. 3분기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도 1481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2% 하락했다. 특히 평균 미주노선 해상운임은 서안과 동안이 각각 69%, 63% 급락했다.
HMM 관계자는 “항로별 기항지와 투입 선박 조정으로 운항 효율을 최적화하고 냉동 화물, 대형 화물 등 고수익 특수 화물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한편 신규 영업 구간 개발 등으로 수익성을 개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HMM은 올해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관세 폭탄 영향으로 글로벌 해상운임이 계속해서 하락하는 등 업황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최 대표가 40년 ‘물류전문가’ 경력을 살려 김경배 전 대표 뒤를 이어 회사를 순항시켜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취임 직후부터 가장 큰 경영 현안이었던 SK해운 인수 논의가 막판에 무산되면서 조직 내부 방향성 논란이 커졌다. HMM은 미주, 유럽, 동남아 등 주요 글로벌 항로에 선복을 투입하고 있기 때문에 SCFI 변화가 수익성과 직결된다. 운임이 떨어지면 그만큼 화물 1TEU(20피트 컨테이너 단위)당 매출이 줄어들고 고정비 비중이 높은 해운사 특성상 수익성은 빠르게 악화된다.
때문에 SK해운 무산이 더욱 아쉬운 상황이다. SK해운은 원자재 운반에 특화된 벌크선 위주의 해운사로 에너지·화학 화물 운송에 강점을 가진 기업이다. 현재 벌크 업황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이다.
만약 HMM이 SK해운을 인수했을 경우 컨테이너 중심 사업 포트폴리오에 벌크 운송을 더함으로써 수익구조가 안정화돼 이번 3분기 실적 악화를 최대한 방어할 수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최원혁 대표 괴롭히는 외풍...본사 이전 압박·매각 불투명
부진한 실적뿐만이 아니다. 정치권에서 촉발된 본사 부산 이전 이슈와 포스코 매각설 등 여러 외풍이 최 대표를 괴롭히고 있다.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HMM 본사의 부산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실제 이전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됐다. 본사 이전은 인력 재배치·조직 재편 등 구조적 변화가 수반되는 문제인 만큼,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의견 충돌과 혼선이 현재까지 이어지는 모양새다.
여기에 최근 철강업계에서 포스코 HMM 인수설이 다시 고개를 들며 매각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등 외풍은 계속되고 있다. 포스코는 HMM 인수를 위해 삼일PwC, 보스턴컨설팅그룹 등과 계약을 맺고 대규모 자문단을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장인화 포스코 회장은 철강업 특성상 매년 늘어나는 물류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직접 해운사를 운영,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해운업계가 강력 반발하는 등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해운협회는 지난달 장 회장에게 공식 서한문을 발송하고 HMM 인수를 전면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해운협회는 “포스코의 HMM 인수는 해운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한국 해운 산업의 근간을 와해해 한국 수출입업계 전체에 심각한 피해를 발생시킬 것“이라며 “해운 산업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현시점에서 철강 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포스코가 HMM을 인수한다면 전문적인 해운 경영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년에도 해운업황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 속 최 대표가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비용 효율화와 사업 포트폴리오 재정비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일각에선 먼저 고정비 비중이 높은 해운업 특성상 저수익 노선 축소, 운항 스케줄 조정, 선박 회전율 개선 등을 통해 비용 구조를 재정비할 필요성이 크다고 본다. 또 SK해운 인수를 재추진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최 대표가 당면한 여러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구성원을 결집시키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외풍이 잦아들지 않는 상황에서 조직이 방향성을 잃지 않도록 명확한 전략을 제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최 대표 첫해 성적표는 위기 대응 속도와 내부 결속력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