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규제 정비 없이 반등 어렵다” 호소

[인사이트코리아 = 김호진 기자] 롯데홈쇼핑이 ‘검증’과 ‘AI’를 앞세워 업황 불황을 정면 돌파한다. 홈쇼핑업계는 TV시청자 감소, 송출 수수료 부담에 각종 규제까지 겹치면서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홈쇼핑은 최근 상품 검증 절차를 크게 강화했다. 패션·식품·뷰티 상품은 자격증을 가진 전문가가 직접 점검하고 명품은 국제 감정사가 정품 여부를 확인한다. 협력사 관리에는 AI 챗봇 ‘모니(Moni)’를 도입해 입점 서류와 시험성적서 검토를 자동화했으며 월 1500건 이상의 상담을 처리한다.
소비자 접점에서도 검증이 강화됐다. 최근 도입한 품질 전문가 TIP 서비스는 상품 상세 페이지에 전문가 활용 팁과 주의사항을 표시해 구매 과정 전반을 지원한다. 내부 조사에서 응답자의 80% 이상이 “리뷰보다 전문가 의견을 신뢰한다”고 답하자 이를 제도화했다.
구조적 불균형에 맞선 롯데홈쇼핑의 돌파구
롯데홈쇼핑이 이런 전략을 내놓은 배경에는 업계 전반의 침체가 있다. 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7개 홈쇼핑 업체 거래액은 19조3423억원으로 전년 대비 4.4% 줄었다. 2017년 이후 최저치다.
매출 감소와 함께 방송 송출 수수료 부담은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해 방송 매출 대비 송출 수수료 비율은 73.3%에 달해 매출의 4분의 3이 유료방송사로 빠져나갔다. 업계에서는 “팔아도 남는 게 없는 구조”라는 불만이 나온다.
여기에 갈수록 엄격해지는 규제도 부담이다. 홈쇼핑은 방송법·표시광고법 기준에 맞춘 사전 검토 절차를 거쳐야 방송을 탈 수 있다. 방송 이후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후 심의를 받아야 한다. 허위·과장으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판매사와 함께 연대 책임을 져야 하고 청약철회·환불 등 소비자 보호 의무도 따른다.
더 큰 문제는 유사 홈쇼핑인 라이브커머스는 이같은 규제 사각지대에 있다는 데 있다.
네이버·유튜브 기반 라이브커머스는 전자상거래법만 적용된다. 통신판매업 등록과 기본적인 분쟁 조정 절차 정도만 있으면 되고 방송 전 사전 검토 의무는 없다. 판매자가 계정에서 직접 방송을 진행하면 플랫폼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
결국 같은 화장품이나 식품을 팔더라도 홈쇼핑은 성분·효능 검증을 모두 마쳐야 하지만 라이브커머스는 판매자 개인 설명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홈쇼핑은 팔기 전부터 규제 장벽을 넘어야 하고, 팔고 나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반면 플랫폼은 판매자 책임만 남겨둔 구조라 비용과 리스크가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용과 책임은 홈쇼핑이 지고 소비자는 규제가 덜한 플랫폼으로 이동한다”고 호소했다. 실제 젊은 층은 TV보다 모바일 앱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친숙하다.
업계 관계자는 “전문가 검증이나 AR 서비스는 소비자 불안을 줄이는 데 효과적일 수 있지만 수익성을 좌우하는 건 결국 매출과 송출 수수료 구조”라며 “플랫폼 규제 정비와 수수료 개편 없이는 홈쇼핑 업계 활로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